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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과 우월을 벗어나 고유하며 조화하기

지역 절대주의의 오류를 바로잡으려면

문화예술계에는 지역문화 절대주의자가 많다. ‘우리 지역, 우리 역사, 우리 예술, 우리 문화’를 절대 선(善)으로 놓고, 교육하고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지역문화 절대주의자들이다. 이 문맥의 ‘사람들’에는 예술가, 교육자, 매개자, 기획자, 연구자, 행정공무원, 정치가 등이 속한다. 이들에게 ‘우리 공간’은 선(善)이고 다른 공간은 타자일 뿐이다. 이것은 분명한 오류다. ‘우리 지역문화’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민족문화, 다른 지역의 문화, 세계의 보편문화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지역문화진흥법」 2조 1항이 규정하는 지역문화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인식의 포문을 여는 ‘도입 장인’

아트로협동조합의 문화다양성 활동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트로협동조합(이하 아트로)은 ‘일상 속 문제를 문화예술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한다’라는 모토가 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딴지 걸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한단다. ‘뭔데 어떻게 해결을 해?’ 이런 약간의 논쟁적 뉘앙스 말이다. 그래서 그들 간에 이 모토를 두고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참고로 아트로 조합원들은 대표로서 각각의 역할을 동등하게 하고 있으며, 토론을 즐긴다. 아트로에 생기는 각종 이슈마다 각자 최선의 논리로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의견의 타협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누군가는 ‘해결’이라는 단어를

경계 짓되 분리하지 않는 조화를 위하여

공존을 위한 각성과 시도

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잠들지 못한 첫새벽에 인왕산에 숨어들었다. 숲이 이루는 수많은 무늬와 무한한 초록에 매료되었다. 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여기던 내가 인왕산에서 깊은 위안과 야생의 위로를 받았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연과 격리된 채 자란 나에겐 의외의 경험이었다. 그렇게 산을 드나들던 어느 날, 누워서 주변을 돌아보던 나는 내가 인왕산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의 문턱에 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 흰색 꽃자루가 하늘거리는 큰까치수염, 개울가 바위 구석구석에 피는 흰털머위꽃은-나중에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는-그냥

생태적 삶을 향한 은근한 미학적 저항

전원길 자연미술가,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전시감독

코로나19의 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구는 이미 인류세에 접어들었고 그 파국의 위기가 도래한 듯 인간의 삶이 멈춰 섰다. 이미 오래전에 ‘멈춤’을 실천했어야 했다. 멈추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자연미술가 전원길의 삶은 느린 삶이다. 그 삶의 수행에서 생태적 삶의 대안은 무엇인지 물었다. 지난해 하동에서 열린 ‘차밭을 걷다’ 프로젝트를 아주 흥미롭게 보았다. 작가님도 참여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 경남 하동군 악양의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에서 일하는 전민정 선생이 하동 차밭에서 야외설치미술전을 하면 어떻겠냐며 찾아왔다.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단순히 차밭에 작품을 놓는 것보다는 그 지역의

예술과 기술의 최전선에서 공명하는 따뜻한 소리

편집위원이 만나다⑥ 권병준 미디어 아티스트

마이크를 통해 입속의 노래를 내뱉던 뮤지션 권병준이 이제는 마이크의 지향을 밖으로 돌려 세상의 소리를 담아내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다. 권병준의 사운드는 우리 사회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속도에 매몰된 기계문명의 허를 찔러왔다. 인간을 사색과 휴식으로 이끌며 서로 공명하는 기술을 발굴해온 것이다. 온갖 새로운 악기들이 태어나 숨 쉬고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예술의 기술적 구현을 함께 궁리했다. 작업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개척해왔다. 예술적 영감을 기술로 구현하다 보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겠지만, 기술 덕택에 예술적 영감이 애초 예측을 넘어 확장되었던 경우도 만날 듯하다.

로컬의 미래는 행복의 경제학에 있다

인문과 교육

『로컬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남해의봄날, 2018) 『엄마는 누가 돌보지?』 (C.J. 슈나이더, 서유재, 2017) 『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행복의 경제학』에는 퍽 강렬한 장면이 등장한다. 1970년대 중반 히말라야 오지에 있는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라다크(Ladakh) 공동체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곳의 한 청년에게 “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보여달라”고 말하자 청년은 “여기에는 그런 집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가난’이라는 개념 자체가 검소한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협동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라다크 사회에는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약 십 년 후쯤 헬레나가 라다크를 다시 찾았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