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문화예술로 소통한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문화예술로 소통한다

2007년 6월 8일, 인천공항에 모인 예술강사인 강효주 씨와 정미라 씨, 교육진흥원 사회교육지원팀 김유진 씨, 문화관광부의 최영락 주무관, 그리고 는 각종 교재 등이 담긴 커다란 가방을 옆에 두고 자못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목적지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시. 이들이 그 먼 곳으로 떠나는 까닭은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입니다.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기념해「재외동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교육진흥원의 의지와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들의 조국 문화예술에 대한 열망이 만나 이루어진 행복한 결실이었습니다.
격동의 역사 속 척박한 이국땅에서 질긴 생명력과 깊은 유대로 이제 이국의 주역이 된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들! 두고 온 조국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에 갈증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고려인들에게 교육진흥원의「재외동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한줄기 촉촉한 단비와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약 20만 명의 고려인이 거주 중입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로 CIS(구소련 독립국가연합)지역 내 고려인 분포로는 최다 분포이지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고려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더불어 한국-우즈베키스탄 정부 교류 및 경제 교류 증대와 한류 영향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호의가 크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의 한국 관련 예술단체도 32개로 CIS지역 내 최대이며,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하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모국과의 교류 및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어 학과(강좌) 설치 대학은 12개(학생 817명), 한글학교 114개(교사 118명, 학생 13000여 명)등으로 한글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으나 전통예술을 비롯한 한국 문화교육 및 자료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번에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예술강사는 문화관광부와 교육진흥원, 국립국악원의 협력하에 파견된 강사이며, 국립국악원에서 시행하는 해외국악문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중앙아시아 등 국외에서 국악교육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 강사들입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는 각기 민요와 전통무용 분야의 강사로 타슈켄트 한국교육원 한국어교사 여름연수 특강과 함께 현지에서 활동 중인 고려인 예술가

 

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강의를 했던 민요 강사 강효주 씨는 강의 소감을 이렇게 말합니다.
“고려인 동포들의 특성 상 정확한 가사 발음이 쉽지 않았고 북녘 문화의 영향을 받아 민요 발성이 다소 낯설었던 점, 그리고 오랜 타국생활로 우리 문화에 대해 모르는 점도 많으셨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뭉클 들 만큼 정서와 흥, 감수성은 뛰어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현지 상황은 교재로 사용할 악보와 CD, 그리고 음향기자재와 악기 등이 부족해서 안타까웠습니다. 낡고 오래된 교재들을 귀하게 사용하는 모습에서 재외동포 문화예술교육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임을 깨달았지요.”
한편 전통무용 강습은 우리나라 전통무용에 관심이 깊은 청소년부터 대학생, 성인들은 물론 전문 무용가에 이르기까지 몇 개의 클래스로 나뉘어져 성황리에 이루어졌습니다. 오랜 시간 거의 독학과 구전으로 내려 온 전통무용인지라 그대로 굳어져 버린 잘못된 춤사위도 있고 북한의 영향을 받은 변형된 춤사위도 있었는데, 전통무용 강사인 강미라 씨와 고려인 수강생들은 굵은 구슬땀을 흘리며 밀도 높은 강의를 통해 우리 무용의 참모습을 찾아갔답니다.

2007년 6월 8일부터 15일까지 만 여드레의 시간은 예술강사들에게나 현지의 고려인들에게 모두 귀하고 가치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한글교육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타슈켄트 한국교육원,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내 영향력있는 문화예술단체인 고려무용단, 고려문화협회, 고려미술인협회와 고려인 언론사인 고려신문 등 유수의 단체에서 이번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관심있게 지켜보았을 뿐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려인 문화예술단체 중 현지 인지도가 높고 각종 행사 출연으로 활동이 활발한 고려무용단의 강마가리따 단장은 모국에서 찾아온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맞이해 이러한 소회를 털어 놓았습니다.
“그간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북의 조국과는 활발히 교류해 왔으나 남쪽 조국과의 교류는 드물어서 이번 방문이 무척 뜻깊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문화예술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못해요. 고려인 1~2세대의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 젊은 3세대, 어린 4세대들이 자라나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의식도 적고 민족 정체성도 부족한 편이죠. 게다가 소수민족 전통예술이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젊은이들이 이 분야의 계승자가 되기를 기피하는 상황이랍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용단원들이 꾸준히 작품을 올릴 수 있도록 한국 전통무용 자료, 교재, 음향기기 등 기자재에 대한 지원과 한국으로의 파견 및 초청 연수 등 고려인 전통무용 예술가들에 대한 동기 부여와 지원을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고려문화협회 신블라디미르 회장은 문화예술교육 지원 뿐 아니라 전통스포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모국과의 활발한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이처럼 지원을 받기도 하고, 고려인들이 한국으로 연수를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와 같이 좋은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타슈켄트 등 대도시에 사는 고려인들만 누려서는 안될 것 같아요. 우즈베키스탄 거점도시로 고려인들을 불러모아 연수를 한다면 많은 관심을 일으킬 거예요. 고려문화협회도 중앙연락망으로 홍보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거고요. 다만 그럴 경우 시골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강습을 받기 위해 머무는 동안 불편이 없도록 경제적인 배려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말이나 음악, 춤 등의 분야 외에도 씨름이나 태권도 등 전통스포츠 분야에서도 지원과 교육기회가 주어진다면 젊고 관심있는 3, 4세대 고려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귀국 전날 밤 그간의 교육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자리. 1주일 동안 매끈하게 다듬어진 우아한 전통무용 춤사위와 앙증맞은 어린이들의 창작동요 무용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어 민요 강습의 학생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우리 민요인 아리랑과 너영 나영, 도라지타령 등을 불렀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재외동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관계자들과 우즈베키스탄의 한국교육원 관계자 등 우리 동포들의 눈가와 가슴에는 촉촉한 감격이 배어들었습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의 벽과 거리의 난국을 뛰어넘어 멀고 먼 이국땅에서 하나된 우리,「재외동포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모든 참여자들은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어우러진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글로벌 아르떼의 의미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세계 각국에 널리 분포한 우리 동포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지금, 문화예술교육으로 함께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리가 기대하며 우리 문화예술교육의 미래가 세계의 지평선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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