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육자 이현영 씨의 철산동 아이들 이야기


 

미숙하고 부족한 것 많은 제가 부모님의 은혜로 이렇게 자라나 살고 있는 것, 그리고 부족한 이 사람을 둥글게 포용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이것들은 제가 부모님과 이 사회에 감사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의 ‘빚’ 삼아 꼭 갚아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들을 가르치러 갑니다.

 

철산동 아이들을 만나다

 

2006년 저는 ‘아트 인 시티’라는 문화관광부 복권기금사업에 합류하며 광명시 철산4동 넝쿨 도서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수업을 진행했지요. 돌아보면 한 달은 아주 짧은 시간이고 수업도 몇 회 하지 못했지만 넝쿨 도서관과의 첫 만남은 이토록 향기로웠습니다.

 

넝쿨 도서관은 주변 지역에서 제일 높은 지대인 철산4동, 그 중에서도 제일 꼭대기 건물 옥상에 자리잡은 곳입니다. 남다른 마음을 가진 한 목사님이 운영하는 교회이기도 한 이곳은 주일만 교회의 역할을 할 뿐 나머지 6일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동네 도서관이 됩니다. 교회이자 도서관이라고 종교색이 묻어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믿음의 여부와 도서관 사용 여부는 아무 관계가 없죠. 넝쿨 도서관은 약 10여년전 어린 자녀를 가진 동네 어머니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됐습니다. 어머니들은 스스로 도서관 지킴이 당번과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당번을 정해 자원봉사활동을 펼칩니다.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화려한 어린이 도서관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이지만 넝쿨 도서관은 깨끗하고 조용한 환경과 어머니들의 사랑이 함께하는 멋진 도서관입니다.

 

함께 나눌 때 더욱 커지는 사랑

 

저는 넝쿨 도서관을 처음 본 순간 ‘척~’하고 눈이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구석구석 정성이 느껴지는 자그마한 도서관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미술교육에 있어 창의력 함양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미술교육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시간을 들여 아이들을 알아 가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의 성품을 파악하여 ‘그 다운’ 어떤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죠. 이와 동시에 좋은 인성을 기르도록 하는 것도 물론이고요. 넝쿨 도서관은 이와 같은 교육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철산동 아이들은 시간이 조금은 많습니다. 다른 불필요한 사교육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이들이 집중을 잘합니다. 무엇을 가르쳐도 대부분 자기 주도적으로 작품에 임하도록 그간 훈련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해도 되느냐, 저렇게 칠하면 안되느냐 등의 질문이 빈번히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네 그림을 내게 물어 보고 그리면 그것이 네 것이 아니잖아.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이 그림은 내가 그린 게 되잖니? 네 뜻대로 그려봐.” 하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은 이제 주제와 방법만 제시해 주어도 작품을 뚝딱 만들어 냅니다. 작품 활동 하는 동안은 도서관 안에 집중과 적막만이 가득합니다. 먼저 끝낸 아이는 다른 친구를 도와 주거나 스스로 주변 정리를 합니다.

 

넝쿨 도서관 아이들에게는 나눔이 아주 익숙합니다. 작은 간식이 있어도 친구들과 나누어 먹습니다. 미술수업이 끝나면 동네 어머니들이 각자 반찬 한두 가지와 아이들이 먹을 밥을 준비해 옵니다. 감사의 뜻이 담긴 밥 한 그릇. 말하자면 ‘포트럭 파티’같은 식사 시간이 이어집니다. 매주 한 번 수업이 끝나고 같이 먹는 밥 한 끼는 서로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한 식구와 같은 정을 키워 줍니다. 이래서 어르신들은 ‘먹는 끝에 정 난다’라며 함께 나누는 밥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나 봅니다.

 

지금, 당신의 ‘참 잘 하는’ 일 하나

 

저는 1999년 미국 뉴욕에서 석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참 불완전한 사람이지만 운이 좋게도 자식의 일이라면 뭐든 도와주시는 부모님을 만나 제 자신의 부족함이 많이 메워졌습니다. 부모님 덕택에 사람 노릇하며 살고 있다는 감사함을 항상 느끼죠. 또한 사회에도 빚을 많이 지고 살고 있습니다. 미숙함이 티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저를 많이 도와 주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과 이 세상에 빚이 많은 사람이고, 이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제가 나눔을 실천하며 사는 것은 제가 그간 받아 온 교육에 대한 감사이기도 합니다. 비록 돈을 많이 갖지 못해 어딘가에 기부하거나 장학금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하루, 내 재능과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제 빚을 갚는 길인 동시에 살면서 꾸준히 계속해야 할, 잘 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지금 ‘참 잘하는 일’ 한 가지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당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시간과 마음을 보내는 일, 그 잘 하는 일 하나가 무엇인지 찾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_ 작가•미술교육가 이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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