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누에고치 살림마당 그 두 번째 마당 ‘자투리 되살림’


쇳덩이를 녹이는 불꽃은
없어도 무언가 뚝딱 쉴 새 없이 만들어 지는 그곳은 대장간과 별 반 다를 게 없는 듯 했다. 요란하게 재봉틀이 돌아갈 때마다 높아졌다가 재봉틀이
멈추는 순간 다시 낮아지는 목소리, 틈틈이 바람처럼 흩날리는 웃음소리는 그야말로 지루해 질 겨를 없이 번갈아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들로 조화를
이루는 실내악을 연상하게 했다.

언뜻 보아서는 누가
가르치는 사람이고 누가 배우는 사람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넓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서로가 묻고 서로가 대답하며 손바느질을 하다가 가위질을
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재봉틀 앞으로 가 뚝딱 치마하나 만들어 입고서는 ‘어때?’ 하면 이목을 집중 시킨다.


연수문화원이 마련한
사회문화예술교육 연간프로그램으로 2011 누에고치 살림마당 ‘헌 옷 되살림’ 첫 번째 마당에 이어 그 두 번째 마당 ‘자투리 되살림’ 프로그램의
마무리 현장을 장마가 끝난 후 장맛비처럼 비 내리는 날 성큼 방문했다.


어느 미술작가의 개인
작업실을, 말하자면 긴 사연을 안고 빌렸다는 실무자로 불리고 싶어 하는 기획자(오남규/연수문화원)의 말을 들으며 돌아본 공간은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각 가지 조형물이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임대했다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보란 듯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공업용 재봉틀들과 나름
조화를 이루며 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간에 익숙해지기 위해
잠깐 돌아보고 있는 사이 치마에 이어 뚝딱 가방을 만들어 낸 참가자(이름을 묻자 스스로 의미 있게 지은 이름이라며 ‘강’이라 소개했다.)는
‘재봉은
완전 초보, 손재주보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하며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하지 못했던 재봉질을 모여서 함께 하다 보니 실제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게 되더라며 이내 다시 재봉틀 앞으로 가 앉았다.


새로운
탄생

다양한 헌옷에 묻어있는
갖가지 추억이 새로운 모습으로 감탄과 찬사 속에 탄생된다. 이들 달라진 모양새들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는 알 수 없으나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같은 것 일색의 새 것, 새로운 것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외면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 아마도 분명하다. 손 정성에 더해진 마음
가득 입은 정성을 어디에 빗댈 수 있을까.


‘재밌네요.
정말~!‘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에는 이 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고작 바느질을 아닌 가치와 의미의 되새김이 수차례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을
뛰어 넘는 생활 예술인들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들과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며 어우러졌던 ‘자투리 되살림‘ 프로그램은 이제 1막을 내리고자 한다. 그들의 자유로운
유희는 들꽃처럼 소소했으나 맨발만큼 편안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동화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등한 시간의 이웃으로 만남을 주선 했던
기획자(실무자/오남규)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렇게 말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취지아래 좋은 프로그램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실제 그 일들이 벌어지는 각 지역 현장에서의 묻어나오는 공허함, 이제는 각자 있는
자리에서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봐야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공간 그리고 시간, 그 안에서 문제가 문제로써 제대로
발견될 수 있는 그 과정을 같이 얼마나 잘 엮어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준비한
전체과정을 꾸준히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더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네요. 그러나 아쉬운 만큼 고민을 더 하게 되고
그래서 아쉬움을 계속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약속된 시간 안의 삶을 공유하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 대해 일상의 삶처럼 때로는 어긋남과
어긋남의 마땅한 부조화를 이루기도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 함께했던 이 공간, 이 시간 더불어 여기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이 중요했음을
우리는 모두 느낍니다.


소비 행위에 불가한
프로그램이 아니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을 보탠다면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사람들이’ 서로 엮이고 엮여서 가는 생활문화공간이
지속 가능 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지원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제 예술가들의 개인 창작 공간이 개인 공간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겠다는 점,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글.사진_조희정 인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