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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뿌리내린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예술로부터 나를 지키는 겨울나기

109 백구(김지영) 사람과 공간의 관계에 대해 드로잉과 설치로 풀어내는 미술가이자 지치지 않고 함께 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노동자이다. 개인전 《싱잉노즈》, 《flag》를 했으며 <등장인물>, <어라운드 마로니에>의 무대미술을 맡았다. 매주 목요일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zine)을 만드는 수업을 함께 한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개인들의 만남으로 서로를 지지하는 둘레를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있다. whitenightkim@gmail.com 인스타그램 @whitenightkim

진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여행으로 충전하는 법

글을 의뢰받고 주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행으로 충전하는 법’. 가만, 내가 충전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게 언제였던가. 사업을 시작하고 일로, 출장으로 다닌 곳들은 있었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났던 게 전생의 일처럼 까마득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전 인류의 발목을 부여잡기 전, 나는 방랑벽의 화신처럼 이곳저곳을 기웃댔다. 유독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겨울이면 계절을 거슬러 여름의 나라에 당도해서야 마음이 놓이곤 했다. 낯선 나라의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며 얼마나 황홀했는지 잊고 지낸 것 같아 조금 착잡한 기분이 되었다. 여행을 위해 가방을 꾸리던

치열하면서도 편안하게, 쓸모를 잊고 나답게

최선영 문화예술기획자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그사이를 천천히 세어보면 딱 6일이 남는다. 나는 이 여섯 날을 일 년 중 가장 애매하고 미묘한 기간이라 여긴다. 거리에 캐럴은 멎었지만, 듬성듬성 트리는 남은 상태, 그렇다고 새해 다짐인 운동을 당장 시작하기엔 좀 이른 날들 말이다. 문화예술 영역에서 이래저래 활동하는 나에게는 매년 겨울이 내내 그런 꼴이다. 다 같이 힘주어 벌인 전시와 공연과 행사와 프로그램과 수업과 워크숍이 모두 끝나고, 누구 기획자가 몸살이 났다는 소식도 뜸해질 무렵이면 마법처럼 사방이 고요해진다. 덩달아 사라진 일거리에 심란해 해봤자 답은 없고, 그럴싸한 계획이라도 세워야

공허와 불안이 아닌, 가능성과 열정을 채우는 시간

사회예술강사가 사이의 시간을 건너는 방법

연구와 도전의 시간 2022년 복지시설 이용자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 <창작 실험 프로젝트>를 계기로 ‘창조적파쏭쏭’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창작 실험 프로젝트>는 아동·노인·장애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으로 예술강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선생님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때 마침 산본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서 수업했던 우리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필요했다. 이곳에 참여자들은 언어소통이 매우 힘들었다. 대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상대 말을 따라 하는 정도였고 질문에 좋고 나쁨도 간단하게 표현할 뿐이었다. 수업 중 답문이 오고 가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연극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가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