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받다’가 아닌 감동 ‘하다’

조윤범 지음 |
문학동네 | 2013.02.14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 조윤범의 대중적 인기는 예당아트TV의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란 강연에서 시작되었다. 고전부터 근현대까지 클래식 음악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작곡가와 그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강연은 쉽고 명확했다. 클래식 강연으로는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린 후 이 내용은 책으로 출간되었고 동명의 전국 순회공연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그의 강연은 특유의 재치와 한국적 정서를 감안한 점에서 전달력이 뛰어났고 대중적인 친밀도가 높았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왜 굳이 그는 이런 시도를 했을까?

 

그의 강연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아무리 까다로운 음악이라도 알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알 수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해 지레 경계할 필요는 없다. 클래식도 당신이라는 청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클래식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못 듣던 소리와 숨어 있는 이야기가 들린다.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닌가! 결국 클래식은 당신의 감동이 전부다.’

 

이 책 <나는 왜 감동하는가>도 이 메시지와 맥이 닿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동받기를 원한다. 감동을 주는 사건이 없으면 그냥 살아가다가도, 막상 감동을 받게 되면 우리는 ‘아, 내가 감동을 원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고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려고 한다. 하지만 감동의 순간이 ‘또 언젠가 찾아오겠지’ 하고 막연히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감동은 쟁취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감동받는다’고 수동형으로 말하고 있지만 실은 ‘감동한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감동은 가장 능동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감동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다. 바로 ‘행복’이다. 감동을 쟁취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은 당연히 더 행복하다. 어쩌면 세상은 스스로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며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 _본문에서

 

감동을 원하면 감동을 찾아 나서 쟁취하라. 그러면 당신의 삶이 더 행복해 진다.
책의 내용은 무대 뒤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적나라하게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현실 속 삶과 인생을 자신의 체험담과 함께 엮어 에세이로 풀어내고 있다.

 

예술가도 사람이다. 오케스트라가 그들의 인생 주무대이긴 하지만 누구나처럼 배고픔과 어려움을 이겨 나가며 살아야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 굳이 예술가의 삶의 평범함을 부각하고 싶어했을까?

 

예술가도 인생의 희로애락에 휘둘리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당신과 다른 점은 그들은 연주를 통해 감동을 찾는 일에 기꺼이 몰두한다는 것이다. 즉 감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스스로 느끼기 위해 연주라는 직업을 택했다는 점이 다르다. 악기를 연주해서 특별해 지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당신도 굳이 아티스트가 아니라도 감동을 찾아 나서면 그 순간 특별한 사람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감동을 찾아 나서면 당신의 삶은 창의적이 되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진다. 감동이 당신을 찾아오기까지 기다리지 말라. 평범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삶에 특별함을 부여할 사람은 당신 밖에는 없다. 그러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감동사냥에 나서라고 이 책은 우리의 등을 떠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