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힘은 교육을 담당하는‘사람’들로부터 나온다 그 주축이라 할 초중등교사들에 대한 지원사업과 양성방안, 그 현황을 살펴보고 현장을 담아 전하는 이야기들.
문화예술교육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인프라, 노하우, 정책, 재정적 지원 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힘은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여러 차례에 걸쳐 실제 교육현장을 취재할 때마다,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더라도, 기자재와 공간이 낡고 협소할지라도, 진정성을 마음에 품고 있는 한 명의 교사가 가진 열정은 많은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고 남았다. 자아를 형성해가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혹은 북에서 남으로 온 새터민 학생들에게 교사의 역할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의 힘의 원천인 교사들의 육성과 지원이야말로,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8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국립극장의 한 연습실에서 전문가 초청 워크숍이 열렸다. 모든 워크숍이 끝난 후 포즈를 잡은 참가자들.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교원연수 프로그램과 교사 자율연구 모임을 지원하고 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주최하거나 온-오프라인상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폭 넓은 범주의 인력양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워크숍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연수 프로그램들과 교사 자율연구 모임은 과연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나 지향 혹은 구체적인 실행의 과정들과 어떻게 만나며 진행되고 있는 지 몇 가지 흐름을 들여다보자.
흐름 하나. 초중등 교사를 위한 문화예술분야 전문가 초청 워크숍
2006년 8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국립극장 부속 해오름극장의 한 연습실에서는 <이슈중심(Issue-Based)의 토론연극 심화과정 워크숍>이라는 제목으로 ‘초중등 교사를 위한 문화예술분야 전문가 초청 워크숍’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교원연수 프로그램의 정책 사업 중 하나로, 올해 들어 세 번째 진행되는 워크숍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학교의 교사이거나 연극 수업의 전문 강사로 활동하는 극단의 단원들, 혹은 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대학원생 등 다양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목표는 거의 동일했는데, 연극 교사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교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수업 방법론을 익히기 위함이었다. 3일 동안 진행된 이 워크숍은 ‘이슈중심의 토론연극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교육연극전문가 김병주씨가 이론 강의를 진행한 첫날에 이어 토론연극의 실제 공연을 통해 구체적인 강의법을 교수한 둘째 날, 그리고 참가자들이 직접 창작한 토론연극이 공연된 마지막 날로 구성되었다.
워크숍 둘째 날. 사회자(조커)를 맡은 강연자 김병주씨와 주인공인 ‘피억압자’, 조연들인 ‘억압자’들로 구성된 연극이 3막에 걸쳐 진행된다. 이 연극은 피억압자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상황이 악화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슈중심의 토론연극”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는 강연자 김병주씨와 경청하고 있는 참여자들
연극이 끝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토론연극’은 다시 시작된다. 토론연극의 핵심은 첫 번째 공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두 번째 다시 전개되는 공연에 있다. 여기서는 연극을 지켜보고 있는 참여자(관객)들이 중요한 순간마다 “stop”을 외치고, 홍대리가 억압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직접 홍대리가 되어 연극에 뛰어들 수 있다. 조커라고 불리는 사회자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 중 좋은 의견을 선택한 후, 의견자를 연극에 직접 투입시켜 또 다른 상황극을 이끈다. 연극이 진행될수록 연극을 보는 이들의 의견이 제시되고 의견에 의해 변화되는 상황극. 그 상황극에 대한 또 다른 피드백이 순환적으로 이루어져 토론연극에 대한 참여자들의 관심과 집중력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워크숍 셋째 날, 각 조에서 준비한 연극을 발표하고, 연극을 지켜보는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연극에 직접 참여하는 순환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의 소감 발표 시간.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참여자들 대다수가 ‘토론연극’을 실제 수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그 접점을 고민하며 참여자들의 네트워크를 제안하였다. 이런 교사들의 제안은 워크숍의 내용을 수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연계시키고자 하는, 교사들의 근원적 욕구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흐름 둘. 교사 대상 연수프로그램의 다각적 지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방향, 방법론을 모색하는 다각도의 연수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교실의 변화를 위한 것이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들은 학교에 적용될 수 있는 전문기술에 대한 강의와 훈련부터 보다 넓은 범주의 인문학 강연에 이르기까지, ‘특정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연수를 통해 교육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올해 공모사업에 선정된 11개 단체 중 하나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은 <‘수업의 발견! 카메라를 들자!’ – 학교에서의 영상교육제작교육 기본과정>이라는 이름의 연수를 준비했다. 7월 말 5일 동안 진행된 이 연수프로그램에서는 중등학교 현장에 적용될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니메이션 제작 및 촬영기술, 편집기술에 대하여 6명의 교수와 강사 9명의 전문적이고 다양한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이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테크놀로지 활용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것인 반면,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의 <현대미술로 세상읽기-소통과 이해의 미술 수업>은 3일 동안 20여명의 교수, 예술가, 작가, 교사,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삶의 의미로서의 미술’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부터 ‘미술을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소통을 주제로 한 학교 현장에서의 학습법’에 이르기까지, 폭 넓고 다양한 주제 발표와 세미나를 통해 교사들의 시각과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풀숲에, 나무와 널빤지로 만든 피아노 한 대. (출처 :06 문화예술분야 교사 자율연구 모임 카페)
흐름 셋. 교사 자율연구 모임의 열정과 의욕에 불을 지피다
교사 자율연구 모임 지원사업은 자발적으로 생성된 교사들의 문화예술교육 연구모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18개 자율연구 모임이 선정되었는데, 교실 수업에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교육방법론에 대한 모색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교사 자율연구 모임은 각 모임 별로 역량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구모임이 시행된 3년 전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연구모임이 있는 반면 새로 생겨난 연구모임도 있기 때문에 각 모임별 전문성과 노하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전국조직 규모, 오랜 역사를 가진 연구모임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주제, 연구 의지 등에 초점을 맞추어 지원 단체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교육진흥원 교육지원팀 이상희씨의 이야기이다. 교사 자율연구 모임이 그 자체로 교사의 자발적 열정과 의욕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인만큼, 지원 기준 역시 규모나 역사 같은 객관적이고 일방적인 요소들보다 신선한 열정과 풍부한 의욕이 중요해진다는 의미이다.
<콩돌> 아동창작극 ‘풀잎 위에 그려지는 우정’ 포스터
지난 7월 23일 여수전남 문예회관에서는 교사 자율연구 모임의 하나인 교육연극팀 ‘콩돌’이 준비한 아동창작극 <풀잎 위에 그려지는 사랑>이 공연되었다. 다친 곤충을 치료해준 이후 곤충과 교감할 수 있게 된 주인공 ‘콩이’를 중심으로 주변 친구들과 함께 곤충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화해극이었다. 온라인 교사 자율연구 모임 카페에는 그간의 성과의 집약체이기도 한 이 창작극 공연의 진행사항이 매일의 일지와 함께 상세하게 기록되어, 참가하고 있는 교사들의 열의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우리 지역의 어린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는 2세들로 자라게 하고 싶었던 작은 소망이 우리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비로소 실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 한 분, 한 분마다 찡하니 글썽이던 눈에 맺힌 작은 물방울도 보았습니다. 보람이겠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겠죠.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하는,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그런 선생님으로 꾸준히 연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여도초등학교 오정석 교사, <교사 자율연구 모임 카페 중>)”
교사의 열정을 발판으로 도약
교사에 대한 연수 및 지원 사업의 핵심은 교사들의 열정과 의욕에서 출발하여 문화예술교육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사업들이, 교사의 열정과 의욕을 묶어내고 발산시키며 연계시키는 시스템으로 체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단계별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기획 추진하면서, 교사들의 인식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수업 현장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3년을 맞이하는 지금, 좀 더 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교사들의 자발적인 열정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전문기관 및 단체의 전문성을 연계하여 각 사업 간 관계를 유기적으로 도모하는 일 역시 과제로 주어져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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