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이어주는 문화예술교육의 힘!

 


 

이른 아침, 서둘러 길을 재촉해 내려간 도시 청주는 서울보다 바람이 매서웠다. 빌딩 사이를 휘몰아치는 바람은 ‘웅~’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바람을 따라 충북도청을 끼고 도니 바쁜 도심 속에 고즈넉이 자리한 하얀 건물이 눈에 띈다. 청주지역 자유총연맹 건물 4층에 위치한 생활친화적문화예술공간 ‘아르온’은 여느 때와 달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의 북적거림에 정신이 없었다.
무대를 중심으로 3면에 객석을 둔 이 공간에서 청소년 동아리 한마당 “2006 我 YOU READY?”의 축제가 시작되자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청주 민예총과 흥덕문화의집이 진행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2006 청주 학교-지역사회연계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 결과물을 선보인 이날 발표회에는 산남 복지관과 청주 맹학교 등 특수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마주치는 손’ 프로젝트 홍보 게시물

 

서로 마음을 여는 축제의 장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된 발표회는 우선 참여한 학생들과 연극놀이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올해 연극분야를 지도한 김옥희 예술강사의 지도아래 초ㆍ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오빠, 언니, 동생들이 학년을 초월해 하나가 되는 모습이다. 추운 날씨와 각 학교의 일정으로 인해 참여 학교가 많이 줄었지만 아이들의 열기는 더없이 후끈했다.
“청주지역 11개 초ㆍ중ㆍ고등학교가 그 동안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갈고 닦은 솜씨를 보여주려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교가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열기가 뜨거워서 힘이 납니다. 4개 학교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겁니다.”
발표회를 준비한 흥남문화의집 이광진 기획팀장은 참여하려했던 학교들이 불가피한 이유로 오지 못했지만 무대에 오를 공연은 감동적일 거라며 상황을 전했다. 공연장 로비에 전시된 아이들의 작품은 그간 진행된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전개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놓고 있었다. 용담초등학교 학생들의 박물관 연계 시각예술 프로그램과 청주동중학교 학생들의 축제개발 시각예술 프로그램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 전시됐고 찰흙으로 만든 아이들의 작품이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일년의 성과물을 한자리에

 

“야! 줄맞춰서 들어가야지 연습한대로 해!”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등장에 무대가 들썩인 후 첫 공연이 시작됐다. 청주 가경초등학교 4학년5반 학생들의 ‘국악 전래동요 놀이’는 손바닥 장단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조막만한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경남 통영지방 전래민요인 개타령을 부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부끄럼 반 뿌듯함 반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노래 부르기를 멈추지 않은 아이들은 우뢰 같은 박수가 터지자 손을 들고 함께 환호했다.

두 번째 무대는 산남종합사회복지관 풍물동아리의 ‘재미있는 우리가락’으로 이어졌다. 청주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한 9명의 정신지체아들이 풍물패 복장을 하고 각자 징, 장구, 꽹과리 앞에 섰다. 아들, 딸이 무대에 선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눈에는 이미 이슬이 맺혀 있었다. 한 어머니는 “이제껏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실수 없는 공연을 기원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정신지체아들의 풍물놀이는 정제되거나 세련되진 않았지만 무한한 감동을 낳았다. 서로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며 집중하는 모습은 정신지체아에 대한 그 동안의 편견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처음 복지관을 찾았을 때, 어머니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갖지 말라고. 아이들이 산만하고 때로 포악스럽다고. 또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에서는 따라하지만 뒤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고. 하지만 보세요. 우리 아이들도 정말 잘 할 수 있잖아요!”
산남종합사회복지관 풍물동아리의 공연이 끝난 후 청주 민예총과 함께 공연을 주최한 흥덕문화의집 김희식 관장은 그 동안의 일을 회상하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주 맹학교 풍물반 학생들의 ‘앉은 반 사물놀이’가 시작되자 객석의 관객은 어깨를 들썩이며 박자를 맞춰나갔다. 비록 객석의 반응을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무대 위의 아이들은 관객의 추임새와 손바닥 장단에 신명나는 소리를 쏟아냈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신체적 결함은 마음과 마음의 소통으로 치유되며 더 이상 제약이 될 수 없었다.

 


신명나는 풍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풍물놀이의 신명나는 가락이 펼쳐진 후 청주미평고등학교 연극반 학생들의 영상물이 상영됐다. 청주 미평 고등학교는 청주지역 소년원 학생들을 위한 고등학교. ‘춤추는 희망’이란 연극을 공연하기로 했으나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관계로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담은 영상물이 이들의 연극을 대신했다. 아이들 연극을 지도한 흥남문화의집 이광진 팀장은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지만 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공연할 수 없었다”며 “며칠 후 미평 고등학교에서 관객을 초대해 상연할 계획”이라고 아쉬워했다.

마지막 무대는 오창고등학교 영화동아리가 직접 제작한 영화 ‘시험을 망쳤어’. 오창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돼 직접 제작한 이 영화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험을 테마로 친구들 간의 신의와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1학년 이수빈 학생은 “내신 성적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1학년이 스태프로 참여했고 2학년 선배들이 배우로 출연했다.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마음의 소통이 교육의 중심


‘앉은반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시간

 

공연을 마친 후, 무대에는 2006년도 청주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의 결과를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됐다. 흥덕문화의 집 김희식 관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그 동안의 사업결과 영상물 상영과 시범사업의 성과 발표가 이어졌다. 예술강사와 예술단체 등 3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성과발표회는 2년 간 진행된 청주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되돌아보고 올해 진행된 ‘마주치는 손’ 프로젝트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청주 민예총과 흥덕문화의집이 주관한 ‘마주치는 손’ 프로젝트는 2006년 청주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총괄하는 명칭. 올해는 연극 2개교, 영상 2개교, 전통음악 2개교, 특수학교 전통문화 3개교, 시각매체 1개교, 학교축제개발 1개교 등, 총 11개교가 6개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했다.
성과발표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야한다”며 늦은 시간까지 작년과 올해 진행된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장단점과 개선점을 논의했다.

 

흥덕문화의 집 김희식 관장

2년 간 청주 민예총과 함께 청주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운영한 흥덕문화의 집 김희식 관장은 아이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오늘은 청주 민예총과 흥덕문화의 집이 진행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보여준 것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것도 있고 각 동아리 활동, 지역연계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 중 오늘은 공연이 가능한 부분만 무대에 올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다행이다.”

– 청주지역 학교문화예술교육의 특징이 있다면?
“각 지역의 특색을 특화한 곳도 많은데 청주지역은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중점을 둔 분야는 ‘치유 프로그램’이었다. 사회 복지관이나 맹학교 등의 학생들에게 예술적 정서, 창의적 정서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이 음악, 미술 등의 교과목을 대신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가 기량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사업을 운영하며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의 욕심과 학교현장의 괴리가 심하다. 처음 학교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려 할 때 학교의 도움이 크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학교시험이나 과외가 우선인 아이들이 수업을 빠진다거나 예술강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작년보다 올해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존재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좋은 성과를 낸 프로그램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원인을 파악하고 현실과의 괴리를 분석, 기록하는 것이다. 청주의 지역적 정서를 다시 파악해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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