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 ‘미숙아 놀자!’ 미술 체험 워크숍
내 앞에 놓여 있는 달걀을 보며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를 고민한 적이 있는가? 이곳에 달걀 하나를 두고 그보다 진지한 생각을 기울이는 친구들이 있다. 전시를 감상하고 전시 작품의 개념과 제작방식을 체험해보는 독특한 워크숍 현장을 찾았다.
내 앞에 놓인 계란 하나!
“이거 진짜 빈계란 맞아요? 구멍을 뚫은 자국이 안 보이는데요?” 손에 쥐고 있는 계란을 조물조물 만지던 한 어린이가 신기함을 감출 줄 모른다. 29일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에는 오후 1시가 되자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미술관에 놀러오기 시작한다. 공중에 매달려 있고, 벽에 붙어 있는 신기한 형태의 미술작품들을 둘러보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작품 앞에 놓여 있는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이들 앞에는 이내 동글동글한 계란 하나가 놓여진다.
예술 작품 감상과 체험을 한 자리에!
어린이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 놀러온 이곳은 봉산문화회관 제3전시실. ‘미숙아 놀자’ 미술체험 워크숍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들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이 워크숍을 통해 참여자들은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감상은 물론, 예술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워크숍의 제목처럼,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의미를 찾기보다는 재미있게 놀며, 느끼며, 즐기며 가면 되는 것이다.
“자 계란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어요?” 능숙한 한국말 덕분에 참가자들은 전혀 눈치 못 챌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워크숍의 한 부분을 맡은 지역 예술인은 일본인 카와타 츠요시씨다. 그는 이전부터 작품전시를 꾸준히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왔다. “일본에서 워크숍의 의미는 체험식 강좌라는 의미에요.” 카와타 츠요시씨는 워크숍을 통해 참여자들의 반응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고, 자기 자신의 작품에 더욱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계란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요!
계란의 형태를 관찰하며 참가자들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한다. 그것이 정해지면 계란의 형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그림으로 그리고 모양을 만든다. 참가자들은 계란의 형태를 가지고 북극곰을 상상하기도, 탱크를 상상하기도 한다. 튼튼한 탱크의 바퀴가 계란 아랫부분에 붙고, 날렵한 총이 계란 위에 올려 진다.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참가자들의 작품을 보며 카와타 츠요시씨는 “어린 아이들도 계란을 이용한 멋진 작품들을 만들 수 있어요. 계란의 모양이 예쁘거든요. 그 힘을 빌려 좋은 작품들이 많이 탄생합니다.”라며 말했다.
의미를 찾기보다 즐기자!
원하는 모양이 모두 완성되면 참여자들은 각자가 상상하는 대로 색칠을 하면 된다. 북극곰의 눈을 칠하던 한 어린이는 그만 눈이 판다처럼 커져버렸지만, 그래도 그것이 더 즐겁기만 하다. “미술은 매우 감각적인 장르의 예술이에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은가에 초점을 두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작품의 의미를 더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본 적이 없는 낯선 형태가 눈앞에 나타나면 그것을 보고 느끼기 보다는 의미를 찾으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미술도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감상하던 한 학생 중에는 몇 일전 워크숍에 참여하였던 친구도 있었다. 자신이 만든 계란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보아뱀은 제가 만들었어요. 계란을 이용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만들면서 이것저것 생각도 많이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오늘의 경험이 또 다른 발전으로..
카와타 츠요시씨는 어린 시절 계란 껍데기를 이용해 미술작품을 만들어보던 것을 떠올렸다. “어릴 때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현재의 작품 활동에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그의 경험처럼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도 작품을 만든 창작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재창조를 통해 작품을 바라보게 된 오늘의 참가자들. 오늘의 소중한 체험이 자신만의 경험이 되어 앞으로의 그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글.사진_허선윤 대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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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맛본 맛은 잊지 못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