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 교외에 바다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노나라의 제후는 이 일을 길조로 생각해서 다소 흥분했다. 그는 새를 신성한 종묘로 모셔서 술을 바치고 음악을 연주하고 온갖 고기를 내놓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다. 하지만 새가 눈의 초점을 잃더니 술도 고기도 입에 대지 않고 사흘 만에 죽어버렸다.
노나라 제후는 새에게 최상의 대접을 한다고 했지만 최악의 결과가 일어난 것이다. 그는 바다새를 사람의 방식이 아니라 새의 생태로 대접했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터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어떤 사람이 우울하던 차에 명상 음악을 듣고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들어보라고 권한다. 상대가 싫다고 해도 자주 들으면 좋아하게 될 것이라며 강권하기까지 한다. 내가 좋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물론」에서 장자는 철저하게 양식화된 사람의 퉁소[인뢰], 바람이 불어야만 울리는 땅의 퉁소[지뢰]와 자유로운 하늘의 퉁소[천뢰]를 구분했다. 천뢰天籟는 사물이 제도와 타자의 구속을 받지 않고 제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음악으로 한정하면 천뢰는 모든 사물이 다른 것에 의지할 필요가 없이 그 자체로 악기라는 것을 말한다. 즉 “모든 사물이 악기이다.” 이 주장이 우리의 언어 습관과도 그다지 어긋나지 않는다. 새가 지저귀는 것을 “새가 노래 부른다”라고 하고 가수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이 제 속내를 풀어내는 것을 “마음을 읊는다”라고 한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든 존재가 제 소리로 살아가는 악기인 것이다.
이처럼 천뢰는 사물이 제 본성대로 노래 부르는 자유로운 삶의 음악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천뢰의 특성이 알려지지 않으면 어떤 게 자유로운 삶의 음악인지 알 수가 없다. 장자는 함지咸池 음악론을 통해서 하늘의 퉁소가 과연 어떻게 울리는지를 설명하고 있다.(「천운」)
북문성北門成은 황제黃帝가 들려주는 함지 음악을 세 번이나 듣고서 그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서 두려움의 충격을 받게 되었고 다음에는 충격에서 벗어나 경계심을 늦추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가진 생각이 옳고 그른지 모르게 되었다.
북문성은 함지 음악을 듣고서 즐거워하지도 않고 정화된 느낌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충격을 겪은 끝에 당황해 하고 있다. 이것은 북문성이 함지 음악을 듣고서 이전 들었던 음악과 커다란 차이를 느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황제는 북문성의 경험을 이해한다면서 그에게 함지 음악의 특성을 들려주고 있다. 함지는 어떤 때 사람이 정한 규칙을 잘 따르다가 어떤 때 그것을 무시하며 즉흥적으로 진행되며 어떤 때 사회의 규범을 반영하다가 어떤 때 그것을 초월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함지가 서로 다른 특성과 형식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니 끝부분이라도 마침의 장치가 없고 시작부분이라도 처음의 장치가 없다. 이처럼 음악이 하나의 음악 속에 또 다른 음악이 나오는 식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니 듣는 사람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그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북문성은 함지를 들었을 때 처음에 사회의 음악적 규범에 따라 음악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사태에 빠졌던 것이다. 즉 그는 “이런 음악도 있을 수 있는가?”라는 충격 그 자체를 겪었던 것이다. 두 번째 함지를 들었을 때 처음의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음악적 차이 자체에 경계심을 덜 가지게 되었다. 세 번째에 이르러 북문성은 함지가 주는 새로운 느낌을 가지면서도 기존의 음악적 규범을 회의하면서 음악적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여기서 음악적 정체성을 잃었다는 것은 어떠한 음악도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우리도 서태지의 힙합, 랩을 처음 들었을 때 이질감에서 오는 커다란 충격을 겪었다. 어떤 이는 열혈 팬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좋아하지 않지만 음악으로 인정하게 되지 않았던가! 함지는 틀에 갇히지 않기에 의례 음악만이 아니라 막춤과 즉흥곡마저 포괄할 수 있는 가장 광범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음악이 아닌 듯하면서 음악인 것이다. 명말청초의 뛰어난 화가 팔대산인八大山人은 함지를 비롯하여 장자의 사상을 회화적으로 잘 그려냈다. 그의 그림에서 물고기는 하늘을 날고 메기는 흐뭇하게 웃고 있고 새는 바위에 앉아 졸고 있다. 그림이 아닌 듯하면서 그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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