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간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나요? 우리 문학사를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공부했던 시간들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문학작품으로 빼곡한 교과서 대신 텅빈 종이가 매주 주어지는 문학시간은 상상해보셨나요? 문학작품을 직접 내손으로 써보는 창작시간, 이 특별한 문학수업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지원사업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경기지역 16개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직접 작가가 되어 써내려간 작품들이 『나는 고양이가 되기로 했다』라는 제목을 달고 멋진 책으로 출판되었는데요. 예술강사 선생님들과 함께한 새로운 형태의 문학수업을 만나 학생들이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학교 선생님들도 놀라게 한 특별한 수업. 이 시간을 함께한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들어보실까요?

 

 

이용숙(호평고등학교 국어담당) 선생님과의 인터뷰

 

 

 

Q. 문학분야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창작수업, 보통의 문학수업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었나요?

 

A. 일반적인 문학 수업과는 달리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창작 장르와 주제를 소개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작품 창작에 쏟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일반적인 수업이 교사 : 학생 = 9 : 1 정도의 비율이라면 문예 창작 수업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학교 현장에서는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다보니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그것을 수용하기만 하는 일이 일반적이고, 생산 활동을 한다고 해도 문학 작품 감상 후 느낀 점을 써 본다든지 작품을 재구성하여 패러디하는 정도인데 그것마저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한다고 해도 짧게 시간 내서 몇몇 학생들 발표하고 끝내는 정도죠. 이번 창작 수업은 보통 두 시간 동안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까요.

 

일반 문학수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역시 전문성 있는 예술 강사님이 오신다는 점이겠죠. 사실 문예 창작 활동을 하는 수업을 따로 진행한다는 것이 교사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물론 창작에 관심이 갖고 작가로 활동하시는 학교 선생님들도 계시지만요. 보다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이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글을 쓰는 동안 일대일로 조언해주셨고 경험에서 우러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기 때문에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어요.

 

 

Q2. 주로 어떤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처음 수업을 접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을 모집하면서 문예 창작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문학 작품을 좋아해서, 다른 선생님의 추천으로 또는 이 수업을 진학을 위한 스펙으로 삼기 위해 온 학생들도 있었어요. 처음 시작은 이렇듯 다들 달랐죠.

 

첫 수업은 ‘나’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시간이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수업 어땠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 어려웠다’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만큼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자기 스스로 생각해서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이 생소한 거죠. 지금까지 어른들의 말을 따르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는 등 온통 ‘받아들이는’ 것에만 익숙했으니까요.

 

변화의 시작은 일단 ‘쓴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한 시간 내내 백지를 앞에 둔 채 연필을 굴리며 울상만 짓던 아이가 손을 움직여 무엇인가 쓰기 시작했습니다. 창작에 정답은 없으니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독려해주신 예술 강사 선생님의 조언이 학생들의 마음에도 깊이 닿았던 것 같아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며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고.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점점 문학에 ‘재미’를 붙여갔어요.

 

 

Q3. 아이들이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았나요? 예술강사와 선생님의 역할을 어떻게 달랐나요?

 

A. 작품은 순전히 학생들의 안에서 나와 그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보면되요. 예술 강사 선생님께서 학생들 스스로 자유롭게 쓰는 것을 중시하셨고 아이들의 생각을 많이 존중해주셨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글을 쓰는 동안 예술 강사 선생님께서 교실을 순회하며 일대일로 피드백을 해주셨고요.

 

저는 주로 뒤에서 참관하거나, 수업에 참여하더라도 교사 입장이 아니라 학생 입장에서 했던 것 같아요. 학생들과 함께 희곡의 인물과 상황을 설정하고 희곡 대본을 같이 읽어보기도 하구요. 제가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수업에 참여하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고, 특히 수업 초기에는 제가 학생들과 친밀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 점을 살려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도 그랬고요. 예술 강사 선생님과도 그런 점을 잘 조율해서 결과적으로 자유롭게 학생들이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문예 창작 수업에 참가한 채리, 혜인이와의 인터뷰

 

 

Q1. 보통의 문학 수업과 어떤 점에서 달랐나요?

 


심채리 학교 수업 때는 작가가 쓴 글을 선생님이 읽으시는데, 이번엔 우리가 쓰고 우리가 읽었어요. 내가 창작자라는 점이 가장 다르죠. 학교에서 쓰는 문학 교과서에 ‘직접 창작해 보자.’라는 문항이 가끔 있긴 하지만, 그러잖아도 빠듯한 수업인데 그걸 진짜 쓰도록 시간을 주시는 선생님은 없거든요.

 

우리가 이번에 사용한 교재는 텅 비어 있어요. 텅 빈 종이를 우리가 직접 채우는 게 곧 수업이었죠. 학교에서는 시험을 대비해야 하니까 선생님이 쓰시는 단어 그대로 정답만 기억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친구가 쓴 작품을 읽고 나서 합평하는 시간에는 뭐든지 내가 느낀 걸 말하면 되니까 속 시원한 해방감 같은 게 있었어요.

 

박혜인 저희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못쓰든 잘쓰든 재밌고 즐겁게 글을 쓰는 능동적인 수업이어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리고 제가 흔히 생각하는 문학, 국어라고 하면 딱딱하고, 외워야하는 것이 많은 부담스러운 과목이었는데 이 수업을 듣고나서 문학은 정말 쉽고 재밌다는 것을 느꼈어요.

 

 

 

 

 

 

Q2. 평소에 글쓰기를 많이 한 편인가요? 작품을 쓰는 것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심채리
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써 왔어요. 동시, 일기, 소설 순서로 자연스럽게요. 근데 저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부담을 갖고 쓰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글을 많이 써봤든 안 써봤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건 누구한테나 즐거운 일이잖아요. 사실은 다들 마음 속에 품은 생각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데, 풀어놓을 기회가 적을 뿐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냥 이번 기회를 틈탄 거고요.

 

 

박혜인
평소에 글쓰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블로그에서 일기를 쓰거나, 편지 같은 일상적인 글만 쓰지, 제대로 된 글을 쓴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원래 무슨 글을 쓰든 느끼는 부담감이 정말 컸었어요. 정말 글을 쓰면서 많이 좌절도 했거든요. 남들이랑 비교도 하면서요. ‘쟤는 대충 쓴거 같은데도 그럴듯한데 나는 열심히 썼는데도 왜 이러지’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이번 문학수업때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종이만 던져주고 무작정 써라! 이런 식의 수업이 아니라 제가 생각을 꺼낼 수 있게 도와주고, 존중해주고, 꾸며낸 것이 아닌 진짜 제 생각을 작품안에 담을 수 있어서 부담없이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3.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심채리
〈앨리스의 땅굴〉 이라는 짧은 소설인데, 어느날 갑자기 땅바닥에 끝없이 깊은 구멍 하나가 생겨나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꼬박 하룻동안 밤새워 쓰고 나서 바로 몸살 걸려 앓아누웠던 추억이 있어요. 큭큭큭.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고 솔직히 전 좋아서 열 번은 다시 읽었어요.

 

박혜인 이번에 제가 쓴 작품이 ‘물이 꾸는 꿈’이라는 제목의 작품인데요, 원래 혼자 상상을 잘 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자주 드는 생각은 ‘물이 되어보고 싶다!’였어요. 제가 강물에 있는 물방울이라면 햇빛을 받아서 증발해서 하늘에 올라가서 구름도 됐다가 비가 되어서 땅에 내려와서 정신없이 흘러다니다가 또 다시 강물에 들어가서 이번엔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그런 상상도 많이 했고요, 아니면 제가 정수기 안에 들어있는 물인데 사람이 저를 마셔서 목구멍을 넘어가고 위도 갔다가 흡수도 됐다가…..

 

물이 할 수 있는 여행이 정말 여러가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서 이 시를 쓴게 정말 뿌듯해요. 물론 아쉬운 부분은 정말 많아요. 독자분들이 이 시를 봐주실때는 시가 이상해도 넘어가 주시고 자신이 물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시면서 이 시를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Q4. 작품이 책으로 묶여 출간이 되는데 기분이 어때요? 작품을 쓰기 전과 후 스스로가 달라진 점이 있다고 느끼나요?

 

심채리 우리끼리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사람과 만나게 되는 거니까 행복해요! 글이 넓게 읽히면 기분 좋으니까요. 나 혼자 즐길 거라면 굳이 문장으로 풀어쓸 이유도 없는데, 남과 소통하고 싶으니까 글로 쓰는 거잖아요. 〈땅굴〉은 여태까지 썼던 것 중에서 제일 많은 친구들한테 보여준 글이에요. 감상도 제일 많이 들었고. 그래서 더 다짐을 한 게 있어요. ‘읽기에 더 편안한 문장을 만들자.’ 그리고 책에 실린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고 감동 받아서 생각한 건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는 거예요.

 

박혜인 작품을 쓰고 나서 정말 달라졌다고 느낀건 문학작품을 쓰는게 꼭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대단한 사람들만 쓰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충분히 우리도 재밌는 글을 쓸 수 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글쓰는 게 고리타분한 일도 아니고요.

 

 

Q5.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나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요?

 

심채리 장래에 갖고 싶은 직업은 문예창작이랑 관련이 없어요. 하지만 글쓰는 건 즐거우니까 계속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나만의 책을 만들어 소장하고 싶어요.

 

박혜인 문학 수업할 때 즐거움을 많이 느껴서 그런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예전에는 글 쓰는 것을 상상만 해도 두렵고 짜증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전혀 두렵지 않거든요! 진로도 꼭 이쪽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조금 비슷한 쪽으로 가려고 해요.

 

 

Q6. 직접 문학작품을 써보고자 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심채리 내 손으로 쓰는 재미와 그걸 옆 사람이 읽는 즐거움, 둘 다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박혜인 문학작품을 쓴다는 게 꼭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부담을 가지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신다면 멋진 문학작품이 나올 거예요!

 

 

 

아이들에 대한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선생님의 이야기와 문학수업을 함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이 쓴 작품들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아르떼365 “책읽는 수요일”이 소개하는 『나는 고양이가 되기로 했다』를 만나보세요! 현장에서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호흡하며 수업을 직접 진행한 예술강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책에서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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