핵심 콘텐츠는 무엇(What)? ’00은 대학’을 통해 본다


노리단은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지역 커뮤니티 조성 사업 중 하나인 ‘OO은대학’은 참여자에 대한 세심한 관계 설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하지만 맞춤 핵심 콘텐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며 수용자에게 맞춰져 있던 초점을 변용 가능한 콘텐츠로 바꾸고자 한다.

지역민에게 뼈단추 내놓기

한 걸인이 가난한 시골마을에 들어선다.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누구도 걸인에게 양식을 내주지 않자, 걸인이 호기롭게 외친다. “내가 이 뼈단추로 맛있는 수프를 끓이는 기적을 보여주겠으니 성당으로 오시오!” 그다음 얘기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뼈단추를 끓이다가 감자가 필요하다, 고깃덩어리가 필요하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재료를 얻어다가 결국 진짜 수프를 끓여내고 마을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는 이야기다.

지역에서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노리단이 이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뛰어든 지역에서 얼마간의 성과를 거두고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던 중 단추수프’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찌 보면 사기에 가까운 행각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걸인이 지역의 니즈인 ‘배고픔’을 간파하고, 성당을 배경으로 ‘기적을 보여주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자기 콘텐츠인 ‘뼈단추’를 내놓고, 지혜롭게 단계별 성과를 공유하며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던 방식이야말로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지역에 뿌리내리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는 않다. 지난하게 그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거기에 맞게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변용 혹은 포기할 수 있어야 성취될 수 있는 일이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역재생과 교육혁신, 지속성을 화두로 진행한 ‘별별솔루션’ 사업이 문화예술교육형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들 사회적기업이 바로 이런 과정-참여자 중심의 과정 설계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평가한 덕이다. 노리단을 비롯한 문화예술교육형 사회적기업의 핵심 역량은 이렇게 콘텐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결국 고객(수용자)을 대하는 자세로 환원되는 몇 가지 관점과 방식의 차이에 있다.

누구나 수프를 끓일 수 있다

노리단의 지역 커뮤니티 조성 사업 중 하나인 ‘OO은대학’도 마찬가지다. ‘OO은대학’이 원리로 내놓는 ‘누구나 가르칠 수 있다. 어디든 강의실이 된다’는 슬로건은 몇 가지 지점에서 수용자들을 공명케 하는 것이 있다. 이제까지의 하향식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프로젝트와는 달리 시민과 주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경험이 문화예술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설렘을 던져준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개인 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메시지의 발신자로 기능하는 오늘 이전의 매체나 강단의 권위가 스러지는 이때에 이러한 수용자들의 변화에 명쾌하게 부응하는 일일 것이다.

‘OO은대학’의 원리가 트랜드에 조응한 것이라면,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 대학은 또 그곳의 참여자에 따라 다양한 변용을 거듭한다. 마포에서는 소비 위주의 소모되는 문화에 대한 대안의 생활 양식을 가치로 제시하고, 베드타운인 구로에서는 ‘마을 만들기’라는 비전을, 강화도 온수리에서는 ‘청년이 북적이는 시골 마을’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구로는예술대학’에서는 장어집 사장님이 마을 주민의 룸바 교사가 될 수 있었고, ‘온수리대학’과 ‘마포는대학’에서는 순무 파는 할머니나 대학가 복덕방 할아버지가 자취생들의 교수님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스스로 마을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프가 완성된 것이다. ‘OO은대학’은 이처럼 콘텐츠 자체보다는 참여자에 대한 세심한 관계 설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맞춤 핵심 콘텐츠는 필요하다. 마치 앞선 이야기의 걸인처럼. 플라스틱 단추가 아닌 뼈단추라니 수프라는 비전에 얼마나 적절한 콘텐츠인가!?
노리단 자체 콘텐츠는 ‘OO은대학’에서 뼈단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구로는예술대학’, ‘온수리대학’ ‘역곡시장은대학’에서도 ‘OO은대학’의 성과를 정리하고 모으는 데에 마을 축제가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때 마을주민이나 청년들, 시장상인들 스스로의 참여를 통해 이뤄지지만, 노리단 공연 콘텐츠 혹은 워크숍 콘텐츠가 이들을 견인하는 마중물이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때에도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그리고 주민들의 상황에 맞게 노리단 콘텐츠의 원형을 끊임없이 변용해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OO은대학’의 성취를 다시 주민들과 청년들의 성취로 공유하는 효과를 낳고, 이들에게 이러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하게 된다.

콘텐츠를 변용할 수 있는 유연성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이야기로 끝을 맺자. 옛날에 낙타 17마리를 가진 부자가 죽으면서 세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단다. 장남은 낙타의 이 분의 일을 갖고, 차남은 삼 분의 일을, 막내는 구분의 일을 갖거라. 삼 형제는 근심에 빠졌다. 17마리는 반분도, 삼분도, 아홉으로 나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노망이 들었나? 의심하는 대신 형제는 현자를 찾아갔다. 현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들에게 자신의 낙타 한 마리를 내놓았다. 형제는 처음에는 극구 사양하다가 감사히 받았다. 이어 18마리에 대한 유언이 집행되었고 맏아들은 절반인 9마리를, 차남은 6마리를, 막내아들은 2마리를 얻게 되었다. 형제들이 나눠가지고 남은 한 마리(9+6+2=17)는 다시 현자에게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노망난 듯 사회 곳곳의 이해가 상충하면서 문제가 불거지는 이때에 필요한 솔루션과 콘텐츠는 낙타 17마리에게 18번째 낙타가 되는 것, 혹 어디선가는 24번째 송아지가 되는 게 아닐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의 니즈(낙타), 봉착한 환경(아버지의 유언)을 파악하고 거기에 부응하고자 하는 능력과 의지, 그리고 자신의 콘텐츠를 무한 변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별별솔루션이 올해 인큐베이팅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더 많은 모델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 모델이 다양한 지역에 유연하게 적용 확장되기를 또한 기대한다. 노리단도 새로운 지역에서 또 새로운 모습으로 ‘OO은대학’ 을 이어갈 것이다. 마치 묵묵히 사막을 걸어가는 열여덟 번째의 낙타처럼.


글_ 노리단 최대혁 대표님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