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따사로운 5월의 햇살 속에서 1,000명의 어린이들을 만났습니다. 전국의 각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습을 하다가 이날 함께 모여 서로를 만나게 된 것이죠. 해맑은 미소로 발을 구르고, 색색의 장갑을 끼고 율동을 하며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아이들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은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서희태-

 

1,000명 어린이들과 함께 한 ‘꿈의 합창’

 

한 해 중 가장 싱그러운 시기의 5월을 문화예술이 풍성한 한 주로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그날 함께 한 1,000명 어린이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들과 함께 냈던 소리와, 표정과, 움직임들은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음을 기억합니다. 또한 광장에서 함께해주셨던 많은 시민의 기억 속에도 그 감동의 순간은 뭉클함과 전율로 남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의 즐거움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즐거움으로 모두의 마음이 촉촉해졌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은 비단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음악을, 미술을, 영화를 즐기며, 나누며, 나를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며, 소통하는 한 명의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입니다.

 

 

‘1,000명의 아이들’ 그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은 과연 어떤 기억을 가지고 각자의 학교로,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저는 상상해봅니다. 어떤 아이에겐 무대의 경험이 크게 느껴질 것이고, 어떤 아이에겐 1,000명이 함께 냈던 소리의 아름다움이 깊이 다가왔을 것이며, 어떤 아이에겐 그날의 찬란한 햇살이 모든 장면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날의 햇살은 정말, 아이들의 미소와 어울려 눈이 부셨음에 틀림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저의 상상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천색찬란 꿈의 합창’이라는 그 이름처럼, 천 명의 아이들이 같은 무대에 섰지만, 그 꿈만은 가지각색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가지각색의 꿈이 무르익어가는 과정 속에, 그날의 ‘바로 그 장면’은 언제나 아이들의 기억 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 또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 마다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이번 2012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에 함께 하며 이렇게 지정된 주간뿐만 아니라,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문화예술이 꽃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래봅니다. 2013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기대하며, 1,000명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모두가 자신의 꿈을 천색찬란히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꿔봅니다.

 

글_ 서희태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