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최된 국제 컨퍼런스 ‘Art Beyond Sight: Multimodal Approaches to Learning, Creativity and Communication(이하 Art Beyond Sight)’는 미국 시각장애인교육협회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공동기획으로, 올해로 3년을 맞는 국제 컨퍼런스다. 주요 아젠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예술적 창의적인 작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할까’였으며, 특히 시각장애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참가한 다양한 전문가들은 시각장애를 오히려 ‘창조의 영감’으로 바라보며 신선하면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Art Beyond Sight’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1층에서 에밀리 래퍼티 박물관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샌디에고 대학의 자라마찬드라 교수가 실시간 화상을 통해 생명과학과 미적 욕구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였다.
메인 회의장 외에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내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주제별 소모임이 진행되었다. 첫날 오후 프로그램인 ‘Multimodal Learning In Diverse Settings’의 ‘박물관의 전략’과 ‘도서관의 전략’ 세션은 회의장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박물관의 전략’ 세션은 이집트미술관, 영국 화이트채플 아트갤러리, 핀란드미술관 등 세계 여러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미술 관람의 접근과 예술의 소통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도서관의 전략’ 세션에서는 유럽도서관의 촉각책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발표되었다. 필자는 이 세션에서 그 동안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점자촉각 아트북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수작업한 샘플북들을 소개하였다. 오후에는 다감각 등을 주제로 예술가들과 학자, 테크니션들의 다양한 제안들이 발표되었다.

컨퍼런스 둘째 날에는 심리학과 생명과학분야 전문가들의 의학과 과학으로 탐험하는 시각장애와 여러 감각 간 상호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회의 중 발표되는 이론과 사례들은 분야에 따라 달랐지만 그 저변에는 장애인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일반인들에게는 더 좋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장애를 통하여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는 열정적인 실천들도 경험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날에도 앞선 세션들의 2부가 계속 되었다. 필자는 예술가 회의에 참가하여 예술가로서 시각장애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한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10년 전 필자는 시각장애를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으로 보고, 서로가 가진 다른 시각을 나누는 상호 소통적인 작업을 생각하며 시각장애에 다가갔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전무하던 그 시절 필자는, 예술가의 작업을 위하여 우선 시각장애인들의 창작으로의 접근을 위한 기초적인 사회문화적 인프라를 마련하고, 이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계몽을 동시에 할 수 밖에 없었다. 후원금 마련도 물론 어려웠다.

선진국의 경우 소수자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인프라 마련은 국가와 공공단체의 영역이다. 10년 전 우리의 출발점은 한 예술가가 예술가로서의 전문적 영역과 공공의 영역을 동시에 담당해야만 하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소통의 성과가 점자촉각 아트북이며 곧 출판될 예정이다. 시각장애와의 상호소통적인 작업을 예술가의 해석을 통해 보편적인 언어화한 점자촉각 아트북은 우리의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낸 성과일 것이다.

필자는 이번 국제회의를 통하여 소통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무엇이며, 보이는 것을 넘어서까지 그것을 찾아보려는 노력들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10년 전보다 시각장애를 포함한 소수자의 예술활동 지원과 인식의 폭이 깊어지고 있다. 좀 더 안정된 공공의 역할에 힘입어 곳곳에 숨어있는 많은 창의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고, 삶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