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으로 시작되는 사소한 감정들이 예술이 되기까지

 

예술을 제대로 느끼려면 솔직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짜고짜 처음부터 잘 모르겠다고 고백해버린 작가는, 한참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니 좀 알게 되더라고 말한다. 안심이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의 ‘시작’도 나와 다를 게 없구나.

 

관계를 갖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작품과 나를 연결하는 감성의 키워드를 정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니 정답은 아니지만, 보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름의 설명이 가능해졌다. 내가 느낀 것을 작가도 느꼈을 것이라 대담하게 확신해 버리는 귀납법으로 가득 차 있다. 묘한 설득력이다.

 

해석은 애초부터 필요치 않은 것이었다. 작가를 알지 못하면 그 작품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 지배하는 순간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말한다. ‘질투’라는 작품의 접촉 이전에 지독한 질투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식이다. ‘삶’과 ‘예술’은 분리해 설명할 수 없으니까. 이 과정에서 섬세함과 예민함이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느낀 것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통찰력이 더 큰 덕목이다.

 

저자는 답을 내부에서 찾아 확인하고 확대하라고 부추긴다. 그것이 예술에 친근해지는 지름길이란 주장이다. 작품과 작품, 작가와 작가, 인식과 사건들을 자유롭게 연결 지어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걸로 다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고흐, 피나 바우쉬, 사라문, 베케트, 기형도, 뭉크 등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그 방법을 지나치리만큼 친절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