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끝자락, 어떤 한 해를 보냈는지 조금씩 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부쩍 마음 요란한 일이 많았던 한 해였지요. 세상도, 나 스스로도요. 그렇게 수백 수천 번씩 무너지고 흔들리던 마음 고이 붙들고 하루 하루 지내온 여러분에게 깊은 박수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아르떼랩은 한번 더 나의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마음을 다스려보는, 아니 나를 위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도록,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마련해보았습니다. 휴대전화도 모두 끄고, 발을 옭아맨 신발도 벗었습니다. 그렇게 한 곳에 모인 우리의 앞에는 그림자를 바닥에 떨군 푸른 돌이 허공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맨발로 찬 바닥을 저벅저벅 딛고 다니던 도예가 박정홍 선생님이 눈을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곧, 말이 없어졌습니다. 말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가장 내 마음을 이끄는 돌을 골라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린, 돌을 붙들고 있는 실을 끊고,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 그 돌을 열심히 문질러주는 일, 그 이상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모두들 한결같이 작은 사포로 돌을 문지를 뿐이었습니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 중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나의 돌에만 집중하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이 흐를 뿐이었습니다.
한 명, 두 명 나의 돌과의 시간을 끝내고 이제 원래의 돌과 지금의 돌을 맞바꾸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찍어두었던 원래의 돌 사진을 떼고, 그 자리에 곱게 닦인 지금의 돌 사진에 작은 메시지를 적어 붙이는 작업입니다. 참가자들의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제 우리는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이렇게 하루만이라도 조금 홀가분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 약속대로 집에서도 그 돌 잘 닦고 계신 거죠?
글, 사진_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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