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 경제적 가치가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인간관계가 물질화되어 버린 상황에서 우리의 삶이 피폐해졌다고 한다. 특히 살벌한 입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원자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울증과 폭력, 자살, 탈학교 등의 청소년 문제는 그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장차 다음 세대가 맞이할 파괴된 공동체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이에 학교공동체의 회복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교육이 이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공동체성의 함정
공동체란 개별성보다는 관계를 중심에 놓고 바라보는 것이며, 이질성보다는 동질감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계약적 관계를 넘어서, 일차적인 만남, 유대, 함께 공유하는 것, 자발성, 신뢰 등과 관련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인간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경쟁교육의 대안으로 공동체주의와 같은 새로운 교육방법론에 대해 논의하며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에 대한 교육 방법으로 공동체성을 강조하는데 약간의 함정 같은 것을 느낀다.
사실 현재의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신들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것도 일종의 공동체라는 것이다. 성적경쟁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도 나도 힘을 모아 그 질서를 떠받들고 있다. 학벌사회에서 성공을 위한 공동체인 셈이다. 그것이 아무리 학생들의 정서를 메마르게 하고 획일화할지라도 그들 집단이 원하여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점으로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획일성과 집단성을 경계해야
현재 우리 학교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학생들의 개별성과 파편화가 아니라 오히려 획일성과 집단성일 수 있다. 역설적으로 성적 경쟁이라는 획일화된 목표 안에서 개인의 취향과 성향, 욕구가 무시되며, 짓밟히는 것이 학생들을 파편화하고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학교의 공동체 목표에 대해 동의를 했든 하지 않았든 많은 학생들이 이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어떤 학생들은 반항으로 학교를 헤집거나 이탈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그저 참고 견디며 고목처럼 메말라간다. 그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라 수용소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공동체란 그저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라는 말로 쉽게 정리될 수 없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동체는 그 성원의 자발성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지향이 발생하며 그 지향은 일정한 규칙과 순응 혹은 저항과 갈등을 수반한다. 공동체가 그 차이를 자신의 모습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순간 집단적 억압체제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누구에게는 공동체가 되지만 누구에게는 견딜 수 없는 굴레가 된다. 그렇게 보면 학교의 공동체성이 파괴되고 있는 현상은 경쟁에 있다기 보다는 차이를 말살하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공동체성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경쟁보다는 협력과 더불어 공유하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무엇을 말하려 한다. 그들은 현재 입시경쟁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체주의 교육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교육보다는 공동체성을 더 지향한다는 것에 이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공동체란 다함께 무엇을 ‘지향’하는가의 문제이기 이전에 그 구성원이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는가’라고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옳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해 나아가는 무엇이기 이전에 현재 함께하는 구체적인 방식의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학교공동체의 실현은 경쟁을 걷어내는 문제와 별개로 그곳에 함께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과 욕구, 취향, 관심, 의지 등의 차이를 어떻게 표출하고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집단이란 공동의 지향과 별개로 차이가 드러나고 합의되는 영토를 그 내부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그것이 가능해질 때 학교공동체는 육성되는 셈이다.
공동체를 육성하는 교육
나는 그런 면에서 공동체를 육성하는 교육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주목하는 것이다. 혹자는 시민사회교육, 그러니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으로서 인성교육이나 사회교육을 주목하겠지만, 공동체의 실현이 단지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넘어서 자기를 표현하고 소통하며 그것을 즐기는 구체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말하고자 한다. 신승환 교수는 인간의 존재성을 ‘아름다움의 특성을 통해 재현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즉 인간은 자기표현의 미학적 존재라는 것이고, 그것이 자신을 실현하는 핵심인 것이다. 또한 그는 ‘예술은 차이로 생성되는 재현’이라고 한다. 예술은 근원적으로 ‘차이를 생성하며’, ‘이러한 차이는 인간이란 존재가 지닌 보편적 존재성에 기반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표현은 차이의 표현 다름이 아니며 그것은 미학적인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는 각각 개별적인 무엇이 아니라, 동시적 존재로 그 내용은 삶을 담아내는 총체로서 문화인 것이다. 때문에 차이로서 실현되는 미학적 존재로서 자신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실현이란 문화적 총체성에 기반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이란 ‘개인의 취향’으로서의 표현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관계 기술’로서 사회교육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함께 이루어지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자유로운 표현을 전제로 하며 그것이 소통되는 공동의 영토 속에 실현된다. 나는 그 영토를 육성하는 교육을 말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글_ 천안 오성고 김인규 미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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