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다. ‘놀토’라는 말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 말은 놀 수 없는 교육 현실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앞으로 주말은 놀토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학습량 감소로 말미암아 교육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기도 하지만, 책상머리에 오래 앉아있다고 해서 경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쉼과 여유가 창조적 사고의 자양분이라는 증거는 많다. 그런 점에서 전면적인 주5일 수업제 시행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늘어난 주말을 다시 입시 사교육으로 채울 수는 없다. 문화 콘텐츠가 경쟁력인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을 내실 있게 펼쳐나갈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초등학교에서는 놀토마다 예•체능 영역을 중심으로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왔다. 그러나 전문 인력이 부족한데다가 격주로 시행되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주말마다 연속성을 지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주중에 배웠던 교과 내용을 춤, 노래, 연극, 그림, 애니메이션 같은 예술적 형태로 표현하는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여러 교과의 내용을 통합적으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단순한 기능 위주의 예술교육은 지양하고, 학생들이 창조적으로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프랑스는 문화부 내에 드락이라는 부서를 두어 각 분야의 예술가들을 지원하여 공교육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학생들에게 예술을 가르치고 교사들을 위한 연수활동에도 참여한다. 드락의 예술 강사 지원제도는 예술교육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 활성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예술강사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일부 학교에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술가들과 학생들의 이런저런 만남이 생색내기용 단발적 행사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멘토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요청된다. 예술가들은 학생들이 학교 밖 예술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도록 돕고 나아가 예술을 창조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구심점이 필요
다음으로 문화예술교육 거점학교 육성이 필요하다. 일정 학교를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성공적인 모델을 마련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교육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사업이나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 운영이 좋은 사례이다.
아울러 미술관, 박물관, 구청 등 지역의 공공기관과 학교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한다. 각종 전시 관람 행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즉 완성된 문화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학생들이 체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문화예술교육이 의미 있게 이루어지려면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 번째,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시행할 때 현장 교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각종 사업이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되면 문화예술교육은 실적 위주의 겉치레 활동으로 변질하게 마련이다. 지원은 늘리되 간섭은 줄이면 된다.
두 번째, 빈곤 계층의 자녀가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날로 벌어지는 교육의 양극화는 경제적 양극화와 문화적 양극화로 이어져 악순환 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토요일에 양질의 체험활동을 시켜줄 여유가 없다. 결국 자녀를 학원에 맡길 수밖에 없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가난한 학생들이 무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세 번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입시용 스펙 쌓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 곤란하다. 요즘 창의적 재량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실정과 맞물려 예술교육이 입시에 종속되면 알찬 열매를 거둘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네 번째, 전면적인 주5일 수업제 시행은 체험활동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고 이를 노린 사교육이 극성을 부릴 게 분명하다. 사교육 팽창을 막으려면 정책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답이다
그 동안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를 여러 차례 바꾸었지만, 예술 교과는 지속적으로 소외되어왔다. 예술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음악, 미술은 그저 거치적거리는 교과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교육이 창의적이고 전인적인 인간상 구현이라는 본질적 목표에서 얼마나 이탈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이 창의성을 고양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즘 주목받는 통합, 혹은 융합교육론도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즉 예술과 인문•자연과학을 통합적으로 접근할 때 창조적 지식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통합이니, 융합이니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실천 사례를 만들어 갈 때다.
이를 위해서 매 주말 2박 3일을 문화예술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자. 이는 예술 과목만 중요하다는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제안이 아니다. 예술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교육의 본질적 목표, 즉 전인적 인간상을 구현하자는 취지이다. 문화예술교육 강화는 우리의 삶과 교육의 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글_ 기김진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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