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유럽 다문화도시 심포지엄
최근 외국인 거주민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는 이 시대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국다문화학회 일본국제교류기금 주한일본대사관이 공동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한·일·유럽 다문화도시 심포지엄’이 지난 8월 19일 서울 중구 충무로 포스트타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해외에서는 ‘다문화’를 도시발전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럽에서는 다문화를 도시의 활력과 혁신, 창조, 성장의 원천으로 삼는 ‘인터컬처럴 시티(Inter-Cultural City)’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유럽평의회가 중심이 되어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인터컬처럴 시티 프로그램’에서는 그 취지를 함께하는 유럽의 21개 도시가 동참하여,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레나 기디코바 유럽평의회 인터컬처럴 시티 프로젝트 매니저는 ‘동화정책’으로 시작한 이주민 정책을 ‘다문화정책’으로 모색해 온 결과 다른 다양성을 생각한다는 개념으로서 이문화 간의 대화 정책을 모색하는 인터컬처럴 시티가 등장했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방침을 운영해 나갈 연대 도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다양성이 가진 우위점은 무엇일까’라는 그녀의 질문에 대해 제시된 답으로 ‘융합은 곧 창조와 혁신’이라는 내용이 필자의 마음 속에 개인적으로 와닿았다.
즉, ‘다문화정책’이라는 단어에는 다른 문화를 하나로 묶는다는 방향성이 느껴지지만, ‘이문화 간의 대화 정책’이라는 말에는 이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이해한다는 취지가 느껴져 다문화가정을 꾸려 가는 결혼이주여성인 필자에게 희망과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문화 대화 정책의구체적인 사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페인 한 지역민속축제 였다. 축제에 이주민도 적극 참여하게 하여 같이 몸을 던지고 축제 행위를 함께한다는 단순한 실천이었으나, 그것에는 지역공동체의 동일한 목표와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공유하자는 ‘환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여져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주민이 느끼는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특별히 여기지 않는 정책을 실천하여 이주민을 다른 배경을 가진 동일한 지역 주민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가운데 이문화간의 대화를 실천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인터컬처럴 시티의 방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생활해 나가는 터전
일본의 경우 외국인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국적과 민족이 서로 다른 주민들이 공존하는 지역 만들기를 위해 ‘다문화 사회’의 관점에서 많은 정책들이 실천되고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도쿄 오타구, 그리고 신주쿠구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신주쿠구는 도쿄에서도 가장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다. 주민의 10.7%가 외국인이며 그 중에서 한국 및 조선국적자가 40%에 육박한다. 하여 신주쿠구는 ‘외국인 집주도시회의’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이승민 신주쿠구 한인발전위원회 사무국장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 한인회 등 한국인 커뮤니티는 지역발전 공헌활동(쓰레기 줍기 등), 지역축제 적극 참여, 한국어 교실 개최 등을 펼치며 일본인 주민과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의 다문화 이해도가 높아졌으며 2012년 외국인 주민이 구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문화 공생 추진회의(가칭)’ 설치 제도화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오타구는 외국인 인구가 2%대이나 최근 국제공항화가 진행되고 있는 하네다 공항의 소재지이며, 국제화에 힘쓰고 있는 공업도시다. 오타구 국제도시과 이노우에 다카요시 과장은 오타구 ‘다문화 공생추진센터’가 작년 9월 문을 열었으며 다문화 공생 이벤트 등을 개최하며 일본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이 서로를 알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외국인을 적극 기용하여 ‘쿨한 오타구 대사’라는 인재를 양성, 오타구의 홍보에 적극 기용하기도 하며 ‘국제교류자원봉사자 양성 강좌’등의 기회를 마련, 구민들이 적극적으로 다문화간 교류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정책 방식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한국의 사례를 발표한 박세훈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다문화 정책의 과제는 ‘지방화(localization)’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서구 도시들이 정책목표로 삼는 ‘다양하며 통합된 도시’는 한국의 도시에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며 “한국 지자체들도 이주민의 지원과 사회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의 존재는 한 도시의 문화적 자산이자 활력 요소지만 외국인 주민이 지역사회에 동화되지 못할 경우 사회 갈등 요인이 된다는 점을 밝히며 지자체의 행정 참여 유도, 지역환경 개선 등의 노력을 통해 다양하고 수준있는 지역밀착사업을 기획해야 다문화가 진정한 지역 발전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각국의 사정을 통해 자국의 문제해결과 발전을 기대
이번 심포지엄의 개최 실무자인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일본어일본연구부장 소고 슌스케 부장은 심포지엄 개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올 3월 <韓日新時代: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라는 명칭으로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일본 외무성이 문화사업을 계획하고 실시하였습니다. 이 사업의 특색은 공통과제, 젊은 세대, 협동을 키워드로 일방적인 문화소개를 넘어 한국과 일본이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개최 일정이 연기되었으나, 올 8월 마침내 심포지엄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이어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은 것이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모습”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양국 관계자들이 서로 각국의 사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국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밑거름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망을 밝혔다.
이제 한국도 다문화 정책의 기로에 서 있다. 처음 정부 중심으로 출발한 다문화 정책은 짧은 시간 동안 외적으로 놀라울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기에 외형적 성장만큼 내실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외국인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적응했으며, 얼마나 깊이 지역사회 문화 구축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면 아직은 그 속도가 빠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각국의 사례를 접하면서 오히려 농촌지역과 같은 마을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는 곳에서부터 이주민들이 그들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문화를 가진 젊은 세대로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또한 지역의 미래를 담당할 다문화 자녀를 낳아 키우면서 앞으로의 문화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다문화는 ‘적응’의 시기를 넘어 다채로운 문화의 장점과 효용을 살려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 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_야마다 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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