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음악이 듣고 싶을 때, 여러분은 음악을 어떻게 선택하시나요? 기존에 나눠진 명확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음악장르는 검색하기 어려워 지인의 추천이나 미디어의 홍보에 의지해 음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는 않았나요? 하지만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 감상에도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졌는데요. 바로 개인의 음악적 발자취를 분석해 그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선호하는 음악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말합니다. 사람들의 감성을 분석해 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이른바 기계와의 감성 공유. 오늘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풍요로워지고 있는 음악세계에 대해 김병오 음악학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헷갈리는 질문들이 많다. 게다가 대답을 듣고 나면 더욱 헷갈리는 것들도 적지 않다. 가령 음악 시험 시간에 ‘색소폰[saxophone]이 금관악기인가 목관악기인가’라는 문제지를 보고 금관악기라고 답을 매긴 후에 정답이 목관악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라든가, 우리나라의 바이올린 비슷한 악기인 해금을 일러 현악기라고 이야기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유명 해금연주자들의 프로필 속에서 ‘관악부문 금상, 대상’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을 때라든가 말이다. 이처럼 뭔가 어색한 상황은 오래도록 인간이 추구해 온 불가피한 습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바, 어떤 대상의 성격을 나름 면밀히 규명하고 설명하고자 마치 가계도를 그리듯 조상과 후손이라는 이해 방식을 통해 분류하고 구분하며 범주화해온 까닭이다. 그렇게 해서 매우 닮은 49%와 51%는 매우 이질적인 존재로 규정되고 거꾸로 매우 다른 51%와 100%는 동질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의한 분류 체계를 일러 트리(tree)구조라고도 하는데, 이처럼 한 가지로부터 줄기를 뻗은 작은 가지는 더 작은 가지를 만들 수는 있으나 다른 가지와 연결될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절대적으로 우리를 지배했던 것은 아니어서, 가령 해금의 경우 우리 선조들은 그것을 관악기 혹은 현악기로 양자택일 하는 대신 비사비죽(非絲非竹)이라는 말로써 설명해 왔다. 현대 음악 용어로 옮기자면 ‘이것은 현악기도 아니고 관악기도 아니여~’가 되겠지만, 사실은 현으로 먼저 진동을 만들고 결국에는 대나무 관을 울려 소리를 내는 해금의 악기 성격에 대한 매우 정확한 정의였다. 누구나 해금을 한 번 연주해 본다면 현악기이기도 하고 관악기이기도 하다는 정의가 얼마나 적절한 것이지 쉽게 깨달을 수 있다. 학계에서는 트리구조에 기초한 정보 습득 및 관리 체제가 여전히 강고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수많은 정보들이 데이터베이스 형식으로 집적되어 있고 그들은 다양한 분류법에 의해 정의된 범주를 복수로 할당받아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문장 검색과 자연어 검색이 가능해진 시대에 접어들면서 종이 카드를 통해 도서관 소장 도서를 찾던 것과 같은 트리구조 기반의 정보 축적 및 접근 방식의 효용성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상의 태깅(tagging)을 통해 사물에 대한 정의에 집단지성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기존 정보 지식 체계의 권위와 효용성은 근본부터 의심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음악의 경우, 사람들은 늘 자신의 취향이나 기분에 어울리는 노래를 갈망했지만 그러한 갈망을 채우기 위한 과거의 방법은 가까운 친구나 일부 평론가들의 소개, 미디어의 홍보성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협소한 정보에 그치기 십상이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고자 트리구조의 대분류부터 한 단계씩 거슬러가는 일은 매우 난망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청취 욕구를 기존의 분류 체계와 정보 접근 방식이 감당해 내기는 어려웠다. 비사비죽이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개별 음악을 하나의 가지에만 편재시키는 것도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어떤 록음악은 미디엄템포의 발라드인 동시에 레게-스카류의 흥겨운 비트로 표현될 수도 있으며 포크의 성향을 강하게 띌 수도 있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이란 것이 결국 뮤지션이 일반적으로 표방하는 장르 스타일로 개별 악곡의 분류를 귀속시키는 것이지만 해당 뮤지션의 팬이 아닌 이들에게 그것은 정보의 음영지대로 내버려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는 음악팬들의 기쁨을 유예시키는 것인 동시에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시장의 성장성을 유예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음악 영역에서도 기술의 혁신에 부응하는 정보 구성 및 접근 방법이 요구되었고 이는 감상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서서히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지배하는 최근의 음악 감상 방식은 몇 가지 새로운 양상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날의 평론가나 기자들과 같은 권위 있는 소수 집단 대신 집단 지성을 통해 음악을 선별하고 추천해주는 시대로 변하는 중이다. 전문가의 판단 대신 일면식도 없는 무수한 음악 팬들의 로그 기록과 나의 로그 기록이 쌓여 통계적으로 분석 처리되고 있다. 가령 나와 음악 취향이 같은 사용자군을 찾아내어 서로 겹치지 않는 음악을 골라 추천해 주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은 음악은 가중치를 고려하며 내가 습관적으로 태깅하는 단어들과 유사한 단어들을 선별하여 추천에 반영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 결과는? 최근 아이폰의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아이튠즈 라디오이다. 이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이 개별 음악의 속성을 비사비죽으로 간주하며 사용자 집단의 참여를 근간으로 진화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혁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는데, 이미 글로벌 음악 감상 서비스의 선두 주자들은 모두 이러한 환경으로 구축된 지 오래고 아이폰의 애플은 말하자면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태다. 이익집단의 이해가 우선적으로 반영되기 십상인 미디어를 통해서는 음악 시장 어렵다는 말이 지겹도록 반복되었지만, 실제로는 정보의 음영지대가 사라지고 접근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음악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온 까닭이다. 이렇듯, 트리구조에 묶인 지식 체계는 과거의 것이 되고 가지와 가지를 넘나드는 새로운 지식 체계가 미래의 조건이 될 것이라는 예견이 선율을 따라 널리 울려 퍼지고 있다.
글쓴이_ 김병오 (음악학자)
전주대학교 연구교수, 라디오 관악FM 이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음악사를 전공했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OST 작업 및 포크 음악을 토대로 전통음악과의 퓨전을 추구하는 창작 작업을 병행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소리의 문화사』가 있고, 「한국의 첫 음반 1907」, 「화평정대」, 「바닥소리 1집」 등 국악 음반 제작에 엔지니어 및 프로듀서로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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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기와 현악기의 구분도 쉽지는 않지만 나에게 어려운건 바로 아이튠즈 였습니다
온라인에는 무수한 정보들로 가득차고 있지만 이것을 알고 이해하며 사용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영체제의 복잡함 특히 저에겐 아이듄즈로 무얼할수 있다는것보다 제약이 너무
많았다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였던 아이튠즈 새로운 지식채널들이
좀더 쉽게 공유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대해 볼만한 가치가 있겠지요~!
저도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점점 깊이와 넓이가 더해가는 음악들을 특정한 장르로 구분 짓는 것은 이를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트리구조를 토대로 좀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음악의 저변이 넓혀지기를 고대해봅니다. 기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