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나비처럼, 때로는 파도처럼 춤추는 그의 손끝

때로는 나비처럼, 때로는 파도처럼 춤추는 그의 손끝

 

“모든 음악은 어디서 올까요? 무엇으로부터 생겨날까요?”

 

지난 2009년 6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위에서 정명훈이 객석의 학생들을 향해 건넨 말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이야기’에 참여한 전국 2500여 명의 초등학생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정명훈을 맞이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학생들은 몸을 들썩거리며 환호성을 올렸던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정명훈이 자신들에게 건네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데요? 하는 표정으로.

 

“모든 음악은 하늘에서 내려와요. 작곡가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음악을 잘 듣고 잘 받아 적어야 하는데,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베토벤은 심포니 한 곡 쓰는 데 백 번을 다시 쓰기도 했어요. 그러나 모차르트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음악이 하늘에서 모차르트에게 떨어졌고, 음악은 그에게서 그냥 저절로 나왔어요.”

 

정명훈은 오페라 ‘마술피리’의 작곡가인 모차르트와 그의 음악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학생들은 정명훈이 들려주는 음악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날 정명훈은 한 교향악단의 예술감독이자 뛰어난 지휘자였으며, 동시에 좋은 명예교사였다.

 

 “어렸을 때 음악을 알게 될수록, 또 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시작할수록 좋아요. ……근데 그게 왜 좋을까요? 왜 음악이 좋겠어요?”

 

정명훈이 이렇게 말하자, 성서등학교 100여 명의 학생들이 유독 귀를 쫑긋 세웠다. 불과 한 시간 전,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오케스트라의 각종 악기들을 직접 연주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공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어렸을 때 천재적인 작곡가가 쓴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으면 공부만 하는 것보다 더 영리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거예요.“

 

정명훈은 학생들과 소중한 대화를 나눈 뒤, 단상에 올랐다. 그의 지휘봉이 경쾌하게 허공을 가르는 순간, 오페라 ‘마술피리’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정명훈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성스러운 전당에는’, ‘너의 마법의 소리 정말 놀랍구나’ 등 9곡의 아리아를 들었다. 공연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마술피리’의 해설은 학생들이 곡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공연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모든 학생들이 정명훈의 지휘에 맞춰, 아리아 ‘나는 즐거운 새장수’를 합창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정명훈의 명예교사 활동은 이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명훈은 공연감상 편지를 보내는 학생들 중 채택된 학생에게 자신이 직접 깎아 만든 지휘봉을 선물할 거라고 한다. 정명훈의 명예교사 프로그램은 올해 두 번 더 예정돼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명예교사 정명훈의 넉넉한 마음이 그를 지켜보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한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교육과학기술부’의 명예교사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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