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림이다

마틴 게이퍼드 지음 |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2012.10.24

 

 

1960년대 영국 현대미술의 대표주자이자 새로운 포토 콜라주 사진가, 일러스트레이터, 판화가, 무대 미술가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로 작품활동을 해 온 영국 최고의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활약을 펼친 그가 다시 그림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물들을 그럴듯한 공간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드로잉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디지털로 수정한 사진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그런 사진 속 공간은 그럴듯하지 않습니다. 디지털은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요즘 나는 그 출처가 무엇이든 어떤 종류의 사진도 믿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대한 특정한 종류의 언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로 그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미술의 기본은 ‘드로잉’이다. ‘드로잉’은 사물을 묘사하는 일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고 재배치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미술가는 관찰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이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고유한 관점을 요구한다. 그 과정 중에 사진으로 찍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디테일이 회화에는 중심 주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만약 그 풀을 사진으로만 찍는다면, 당신은 드로잉 할 때만큼 풀을 유심히 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겁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

 

다양한 미디어 아트가 득세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인간 (Homo Pictor, 호모 픽토르)’ 즉 회화작가는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바라보는 것’이 모든 미술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관찰을 통한 드로잉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면 이제 미디어를 선택할 때이다.’라고 말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에게는 매체는 드로잉을 구체화 하기 위한 선택일 뿐 시작과 끝은 드로잉, 즉 ‘그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림은 우리를 매혹하고, 우리가 보는 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세상의 모든 훌륭한 화가들은 우리 주변의 세상을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더 흥미롭고 불가사의하게 만들어주지요. 이것이 바로 그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호크니는 사고의 범위, 대담함, 열정에 있어서 비범한 면이 있는 예술가입니다. 그가 끊임없이 몰두하는 문제는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인류가 그것을 어떻게 재현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즉, 사람과 그림에 대한 것이지요. 이것은 광범위하고도 심오한 질문이며,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 마틴 게이퍼드의 ‘서문’ 중에서

 

내가 본 세계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그 고민의 출발점은 드로잉, 그림이다.

드로잉은 사물과 내가 만나는 방식을 재현한다.

그래서 모든 미술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림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