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기만 하고 왠지 멀게만 느껴지던 음악과 해맑은 아이들의 마음이 만나 악보 위에 그려진다면 어떨까요?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음악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주는데요. 바로 2013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뉴욕필하모닉 협력 프로그램 <꼬마작곡가> 결과발표회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곡으로 표현해 낸 당당한 꼬마작곡가들! 현장에서 함께한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한번 만나러 가볼까요?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사람들만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리듬게임, 음정에 대한 이해, 악기 소리 채보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악기를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악기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 바로 지난 11월 28일 아르떼365기사를 통해 소개해드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뉴욕필하모닉 협력 프로그램 <꼬마작곡가> 인데요. 작년 11월을 시작으로 10주간 진행된 <꼬마작곡가>에 참여한 아이들의 음악을 뉴욕필하모닉 연주자들의 공연으로 선보이는 결과발표회가 2014년 2월 5일(수) 오후 7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렸습니다.

 

<꼬마작곡가> 결과발표회가 시작되기 전 이른 오후부터 시작된 리허설 현장 속 아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이 좋은지 자꾸만 쳐다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아직 초등학생인 이 아이들이 작곡을 했다니! 과연 이 특별한 음악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지 않은가요? 본 공연에 앞서 10주간의 과정을 함께한 <꼬마작곡가> 강사들을 미리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소리와의 첫 만남, 악보 위에 그려지기까지

 


소수정 강사(하남)

“아이들은 생각보다 주관이 뚜렷해요. 자신의 상상력으로 만든 곡을 표현함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더 부드럽고 여리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강하게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서 힘 있게 악기를 다루어야 할 구간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압니다.” – 소수정, <꼬마작곡가> 강사

 

처음에는 아이들이 느낀 감정과 악기의 소리가 다소 동떨어져 있었다고 교육 강사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는데요. 하지만 아이들은 점점 음의 높낮이, 박자 등을 집중해서 들으면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이미지와 음악을 연결해서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를 작곡한 세진이는 해는 밝은 느낌이니까 플루트와 클라리넷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범진이는 음표나 박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수업 시간에 현악기의 특수주법인 글리산도1)와 트레몰로2)를 듣고 라디오의 전자파 소리 같다며 그 특색을 잡아 곡을 완성해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결과발표회에서 연주된 곡을 들으며, 아이들의 톡톡 튀는 기발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가수들에게 3단 고음이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3단 감정이 있었습니다. 상상력 자극하기. 창의력 마음껏 펼치기, 진심을 담아내기죠. 선생님은 최대한 아이들의 3단 감정을 존중했습니다.” – 소수정

 

악기를 잘 다루느냐, 곡을 잘 쓰느냐, 음악을 잘 소화하느냐는 아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강사들은 첫째, 아이들의 감정을 충분히 자극하여 둘째, 표현력을 극대화시켜서 셋째, 자신이 느끼고 떠올린 그대로를 담아내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선생님과 호흡하며 아이들이 머릿속으로만 생각한 추상적인 느낌이나 이야기를 구체적인 악기의 소리로 표현한 시간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악보 속 날개를 달다
‘우리는 꼬마작곡가’

 


(좌) 존 딕 뉴욕필하모닉, (우) 꼬마작곡가 아이들

 

드디어 7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완성한 음악을 뉴욕 필하모닉 단원 6명의 연주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꼬마작곡가> 결과발표회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무대에서는 8명의 친구들을 포함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93명의 아이들이 모두 함께했는데요. 작곡의 과정을 함께한 12명의 든든한 강사들과 특별히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의 창시자인 뉴욕필하모닉의 존 딕과 교육강사 리처드 캐릭이 따뜻한 인사로 지난 10주 동안 음악과 함께 동고동락한 아이들의 상상력과 노력을 격려하였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한 아이들과 음악이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화는 악기를 잘 다룬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악기나 음악을 ‘소화’시키지 않았죠. 아이들은 그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했을 뿐입니다.” – 존 딕, 뉴욕필하모닉 <꼬마작곡가 Very Young Composers> 프로그램 창시자

 


작곡한 곡을 설명중인 아이들

 

전자파 특유의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한 “전자파 소리(소범진 작곡)”, 지난 겨울 얼음썰매를 탄 에피소드를 담아낸 “겨울방학의 썰매(김하늘 작곡)”, 고양이가 닭의 알을 훔치다 도망가는 장면을 표현한 “고양이 도둑(김나예 작곡)”을 포함해 “세계인들의 평화행진(심여은 작곡)”, “가을바람(이승하 작곡)”, ”해(석세진 작곡)”,“바그너를 위하여(최성빈 작곡)”, “스파르타&에필로그(송동령 작곡)”까지, 2013년<꼬마작곡가>의 작품 중 총 8곡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각자의 곡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꼬마작곡가들은 직접 자신의 곡이 탄생된 배경, 곡의 내용, 포인트 구간 등을 또박또박 소개하였는데요. 플롯과 바이올린의 교차 연주로 솔로의 외로움을 보여주겠다는 승하의 야무진 각오에 관객석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탬버린을 여리게 흔들면 고양이가 알을 훔치다가 수탉에게 걸려 도망가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어요” – 김나예

 


꼬마작곡가 송동령(하남)

“형이 자꾸 제 목소리를 바보같이 따라 해서 화가 난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호론의 힘 있는 소리가 마치 형과 싸우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곡명도 [스파르타]로 지었어요.” – 송동령

 

형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곡을 만든 동령이는 마지막 부분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며 발표회 무대를 장식했습니다. 동령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형도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는데요. 동령이가 곡 소개를 마치자 ‘동령이 형도 함께 왔나요?’ 묻는 사회자의 말에 ‘저요!’ 손을 번쩍 들어 화답하는 형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관객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꼬마작곡가> 결과발표회가 두 형제에게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겨질 것 같습니다.

 

<꼬마작곡가 결과발표회>에서는 2013년 꼬마작곡가 8명의 곡 외에도 2010년 이 프로그램에 함께했던 김세영 학생(“즐거운 고양이” 작곡)과 정진영 학생(“천사의 눈물” 작곡)의 곡도 함께 연주되어 반가움을 더했습니다. 뉴욕 필하모닉의 <꼬마작곡가(Very Young Composers)>프로그램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재미교포인 Henry Kotkin의 작품 “바다의 비밀”도 이날 함께 연주되었습니다. 이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뉴욕 필하모닉 협력프로그램 <꼬마작곡가>에 참여한 93명의 아이들이 만든 곡의 악보 모두 뉴욕 필하모닉에서 보관하여, 기회가 될 때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꾸준히 연주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날 느낀 설렘과 기대감이 오래도록 아이들 마음속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3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뉴욕필하모닉 협력 프로그램 <꼬마작곡가> 프로그램 소개 기사보러가기

http://www.arte365.kr/?p=16713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뉴욕 필하모닉 협력 프로그램 결과 발표 연주회_140203



 
글: 김희주
 


1) 높이가 다른 두 음을 계속해서 연주할 때 첫 음에서 다음 음으로 진행할 경우 두 음 간에 잠재하는 모든 음을 거쳐서 끝의 음에 이르는 주법
2) 같은 줄의 같은 소리를 연속해 아주 빠르게 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