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hubbub is a provider of high quality music making hardware, (출처: hubbubmusic.com) 신정수 : 개인적으로 2년 전에 허법(hubbub)의 두 명의 스티브(Steve Langton과 Steve McLeish)를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주최의 심포지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생태를 생각하는 소리와 리듬’이라는 주제의 발표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아르떼를 통해서 이 인터뷰를 보게 될 사람들은 허법이라는 팀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허법은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Steve Langton : 허법은 처음에 밴드로 시작했습니다. 2명의 친구들이 저에게 밴드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 무렵에 저는 악기들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통가폰(thongaphone)이었습니다. 통가폰은 뉴기니의 전통악기와 비슷한 것이에요. 저는 그것을 길다란 폐 파이프를 가지고 만들어보았는데, 그 무렵 친구들이 와서 밴드를 하자고 해서 밴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통가폰과 퍼커션, 섹스폰, 클라리넷, 기타 등의 여러 가지 악기를 믹스해서 음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공연을 본 사람들이 워크샵을 해달라고 제안을 해서 허법의 워크샵이 시작되었습니다. 신정수 : 스티브 개인적으로는 악기를 만들고 창조하는 것에 어떻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나요? Steve Langton : 성장배경에서 원인을 찾아보자면 아버지는 전혀 음악에 문외한이시지만 어머니는 어떤 악기든지 다룰 수 있었고 그런 어머니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여자 형제들도 역시 다들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 부모님께서 인도 캐시미르 지역에 선교사로 파견되셔서 그곳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4-5살 때의 일인데, 지금도 기억에 또렷한 것은, 언덕 위에 공동건물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찬송가를 전통적인 리듬으로 편곡하고 개사하여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카드’라는 사람이 양쪽으로 치는 북(한국의 장구와 비슷한)을 연주하다가 반지를 빼서 둘째 손가락에 끼고 반지로 북을 연주하는데 “와! 멋지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저거야!”라고 생각했지요. 그 후로 8살 때 최초로 악기를 만들었는데, 그 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제 음악을 도와주었지요.(웃음) 염소뿔을 불에 가열해서 속에 있는 것을 다 빼내어서 나팔 비슷한 것을 만들었는데, 그 때 처음 아버지의 음악적 도움을 얻었지요. 송정아 :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악기로 변모시키는 재주가 있는데, 특별하게 ‘재활용’을 해서 악기를 만드는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요? Steve Langton : 우연의 일치인지, 아버지가 고물수집을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고물 수집가(junk collector)여서, 뒤뜰에는 이것저것 널려있었어요. 뒤뜰에 파이프가 널려있어서 그것을 재활용해서 통가폰을 만들어 보았죠. 악기라는 것은, 소리의 성격, 음질이 비슷한 것이 음의 높낮이가 생기면 2개 이상만 모여도 악기가 되는 것입니다. 3개가 모이면 더 훌륭해지고 멋진(amazing) 소리가 만들어지지요. 맥휠(자동차 바퀴를 가지고 만듬)이라는 악기를 보면 두드리면 종소리같은 것이 나는데 그것은 따로 크기를 조절하지 않아도 이미 여러 가지 사이즈의 바퀴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미 훌륭한 악기가 됩니다. 신정수 : 허법과 스티브의 작업은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그 음악을 발견하는 여정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자기와 팀의 특색이 담긴 악기를 만드는 일,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장소에 있던 님부스라는 동파이프를 잘라 만든 악기를 가르키며) 저 악기는 하자 작업장 학교의 진우라는 학생이 유랑물고기라는 팀을 하면서 만든 악기인데요, 비구름이라는 마오리족의 말인 ‘님부스’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스캥크라는 제 친구도 디저리두 등을 만들어 보면서 자기 악기, 자기 소리 만들기를 하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몸에서 리듬을 발견하는 것(body percussion), 사물과 몸에서 리듬을 발견하는 것(music is everywhere), 리듬을 가지고 노는 활동(sound playground)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나요? Steve Langton : 먼저, 바디 퍼커션(body percussion)이라는 것은 6년 전에 만든 것입니다. ‘발견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전통적으로, 역사적으로 몸을 가지고 소리를 내는 활동과 아이디어는 너무 많이 있어서 최초로 시작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곳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는데, 하나는 그레그시안이라는 화가이면서 드러머인 친구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그 친구는 숫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수와 박자를 쪼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어요그리고 또 하나는 JVC 월드 사운드 시리즈라는 다큐멘터리의 남아프리카 편에서 본 보스와나의 부시맨 부족에게서 받은 영감입니다. 부시맨 부족이 사냥하는 활을 입에 대고 연주하는데 ‘조합’이라는 악기와 비슷한 소리가 나는 것도 멋졌고, 타조춤이라는 부족춤을 추는데 일종의 게임처럼 발을 올렸다 놨다, 몸을 쭈그리고 피고, 서로 몸을 맞대로 피하면서 춤을 추는데, 배경 음악으로 계속 비트박스가 깔렸습니다. 10명의 인원 중 6명 정도가 비트박스를 하다가 서로 돌아가면서 춤을 추는 규칙이 있었지요. 색감도 재미있었고, 성인 남자와 소년들이 춤을 추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저것좀 봐! 굉장히 펑키(Funky)하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70년대 이전에도,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펑키가 있었구나!” 목소리로, 손으로 발로 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펑키하고 멋져서, 그 후로 바디 퍼커션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악기를 만드는 활동은 통가폰의 경우 린지 폴락(Linsey pollak, 호주의 비언어 음악 퍼포먼서. 각종 야채를 연주하는 퍼포먼스 ‘음식의 예술’을 선보인바 있다.)이라는 친구에게 훌륭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브리스번에서 ‘빅 마림바 뮤직 페스티벌’이 열렀는데, 그 주최측에서 친구에게 버터 공장(butter Factory)을 하나 내주어서 마림바 공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하는 것을 신기하게 보고 있었는데 워낙 인력이 부족하니까 같이 참여하게 되었지요. 180개의 마림바를 다리 위에 쭈욱 320m정도 설치해 누구나 만질 수, 연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축제가 끝나고 나니 통가폰과 마림바가 남아있었고, 길이와 음의 관계를 잘 알게 되어 튜닝하는 법을 제대로 익히기 되었던 거죠. 그 다음부터는 어떤 공구나 자재, 물건만 보면 다 튜닝을 하게 되어서 그 다음에 만들게 되는 악기들은 거의 다 산발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송정아 :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작년에 간디학교에서 머물면서 작업을 했었고, 올해는 하자센터에서 하자와 난나 공연예술학교, 한들학교 등의 청소년들과 작업을 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한국과 연을 맺게 되었나요? Steve Langton : 5년 전에 간디학교의 학생들이 호주에 먼저 찾아왔었습니다. 간디학교의 양희규 선생님이 간디학교의 아이들이 어디를 가보면 좋을지 호주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히피 운동과 공동체 등을 먼저 찾아가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마침 허법의 또 다른 스티브(스티브 맥리쉬)가 운전을 하고 있다가 양희규 선생님을 히치하이킹 했다. 호주에는 지역의 농장들이 사라지면서 마을마다 폐-버터 공장들이 있습니다. 허법이 있던 마을에도 빈 버터 공장이 있었는데 그곳을 ‘센터’로 탈바꿈시켜 ‘허법 워크샵’이 열리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간디학교에서는 일년에 100명정도, 30명씩 두달 동안 호주를 방문하는데, 지금도 허법과는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2년 전에 허법이 한국에 왔던 것은 공연에 목적이 있어서, 애나와 큰 스티브(스티브 맥리쉬는 elder steve라고 불리기도 한다) 등 허법 멤버들이 대부분 왔었지요. 큰 스티브는 이곳에서 보디 퍼커션 워크숍과 리듬 게임 등의 워크샵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정수 : 밴드 허법의 공연을 본 관객이 ‘워크숍’을 요청해서 허법의 소리의 놀이마당(sound playground)라는 워크숍이 만들어 졌는데, 허법이 가지고 있는 워크숍 기술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Steve Langton : 그 때의 일은 10년이나 된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소리의 놀이마당(sound playground)은 축제나 학교 등 어디에서나 열 수 있습니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서는 연주와 공연만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활동들을 해야 했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소리의 놀이마당(sound playground)을 열었고, 야외설치악기(outdoor installations)를 만들었지요. 첫 번 째했던 워크숍 기억을 되돌려 보면, 우리에게 워크숍을 요청했던 것은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우리의 첫 워크숍은 초등학교에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전교생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통가폰을 만들어서 누구나 두드릴 수 있게 했습니다. 너무 어린아이들이어서 보통 만드는 높이와 크기로 하면 아이들이 두드릴 수가 없었고, 두드리기에 너무 많은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원리는 같은데 좀 작고 위에 캡을 씌워서 방망이로 치면 소리가 더 증폭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악기를 제작할 때는 완성된 악기들을 옆에 놓아두는데, 사람들이 악기를 만들면서 내가 만드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동기를 부추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작은 호스나 파이프를 찌부려트려서 만든 것, 콜라병으로 만든 악기 등으로 불고, 두드리며서 소리를 내면서 워크숍을 합니다. 초기의 밴드 허법은 기타, 클라리넷, 퍼커션, 플룻 등의 악기가 있는 밴드였는데, 점차 저는 기타를 뺀 방향으로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렉트로닉 기타는 하나의 코드를 연주하면 ‘징-’하고 소리가 기계에 의해 증폭됩니다. 반면에 퍼커션같은 것들은 열심히 두드려야 합니다. 비슷한 미국의 밴드 중에 통가폰이 들어간 밴드가 있었는데,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기타소리가 너무 불협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에는 허법과 저의 개인적인 작업에서는 퍼커션 등의 몸을 많이 사용하는 악기들을 주로 제작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정수 : 허법이 말하는 뇌운동 기법(brain gym)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Steve Langton : 뇌운동 기법이라는 것은 교육철학과 같은 것입니다. 신체적 활동을 통해서 뇌 상태를 변화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몸을 대칭으로 사용하는 운동들이나 타악기를 사용하는 것,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 그런 활동들을 하고 나면 확실히 찬물로 샤워한 것 같은 번쩍 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신정수 : 현재 허법 프로젝트는 하자센터의 사람들 외에 서울시 대안교육 현장의 많은 아이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워크숍이 재미있는 점은 한 사람의 뛰어난 기술보다는 같이 하면서 화음을 만들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얻어간다고 보는지, 스티브는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어떤 점이 재미있게 보이는지 듣고 싶은데요? Steve Langton : 일반적으로 누구나 워크숍을 시작한 처음보다 나중으로 갈 수록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적극성 등은 훨씬 나아집니다. 문제는 사지가 다 멀쩡한데 의욕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그 의욕없음이 전염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이번에 한 사람이 꼭 공연팀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여 공연준비팀에 참여하고 있는데, 굉장히 하고 싶어하는 그 사람의 마음 때문인지 굉장히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의욕을 가지고 시작하면 몸이 발전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송정아 : 스티브는 이러한 워크숍을 계속하는 이유, 오히려 워크숍을 통해 스티브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워크숍은 물론이고 이러한 활동들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그 힘은 무엇일까요? Steve Langton : 하나는 나와 허법이 돌아다니면서 했었던 워크숍의 활동들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간디에서의 프로젝트는 재미있었고, 악기들도 여전히 멀쩡하지만 교사의 재량문제일수도, 열정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계속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요. 하자에서의 프로젝트를 했던 여러사람들이 이러한 작업을 이어가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데 계속 악기를 만들고, 소리를 탐구하는 작업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반적으로 두드리고 친다는 것에 대한 탐구가 이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스카(스티브의 한 돌 된 아기)를 보면 항상 무엇을 두드리고 박수를 치고, 대게의 아이들이 두드리고 탐구하는 일에 골몰합니다. 헐리웃 영화를 보면 어른들은 서로 사람을 때리지 사물을 치지는 않습니다. 물건의 질을 보기 위해서 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치지만, 소리의 질을 들으면서 창조적으로 두드리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의 재미가 이 일에 대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4분의 4박자를 다르게 칠 때의 시각의 차이, 청각의 차이, 경험의 새로움에서 오는 반응들이 좋습니다. 그리고 두드리는 행위 그 자체로 운동이 되기 때문에 통가폰 같은 것을 치면 스쿼시나 태권도, 마라톤과 비슷하게 체력이 소모되고 운동을 하면서 개운해지는 그런 종류의 느낌을 받습니다. 두드리는 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랑턴(Steve Langton)은? 스티브는 어린시절 인디아에서 자라면서 음악과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거리의 악사들의 연주, 묘비들, 납골당과 경건한 축원음악 등은 그가 지금 만들어내는 음악과 악기 제작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허법의 사운드 플레이그라운드 통한 공동체적인 음악 만들기, 이동 극단의 설치, 고정적인 사운드를 끊임없이 거부하며 새로운 연주 악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습니다. 스티브의 가장 최근 작업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중앙 사막에 thongaphone을 만든 것, 브리스베인 축제에서 the “S.S Singe”이라 부르는 배 모양의 대형 파이러 폰을 만든 일입니다. 그는 언제나 음악가인 동시에 제작자로 일합니다. (출처 : 허법-하자 홈페이지) 주요활동 * 1998년 아이샤 Isa 산 시 의회 – 1998년 아이샤 산의 아이들 축제 사운드 플레이 그라운드 악기 만들기 및 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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