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노동'

최신기사

그 마음이 노동이다

인공지능 시대, 일을 대하는 마음

‘라떼는 말야’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나 때는 말야. 녹취 풀어주는 프로그램, 그런 게 어디 있어. 일일이 다 듣고 타자 쳐서 말을 받아적는 거야. 한 시간짜리 인터뷰를 반나절에 걸쳐 풀고 그랬어. 요즘은 아주 편해졌지.”그렇다. 이 말 하는 순간 ‘꼰대 인증’이다. 입 밖으로 뱉지 않는다. 입을 다물 수 있는 건 카세트만 한 녹음기를 들고 다니던 선배들이 떠오른 덕분이다. 그들에 비한다면 나야말로 편해졌다. 더구나 ‘나 때는’이라 부를 것도 없다. 나 또한 AI 음성 인식 서비스(클로바노트 같은 것)가 생긴 후 편히(?) 녹취를 푸는 요즘의

허구의 안전함, 허구의 상상력, 허구의 진실됨

이란희 영화감독·예술교육가

이란희 감독의 신작 <3학년 2학기>가 개봉했다. 직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창우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3학년 2학기. 졸업 전에 실습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고 싶었던 곳은 떨어지고 선생님이 권하는 곳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엄마도 답을 줄 수는 없다. 창우는 심드렁한 친구 우재와 함께 결국 출근을 시작한다. 서투른 창우는 일을 배우면서 이런저런 실수를 하고 일을 가르치고 시키는 공장의 ‘어른들’은 그런 창우에게 무뚝뚝하다. 공장만이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동생 영우의 학원비며, 전세금이며 빠듯한 살림살이에 이제 창우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의

누가 기후위기를 일으켰나

지구를 살리는 디자인

“2020년 11월 19일,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8.2mm를 넘어서 최다 강수량이었습니다. 또 기존 최고 기온인 2011년 11월 5일 16.4도 보다 0.7도가 더 올라간 17.1도로 11월 아침 기온 중 가장 높은 날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매일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최다 강수량과 최고 기온만이 아니라, 가장 적은 적설량, 가장 긴 장마, 가장 따듯한 겨울,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는 미세먼지 등 하루가 다르게 기후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하루 동안 봄바람이 불고, 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한라산엔 겨울 눈이 내렸다는 놀라운 소식이

세상에 길들지 않는 공부,
서로를 지키는 활동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내가 사는 아파트는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일요일 밤 10시 사이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을 수 있다. 주말 동안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경비아저씨들이 단도리해놓으면 월요일 이른 아침 묵직한 엔진소리가 다소 시끄러운, 붉은 갈색의 수거 차량이 아파트 단지 입구를 돌며 실어 간다. 매주 보았던 풍경인데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의 박영길 활동가(대표)를 만나고 온 후부터 이 수거 차량의 기계 짓을 베란다 너머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먹는 일에 힘주는 사람들 박영길 활동가는 공룡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2천여 평의 밭을 일구는 일도 그의 담당이다.

적정한 노동과 기술,
우리가 만나야 할 ‘진짜’ 세계

‘나무방귀 스토브 워크숍’에서 일어난 일

나무방귀 스토브는 적정기술의 하나인 우드가스 스토브를 임의로 번역한 용어로 나무는 타지 않고 나무가 품고 있는 가스 성분만 태우며 숯을 남기는 원리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워크숍은 <이글이글 스토브> <보글보글 스토브> <나무방귀 스토브로 라면과 달고나> 등의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을 하면 삶은 질식되어 죽어간다. – 알베르 카뮈 – 에피소드Ⅰ: 진짜 성냥의 공포 첫날, 스토브의 원리와 성능을 선보이기 위해서 성냥에 불을 붙였다. 순간 아이들(초5~중2)의 입에서 오! 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성냥불이 이처럼 놀랍고 신기해 보인다니

현실에 발붙인 철학과 실천,
노동의 가치

차세대 예술 종사자에 필요한 교육

사실 ‘교육’은 예술가를 양성할 수 없다.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는 필요 없다. 진정한 예술은 안락한 책걸상이 아닌 땀내 풍기는 삶의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참 많은 문장을 쓰고, 지웠다. ‘대학’ ‘예술’ ‘교육’ 각각의 단어만으로도 할 말이 참 많은데, 이들이 뒤엉켜 있으니 참 난감하다. 예술대학이 커리큘럼을 개선하면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을까? 아니,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으로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전제부터 틀렸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와 당신이 생각하는 ‘예술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대학은 우리 사회의 차세대를 양성한다. 예술대학은 ‘예술계’ 차세대를 양성하는 보고다. 이제

일터에서 삶의 행복을 주는 근로자 문화예술교육

2016 아르떼 인포그래픽⑨ 근로자 문화예술교육

오늘날 개인의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일상과 직장에서의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OECD에서 발표한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을 살펴보면, 93개국 평균 1,766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집계된 반면

본능은 공간을 상상한다

상상력을 깨우는 공간

어렸을 적 가장 즐겨 놀던 놀이기구는 정글짐이었다. 정글짐은 나무나 철봉을 종횡으로 연결해서 만든 상자 사다리다. 나는 정글짐 위로 오르고, 뛰어 내리고, 회전하고, 건너뛰고, 통과하고 걸터앉으며 놀았다. 정글짐은 나의 상상 속에서 밀림이 되고, 높은 마천루가 되고, 전쟁터가 되거나 동굴이 되었다. 성공적인 놀이터와 시설은 언제나 아이들의 상상 속 공간과 중첩된다. 아이들은 놀이 공간과 주어진 놀이 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새롭게 발견하고 창조한다. 과거 학교 운동장을 제외하고 변변한 놀이기구를 찾을 수 없던 시절 아이들은 오징어 가이상, 장석 치기, 땅따먹기와 같은 놀이를 즐겼다. 단지 땅 위에 활석으로 선을 긋고 다양한 놀이의 규칙이 적용되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