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여름장마가 끝난 다음날, 맑고 건조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하는 첫날이다. 오랜만에 맑고 투명한 날씨라 반갑지만 좀 덥군, 대공원역에 도착하자마자 얼음물 한 통을 사들고 현대미술관으로 향한다. 오전 아홉시 반에 수업이 시작하는데, 아이쿠야, 조금 늦었네. 소강당이 어디더라.
7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10일간 진행될 <초등교원 미술연수>를 시작했다. 웹진 ‘땡땡’은 그 중 한 꼭지인 ‘미술관과 연계하는 미술지도 방안 모색’ 강연을 참관하기로 했다. 미술교육/ 미술관/ 미술관 교육/ 학교연계, 어떤 방안이 모색될까?
소강당에 도착하니 마흔 명의 초등 교사들이 진지하게 강연을 듣고 있었다. 오늘의 강연자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의 백령 교수.
“가끔 선생님들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미술을 잘 못하는데요.”
“잘 하실 필요 없어요.”
“나는 미술을 잘 모르는데요.”
“잘 아실 필요 없…,
아니 잘 아셔야 돼요.”
사뭇 진지한 분위기의 수업이 진행되던 소강당에 살짝 웃음이 번진다.
현장의 소리가 없는 ‘방안 모색’은 자칫 공염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번 강연은 줄곧 초등학교 현장의 교사들의 목소리로부터 출발했다. 시스템에 촛점을 맞추기보다는 교실에서의 수업내용에 촛점을 맞춰 현장교사들에게 지침이나 제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수에 참가한 인천 가좌초등학교의 황지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미술교과를 가르치면서도 전공하는 사람 외에, 얼마나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연수 들으면서 미술이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초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연수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장의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기존의 미술교육이 너무나 실기위주였기에 교사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고민의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산 덕산 초등학교의 이승희 선생님은 실기위주의 미술교육이 ‘감상’을 소외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교육현장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주일에 두 시간인 미술시간에 찰흙, 수채화 수업 등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자기 작품, 친구들 작품을 들고 앞에 나와서 설명하고 질문할 시간이 없어요, 어쩔 땐 실기만 세 시간을 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감상을 종이에 써서 붙이고 끝인 경우가 많죠.” 감상수업을 잘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시던 이승희 선생님은 그렇지만, 이번 연수에서 감상지도에 대해 유익한 내용을 많이 얻어간다며 현장에 가서 동료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풍성한, 그리고 균형잡힌 미술교육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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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초등교사 미술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미술관 교육팀의 조장은씨는 이번 연수는 기존의 연수와 다르게 교육청의 여러 가지 기준과 성적산출에서 자유로운 연수라고 설명했다. 실제 학교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 실기수업의 꺼리, 아이디어 구상이 오갈 것이라고 했다. 10명의 교사들이 4개의 모둠을 만들고 지도안을 제작하게 된다고 한다. 아쉽게도 연수의 오전 프로그램에만 참가해서, 점심을 먹고 진행된 모둠 워크샵을 참관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그룹별 워크샵’을 약간 긴장/기대하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대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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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7차 교육과정 미술교과의 내용체계-‘미적체험’ ‘표현’ ‘감상’-가 조화를 이루려면, 실기위주로 편중된 교과과정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아이들이 ‘미적체험’과 ‘감상’을 정말로 ‘체험’하도록 할 수 있으려면, 교과서에서 평면적으로 나열돼 있는 작품들을 보는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감상교육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생생한 실물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미술관 연계 프로그램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술관이 미술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백령 교수님의 말처럼 ‘미술교육은 미술(창작물)에 관한 교육’이고 그 창작물을 보존, 연구, 전시하는 미술관은 생생한 체험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미술관의 교육주체와 교사들은 마치 일직선으로 뻗어 뺨을 때리는 듯한 따가운 여름햇살 속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강구해나가고 있었다. 이럴 경우, 정말 땀이 많이 난다. 미술관과 미술교육(공교육)의 연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땀을 흘리고 있는 만큼, 학교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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