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신나는 여름방학!!!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여름방학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곤혹스러운 기간이다. 선행학습이며, 학기 중에는 뒤쳐진 예체능 과목까지 섭렵해야하는, 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오히려 더 힘든 기간이다. 간혹 아이들이 좋아하는 캠프가 여럿 있긴 하지만 학교 수업과 관련이 되어 있거나 단순히 놀이만을 강조하는 진정 즐거운 캠프는 찾기 힘들다.

그런 아이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캠프가 열렸다. 창의디자인 예술캠프!!

이름부터가 수상한 이 캠프는 2011년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2박 3일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수상한 교육문화공동체 결에서 진행하였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캠프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도시와 관련된 미션을 제시하고 10명씩 조별로 그 미션을 해결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참가자들은 광주의 문화공간 탐방과 특별강사의 강의 및 토론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 다양한 방식으로 미션을 해결해야한다. 이번에 진행된 미션은 바로 중고등학생이 도시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그러나 관심 밖의 공간이었던 버스정류장! 참가자들은 이 버스정류장을 창의적 발상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하여 기존의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캠프 마지막 날, 10개 조가 모여 모형을 제작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 여기저기서 뚝딱 뚝딱, 쓱싹 쓱싹… 공구 쓰는 소리와 함께 토론을 하다가 이것저것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느라 여념없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각 조의 미션 수행 결과물들을 둘러보니 청소년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 한 몫을 한다. 불편하고 더러워서 앉기조차 싫었던 정류장의 의자를 안방의 편안한 침대처럼 바꾸기도 하고, 항상 주위에 쓰레기가 널려있던 정류장에 물고기 모양의 예쁜 쓰레기통도 설치하기도 한다. 물고기가 쓰레기를 먹는 재미난 느낌과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무데나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소녀시대’ 조는 피아노 건반 모양의 지붕을 얹고 자전거 이용객들의 안전을 고려해 자전거 전용 지하도로도 만들었다. 물론 피아노 컨셉에 맞게 이어폰을 꽂으면 아름다운 음악도 감상할 수 있는 행복한 버스정류장이다.

조별로 신청한 아이들이 많지만 간혹 과감하게 혼자 캠프를 찾은 친구도 있다. 쑥스럽고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처음엔 그랬지만 그래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단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들도 하게 되고 언니들과도 친해지고…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오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친구들도 같이…

아이들의 손은 이미 얼룩덜룩 물감이 묻고, 서투른 망치질에 상처가 나 밴드를 붙이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그런데도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다. 단순한 학교생활과 뻔히 정해져 있는 공부방식에 익숙해져 있을텐데도 이 갑작스러운 미션 수행이 상당히 즐거운 모양이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창의적인 발상을 배우고, 광주지역의 문화공간을 찾아다니며 그 의미를 깨닫고, 가장 가까이에서 접했던 버스정류장에 대한 깜찍한 디자인을 실행하는 것. 그것을 통해 아이들은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낀다.

이 캠프에 참가한 100명의 청소년들은 남과 다른 방식의 생각이 통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직접 실행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겪고 배우면서 어쩌면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발견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답이 없는 즐거운 상상이 존재하는 이 예술캠프에서 아이들의 순수함과 열정이 각각 다른 재미난 버스정류장을 만들었다.

이제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전과는 다를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버스정류장이 즐거운 상상의 아이템이 되었던 것처럼 이 도시의 다양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던 많은 것들에 물음표를 던지고 다시 즐거운 상상을 보태,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는 시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밝아지리라. 이 아이들의 건강한 시선을 통해 조금씩 변화발전하게 될테니까.

글.사진_정선희 광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