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청춘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11월 16~17일 DMC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에서 만난 어르신들인데요. 어르신들은 그 동안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만들고 배워온 작품들을 이곳에서 마음껏 펼쳐 보였습니다. 단순한 발표회를 넘어 가족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된 ‘2013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 속 이야기 함께 만나볼까요?

 

 

11월이 되자 매서운 바람과 함께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깨가 움츠러들고 아랫목에 누워있고만 싶어지는데요.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려 땀을 뻘뻘 흘리며 즐겁게 몸과 마음을 깨워 움직이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첫사랑 떠오르듯 가슴 설레는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를 찾아가보았습니다.

 

전시부터 공연까지 더욱 풍성해졌어요.

 

지난 11월 16일 DMC누리꿈스퀘어에서 개최된 청춘제는 사실 지난 2년 간 ‘청춘연극제’라는 이름의 어르신들의 ‘연극 발표회’로 펼쳐져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무용, 음악, 미술, 사진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더욱 더 풍성한 축제가 되고 있는데요.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에게 자신이 창작한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어르신, 손자 손녀와 함께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즐겁게 사진을 찍는 어르신, 상기된 얼굴로 분장과 의상을 챙기며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서 청춘제를 준비하며 흘려온 땀과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나를 만난 기분, 청춘입니다!

 


이차선 님

분장실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분이 계셨는데요. 바로 ‘내 생애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작품에서 ‘저승사자’ 역할을 맡게 된 부산 사하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오신 이차선 어르신입니다.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떤지 여쭈었더니 ‘너무 좋다’는 대답과 함께 저승사자 분장을 한 채로 활짝 웃으셨습니다. 올해 일흔 한 살이신 이차선 어르신은 아픈 남편을 돌보느라 평생 일을 손에서 놓지 못 하고 고단하게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글도 스스로 배우고 무엇보다 연극을 하게 되면서 웃는 일이 많아지셨다고 합니다. 또 몸이 부드러워지고 식욕도 좋아져 날이 갈수록 젊어지는 것 같다며, 여든이 넘어서도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박영희 님

공연장 밖에서는 어르신들의 사진과 그림 전시회가 한창이었습니다. 희로애락이 담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풀어낸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가정을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느라 놓쳤던 생활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 중 명화 작가들의 작품을 자신의 생각과 느낌으로 재해석하여 다시 그려낸 ‘예술적 승화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는데요. 마침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며 오신 ‘고흐의 방’이라는 작품을 그린 박영희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어르신은 집주인의 딸을 흠모해 그렸다고 하는 ‘고흐의 방’ 그림을 재해석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색채와 느낌을 표현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뜻깊은 가족 축제로의 발전,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

 

청춘제에 참여해 즐거운 것은 어르신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의 공연과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은 평생 일만 하고 자식 키우느라 세월을 다 보내셨는데, 이렇게 예술 활동을 통해 몸도 마음도 멋지고 건강해지셨다며 눈물과 웃음으로 청춘제 개최에 감사와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손자 손녀 다섯을 건강히 키워내신 장위실버복지센터의 정정자 어르신의 손녀딸 강숙희 어린이는, ‘혹부리 영감’을 맡은 할머니 모습이 무서웠다고 하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할머니 오늘 공연 멋졌어요, 사랑해요!” 라고 말했습니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객석 뒤편에서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때로는 초조해하고, 때로는 관객과 하나되어 웃음을 터뜨린 서정상 감독은 축제 이틀 간 지친 기색 없이 열정 넘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청년’의 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공연을 하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앉아서 지켜봐 주시는 어르신들도 함께 웃고, 울고, 안타까워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하는데요. 서정상 감독의 말처럼 공연을 하다 대사를 잊어버리고 동작이 틀려도 박수로 품어주는 관객의 모습에서 청춘제는 참여한 어르신들만의 축제가 아닌, 부모를 새롭게 만나고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진정한 가족 축제의 장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늦바람 덕분에 11월의 겨울은 따뜻합니다.

 

 

이번 청춘제는 연극 분야에만 한정되어 ‘청춘연극제’ 로 개최되었던 지난 2년과 달리 연극, 음악, 무용, 미술, 사진 등 총 5개 분야로 참여가 확대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참여 인원도 3~4배 가량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올해 청춘제는 전국 약 400명의 어르신과 19명의 예술강사가 참여해 더 의미 있는 축제로 느껴집니다. 이번 청춘제 총 연출을 맡아주신 서정상 감독(문화발전소 통 대표)에게 이번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춘제 총 연출을 맡은
서정상 감독

 
Q. 청춘제를 통해 앞으로의 노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노인 분야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그 동안 지원 분야 확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지역의 어르신들이 노년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동료를 만나 가족의 정을 느끼며 인생 2막의 청춘을 누리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왔습니다. 특히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을 지속하며 사회봉사 활동으로 확장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체험 기회가 더욱 확대되리라 기대하고, 장기적으로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에서 벗어나 지역별 축제의 장이 마련되어 더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 삶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Q. 청춘제 준비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있으면 전해주세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았고 11월 중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축제 하면 으레 야외를 떠올리게 되지만 어르신들의 건강과 기후 조건을 고려해 실내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어르신들은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저마다 각자 다른 삶의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예술이라는 도구로 노년의 새로운 청춘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예술 활동은 동료와 가족, 세대 간 소통의 벽을 허무는 멋진 작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아름다운 ‘늦바람’ 덕분에 저도 덩달아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어요. 이번 청춘제 개막식 오프닝 영상의 마지막 메시지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담긴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기에 우리의 늦바람은 아름답습니다’

 

 

 

Video2013 청춘제 하이라이트 영상

 

2013 두근두근 늦바람 청춘제 더 보기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글쓴이_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