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꿈다락토요문화학교 – 주말문화여행 ‘소리 여행 스케치’ –
# 박진영씨(40)는 딸과 함께 순천만습지로 청각 문화예술여행을 떠나 특별한 주말을 보냈다. 그동안은 예쁜 것, 특이하고 멋진 곳을 ‘보는’ 여행에 집중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는 ‘듣는’ 여행을 했다. 갈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 습지를 오고가는 철새소리를 딸과 함께 들으며 소리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여행을 함께한 딸과 딸의 친구들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여행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 여행에 흥미가 생겼는지 다음에도 또 소리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는 딸의 목소리가 반갑다.
# 중학생 유연주양(14)은 가족과 함께 한 소리여행에서 만난 갈대소리와 파도소리에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느꼈다. 여행 초반에는 듣는 것에 집중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없이 바쁜 학교 생활로 돌아가서도 이번 소리 여행이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여행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건축물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 유명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서, 좋은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 그 종류는 다양하다. 다양한 목적의 여행 가운데 소리를 듣기 위한 여행, 소리를 찾아가는 여행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2017 꿈다락토요문화학교-주말문화여행 중 ‘소리여행스케치’는 말그대로 소리를 찾아가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들리는 것 보다 ‘듣는 것’에 집중하는 ‘소리여행스케치’
초겨울, 인적이 드문 길을 걷다보면 평소엔 들리지 않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지, 나무가 바람을 흔드는지, 내 눈과 마음에는 다른 이야기가 그려진다. 소리여행스케치를 기획·진행하고 있는 사운드아티스트 정만영 작가는 ‘그림을 찬찬히 감상하듯 소리에 귀 기울이다보면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은 아동·청소년을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여행에 참여하는 가족들은 1박 2일 동안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도 하고, 집음기와 같은 전문장비로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인상 깊었던 소리를 녹음하거나 그림으로 형상화 시켜보며 소리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지난 11월 11일~12일 양일간 전라남도 순천·여수에서는 4번째 ‘소리여행스케치’가 진행됐다. 3대가 함께 온 가족, 엄마아빠가 총 출동한 가족 등 다섯 가족이 함께한 청각여행을 따라가 보았다.
더 많은 것을 보게 해주는 ‘소리 듣기 트레이닝’
첫 날 여행은 생태계의 소리가 풍성한 순천만습지에서 시작됐다. 정만영 작가는 “일상 속에는 수없이 다양한 소리가 존재한다. 자동차의 경적이나 길가에서 쉼 없이 들려오는 음악소리 등 크고 자극적인 소리들이 넘쳐난다. 이 소리들 때문에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와 같은 자연과 일상의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며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보는 것을 제안했다. 참가자들은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한 걸음씩 자리를 옮겼다. 산책하며 주변의 소리를 듣고, 들리는 소리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찰나의 생각과 감정을 잊지 않게 기록했다. 어른, 아이아이 할 것 없이 바람 소리를 물결 모양으로, 사람들이 나뭇잎 밟는 소리를 삼각형 등으로 그리며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소리 듣기 트레이닝 후, 가족들은 순천만을 둘러보며 그 곳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를 전문 장비로 들었다. 작가의 전문 장비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들어본 가족들은 “바람이 살아있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소리가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이다” “바람소리가 말도 안 되게 크게 들려서 깜짝 놀랐다”며 신기해했다.
참가자들은 가족별로 1개씩 나눠준 집음기를 통해 평소 지나치기 쉬웠던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갈대 소리 등을 더욱 자세히 들었다. 순천만습지 곳곳을 누비는 아이들은 “우와 ~ 갈대가 움직일 때도 소리가 나요”, “보이지도 않는 새소리가 들린다! 너무 신기하다” 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익숙한 소리에 집중해 들어보며 소리가 주는 편안함을 느꼈다.
소리 추억을 남기는 특별한 가족여행
순천만습지를 산책하며 들었던 인상 깊은 소리는 스마트폰에 담았다. “손수건으로 스마트폰의 마이크 부분을 감싸면 소리를 깔끔하게 녹음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손수건을 스마트폰에 둘러 소리 녹음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엄마랑 낙엽 밟는 소리, 11월 11일 오후 3시 순천만”이라고 소리 마킹을 하며, 좋은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순천만 곳곳을 뛰어다녔다.
다음날에는 자갈밭과 모래사장 모두를 만날 수 있는 여수 모사금 해수욕장에서 소리 여행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돌에 부딪혀 파도가 밀려가는 소리, 모래가 파도에 쓸려가는 소리 등 다양한 바다의 소리를 집음기로 듣고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며 추억을 남겼다. 또한, 바다에 물수제비를 띄울 때 나는 소리를 들으며, 소리를 만드는 즐거움도 맛보았다. 여행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엄마랑 형이랑 바닷가에 놀러온 것도 좋았고, 같이 재밌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며 소리 여행의 감동을 전했다.
예술가와 아동·청소년을 동반한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은 2017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참여 가족들은 예술을 매개로 자신들만의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으로는 ▲작가가 2년간 소리를 녹음했던 곳을 방문하여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유한 소리를 채집해보는 ‘소리여행스케치'(사운드아트), ▲해변을 거닐며 자연을 통해 받은 영감을 바느질 인형, 지우개 도장으로 만들어보는 ‘땀친구 함께파'(공예), ▲여행지를 주제로 짧은 글을 짓고, 각각의 단어를 사진으로 표현하여 가족의 앨범을 만들어보는 ‘단 한줄의 필름'(사진) ▲’1,2,3 투어'(문학), ▲’상상굴'(애니메이션), ▲’물길따라 그림여행'(드로잉)이 있다.
‘주말문화여행’의 과정을 담아 누구나 본인만의 예술 여행을 떠나볼 수 있도록 예술여행 가이드북도 제작된다. 가이드북에는 여행 동선, 여행지에서의 활동하는 모습과 작업 결과물 등이 담긴다. 예술가가 여행지를 예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 가족예술여행을 주제로 한 예술가별 팁 등도 소개되어 자발적인 예술 여행이 가능한 가이드북으로 만들 예정이다.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0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