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지리적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까이 위치한 이 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닮아있고 또 다를까?
지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2014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어린이를 위한 예술(Arts for Children)’이 일본 혼슈 요코하마에서 개최되었다. 2013년 서울 개최에 이어 올해는 일본 문화청 주관으로 3국의 문화예술교육 분야 전문가와 실천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포럼은 한중일 고등학생 20명이 함께 한 현대연극 워크숍(11.15-16)과 한중일 3국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현장 전문가 6인의 발제로 진행된 심포지엄(11.17)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은 3국의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1부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발제, 2부에서는 관련 사례발표가 진행되었다.
중국,
국가의 인재를 키우고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는
학교 예술교육 정책
정책발제: 「중국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정책」, 첸 유화 연구원(베이징교육과학연구원 기초교육교학연구센터)
사례발표: ‘예술교육을 테마로 하는 대규모 행사를 통한 예술교육 브랜드 확립’, 쉐 단 부부장(베이징학생활동관리센터 예술활동부)
중국에서는 최근 몇 해 동안 국가의 정책 및 결의 중에 예술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 제정된 국가 교육 계획인 「국가중장기교육개혁 및 발전계획 골자(2010~2010)」는 ‘덕(德)•지(智)•체(體)•미(美)가 다면적으로 발달된 국가 인재 양성’을 주요 가닥으로 잡고, 특히 ‘예술을 통해 실시하는 미육(美育)’1)으로서 예술교육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예술교육이 ‘입덕수인(立德樹人:덕을 세우고 사람을 심는다)’의 독특하고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고 언급2)하며, 새로운 정세 하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의 발전을 가속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학교 예술교육의 기준과 종류 등에 있어 ‘통일된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행정 구조 안에서 예술교육이 지속•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학교에서 예술교육이 전면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적 지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특별히 중국의 문화예술 계승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사례 발표에서는 베이징시(市) 학생 예술활동의 현황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었다. 초중고 및 대학교, 그리고 하이뎬 청소년활동센터, 베이징시 소년궁, 미원 청소년 궁 등 교외교육기관의 예술교육의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베이징 시내에서 개최하고 있는 학생예술제 등 다양한 공연 행사들이 소개되었다. 이와 더불어 영국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참여 등 국제교류 활동을 통해 자국과 세계 문화 교류 기회를 확대하고, 전통과 현대를 통합시켜 민족 예술을 보급•계승시키기 위한 행사들을 추진하고 있다.
1) 심미안을 키우고, 미를 감상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세련된 감정과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 교육
2) 교체예(敎體藝) 2014, 1호
(우)쉐 단 부부장(베이징학생활동관리센터 예술활동부)
일본,
예술 비영리기관(NPO)이
지역 학교와 예술가를 연결하는
예술가 참여형 프로그램
정책 발제: 「문화예술을 통한 어린이 육성사업」, 요시유키 오시타 센터장(미츠비시 UFJ 리서치‧컨설팅 예술‧문화정책 센터 수석연구원)
사례 발표: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예술 플랫폼을 위한 대처」, 토모노리 오가와 이사장(NPO법인 ST SPOT 요코하마)
일본의 「문화예술을 통한 어린이 육성사업」은 문화예술단체나 예술가들이 교육현장에 파견되어 문화예술 감상과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풍부한 창조력•상상력 함양, 사고력•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사회인으로서의 소양 계발, 장래의 예술가와 관객층 육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순회공연사업’, 예술가가 학교를 방문해 강의, 공연, 실기지도를 하는 ‘예술가 파견사업’, 예술적인 표현방법을 활용한 워크샵 프로그램이 ‘커뮤니케이션 능력향상사업’이 있으며 주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본 발표에서 중점적으로 소개된 ‘순회공연 사업’은 일본 문화청이 선정한 우수 문화예술단체가 학교 체육관이나 문화시설에 찾아가는 사업으로 단순 공연 순회이기 보다는 예술가들이 실제공연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직접 감상과 실기지도를 하고, 함께 합동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연의 종류는 총 14개 분야3)로 현재는 오케스트라와 아동극의 비율이 가장 높다.
주로 학교 체육관 공간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체육관 공간이 극장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경험을 아이들에게 선사하게 되며, 전교생과 교직원까지 참가가 가능하고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되어 지방에도 균등한 문화예술교육이 제공되는 효과가 있어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실제로 본 사업을 경험한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문화예술을 처음 체험 26.2%, 해당 분야 공연을 처음 체험 49.0%).
사례 발표에서는 일본의 비영리기관 ‘ST 스팟 요코하마’가 공공과 민간과 협력4)하여 구성한 ‘요코하마시 예술문화교육 플랫폼’의 예술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요코하마시에 공립 문화시설이 창조도시사업구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공립초등학교는 지역 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이 점에 주목해 ST 스팟 요코하마는 ‘학교 프로그램’의 확대와 질의 향상을 목표로 2008년 3월 예술문화교육 플랫폼 사무국을 설립하였다. 이 플랫폼은 학교-예술가-기업-지역주민-행정이 연대하고 협동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설립 이후 꾸준히 시(市)내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확대(요코하마시내 초등학교 90%참여, 2014년)되어 공공과 민간 조직이 연대해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주목된다.
기본적인 운영 구조는 사무국(대표: ST 스팟 요코하마)이 총괄하면서 참여 학교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예술비영리단체와 문화시설 등을 관리하고, 코디네이터 단체는 사업실행 단계에서 학교와 예술가 사이의 중간조정자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2004년 1개(ST 스팟 요코하마 사무국 구성 단체)였던 요코하마시내 코디네이터(문화시설, 예술단체 등) 수가 2014년 34개로 늘어났고, 더불어 예술 프로그램 다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3) 합창, 오케스트라, 음악극, 아동극, 연극, 뮤지컬, 카부키, 일본전통가면음악극, 일본전통인형극, 일본고전음악, 일본고전 무용, 대중예능, 발레, 현대무용
4) 특정비영리활동법인 ST스팟 요코하마(지역연대사업부), 공익재단법인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진흥재단(협동추진그룹), 요코하마시 문화관광국(문화진흥부 문화진흥과), 요코하마시 교육위원회(지도기획과)
(중) 토모노리 오가와 이사장(NPO법인 ST SPOT 요코하마),
(우)현대연극 워크숍을 진행한 나카노 시게키 교수(아리아케 교육예술대학교 교수이자 프랑켄쥬 극단장)
한국,
학교와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전국 단위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정책 발제: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주성혜 원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례 발표: 「예술꽃 씨앗학교 운영사례」이승희 교장(남문초등학교, 前 배영초등학교(예술꽃 씨앗학교 2기) 교장)
한국은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교육부처외 법무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부처 간 업무협약체결을 통해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다각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본 포럼에서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정책 사업을 크게 학교 안과 밖으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학교 안 문화예술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전국 초‧중등학교에 장르 분야별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소규모 학교를 문화예술교육 특화학교로 육성하는 예술꽃 씨앗학교가 있다. 최근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으로 시범적으로 확대 실시한 바 있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정책 사업으로는 주 5일제 시행에 따라 어린이•청소년 및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한국형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교육 지원사업으로 알려진 꿈의 오케스트라, 지역 아동센터, 복지기관 등에서 사회 예술강사 지원사업, 청소년시설과 함께 진행하는 방과후 프로그램, 그리고 우락부락과 가가호호 등 아동․가족 대상 예술창의캠프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례 발표 세션에서는 예술꽃 씨앗학교 2기 학교 부산 배영초등학교(이하 ‘배영초’)의 운영사례가 소개되었다. 배영초는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70년간 이어온 풍물 교육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였으나 좁고 낙후된 시설과 열악한 풍물 연주 여건으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이어가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학교는 문화예술교육 강사 확보, 교과과정 재편, 악기 보완 노력을 통해 예술꽃 씨앗학교 운영을 준비해 2011년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의 학습을 심화해 국악교육의 폭을 넓혀나가는 동시에 교과과정과 연계하거나 학교공간을 그림터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교내에 확산시켜나갔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학부모와 동창회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체험활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예술꽃 씨앗학교 운영을 통해 아이들의 다면적 성장은 물론 교직원들의 문화예술교육자로의 성장,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학교신뢰도와 만족도 개선, 학생수 증가(49에서 74명으로 증가) 등 다각적인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우)이승희 교장(남문초등학교, 前 배영초등학교(예술꽃 씨앗학교 2기) 교장)
이번 포럼을 통해 3국 모두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구조와 방식에는 국가별 특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학교와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전국 규모의 체계적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 일본은 비영리기관(NPO)과 지역 학교 단위로 코디네이터를 통한 예술가 참여형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학교를 중심으로 전통예술을 계승하고 국가 인재 양성을 위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국 모두는 문화예술교육이 전문 예술가 양성이 아닌 ‘창의적인’, ‘상대방을 헤아릴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목표가 있다는 점을 함께 확인하고 서로를 독려하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 사회의 정치•경제적 긴장 관계를 넘어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향후 3국의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해 볼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관련기사
2014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현대연극 워크숍’ http://www.arte365.kr/?p=36632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0비밀번호 확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