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사회적 사건,사고의 조사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관련 가해자의 성장환경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 가지게 된 인성과 사고능력은 유아기의 성장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아들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절실하다. 6세를 전후해 두되 발달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 적절한 음악공연 관람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 올바른 사고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음악은 그 자체가 곧 즐거움이다
내가 어린아이들의 음악회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 건 1998년 봄쯤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 주요 공연장에 출입할 수 있는 나이가 만 7세 이하의 어린이로 제한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공연장에 가면 아이는 항상 공연장 로비에 설치된 TV 모니터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건넨 한마디가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아이는 로비에서 듣던 클래식 음악 선율을 흥얼거리고 다니더니 어느 날, “저번 음악회에서 듣던 음악이야.”라며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며칠 후 만난 나에게 ‘만 7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회를 기획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사실, 울고 웃는 것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어린 유아가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태교 음악이라는 것이 있듯 영유아에게 음악은 그 자체가 곧 즐거움이다. 둘러보면 영유아들은 주변에 있는 온갖 물체로 소리를 내고 귀로 들리는 모든 소리와 변화에 민감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음악과 함께 몸을 움직여 표현하고 학습하는 즐거움은 더없이 좋은 교육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지인과의 대화가 오고 갔던 그 해 5월 5일 어린이날,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아음악회를 선보였다. 음악 잡지사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클래식 공연은 예술의 전당 리싸이트홀에서 진행됐고 우리나라 최초 ‘유아음악회’라는 테마로 만들어진 만큼 매스컴에서의 관심이 뜨거웠다. 사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회 공연은 당시에도 종종 있었지만, 유아음악회라는 직접적 타이틀이 화제가 되었던 것 같다.
1997년은 IMF로 나라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티켓은 매진됐고 부산, 대전, 전주 등 먼 지역에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날 이후, 나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유아음악회에 대한 본격적인 기획을 시작했다. 규모가 큰 공연장은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산만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160석의 작은 규모를 가진 부암아트홀에서 2002년부터 영유아를 위한 공연을 열었다.
유아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음악공연이 되어야 한다
2000년 초부터 유리드믹스, 오르프 음악 등 다양한 방식의 유아음악교육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음악교육은 어릴 때부터 체험한 음악에서 시작되며 일상생활의 놀이와 언어, 율동이 바탕이 된다는 사실에 많은 부모가 주목했다. 또한, 이러한 교육이 어린이의 상상력과 사고력을 발달시키고 집중력, 표현력을 길러주며 감수성이 풍부해져 두뇌를 개발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유아음악 교육 프로그램은 쏟아지듯 기획, 제작되어왔다.
하지만 많은 어른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그들만을 위한 공연으로 기획되고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첫째, 교육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둘째로 무엇보다 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지루한 공연은 아이들에게 더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나는 지금도 매일같이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우리 공연장을 찾는다. 2011년부터 선보인 클래식연주와 만나는 (개미와 배짱이, 깨비깨비와 혹부리 아저씨, 애벌레의 꿈, 피아니스트, 스케이터 등) 인형극은 베토벤, 모차르트, 생상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피아노, 첼로, 타악기 앙상블로 들려주는 음악에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따라 하는 유아들을 볼 때마다 나는 2, 3세 유아들을 위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2012년 봄,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소리 없이 눈에 보이는 둥 마는 둥 우리의 옷깃에 천천히 스며든다. 우리의 미래 꿈나무들에게 클래식 음악과 공연 등이 봄비처럼 스며들어 그들의 아름다운 감성을 깨워주고 평화로운 마음을 심어주길 기대한다.
글_ 신형금 부암아트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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