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와 청소년의 다문화 체험
교통ㆍ통신기술의 발달과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변화에 따른 인구이동 그리고 경제의 세계화는 문화와 문화 간의 상호작용을 보다 급격하고 복잡하게 증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대를 사는 사회구성원들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의 개발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문화 간 상호작용의 증대는 상생을 위한 ‘평화의 문화’ 창출과 ‘좋고’, ‘나쁨’ 보다는 ‘옳고’, ‘그름’에 기초하는 상대주의적인 측면에서의 윤리적 잣대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인식의 증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문화는 학습되고, 전이될 수 있으며, 역동적이고, 선택된다. 그리고 문화의 각 단면은 상호연관되어 있으면서 자민족중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에 의하면, 문화는 사회 활동에의 참여를 통한 상호작용의 과정에 의해서 발생하는, 살아있는 경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문화 자체의 형성이 상호작용과정에서의 상당히 주관적인 해석과 재구성에 기초하기 때문에 문화와 문화 간의 상호작용에는 특별한 능력과 안정된 자아개념이 요구된다.
다문화 시대와 문화 간 소통능력
일반적으로 문화 간 상호작용은 다른 문화 혹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 대한 수용능력에 기초하게 되고, 이러한 수용능력은 결국, 효과적인 정보의 교환능력과 관련된 문화 간 소통능력으로 귀착된다.
문화 간 소통능력은 인지적 능력(지식), 정의적 능력(동기부여), 행동 능력(기술)으로 구성된다. 인지능력은 문화 간 소통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와 행동에 관한 인식 및 이해와 관련되고, 정의적 능력은 문화 간 소통에 대한 기대와 그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고자 하는 느낌, 의도, 욕구, 충동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행동 능력은 소통과정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능력과 관련된다.
이러한 문화 간 소통능력을 B. D. Ruben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표현,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과 태도, 지식에 대한 관점, 감정이입, 상대방의 기대역할에 대한 반응, 효율적인 상호작용 관리, 모호성에 대한 관용 등으로 구체화하여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 간 소통능력이 증진된다는 것은 이러한 능력들을 발달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 간 소통능력과 문화 간 감수성
그러나, 이러한 능력들은 인지적, 정의적, 행동 영역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즉, 이론적으로는 인지적, 정의적, 행동 능력의 영역이 따로 구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간에 매우 밀접한 관계로 중복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인지적 능력이 정의적 능력 즉, 동기부여를 촉진하고, 동기부여는 새로운 지식(인지적 능력)에 대한 요구와 함께 두 능력이 결합되어 행동 능력인 기술을 증진하게 되는 현상과 관련하여 설명될 수 있다. 그런데 정의적 능력은 문화차이에 대한 지각과 관련되는 능력으로서 문화 간 감수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문화 간 소통능력의 증진을 위해서는 문화 간 감수성의 발달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문화 간 감수성은 ‘문화 간 소통과정에서 요구되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행동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차이를 올바로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차이」와 같은 일정한 사상(事象)에 대한 지각은 자아개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경험된 사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주관적으로 지각하는가는 이전에 경험하였던 환경체계와의 상호작용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문화적 환경은 자아개념의 형성과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 간 감수성의 발달을 위해서는 문화차이를 반복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학습을 통하여 ‘문화차이에 대한 자아개념’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청소년과 문화 간 감수성
역사적으로 청소년은 사회구성원 중에서 사회변화의 가장 커다란 수혜자임과 동시에 희생자가 되어왔다. 즉, 사회변화에 사회구성원 그 누구 못지않게 유연하게 적응하고 발전의 결과를 향수할 수 있는 기회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임과 동시에, 그러한 변화에 따른 사회의 재구조화 과정에서는 능동적ㆍ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의 부족으로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아 온 사회적 취약집단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청소년활동의 목표는 청소년기 고유의 발달과업 수행과 자신 혹은 자신이 소속한 집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체계와의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역량강화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결과를 토대로 미래의 안녕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역량은 한 개인의 능력ㆍ기술ㆍ잠재력 및 그 밖의 특성들과, 관심ㆍ희망ㆍ신념ㆍ열망 등과 같은 동기부여, 그리고 사회적인 네트워크ㆍ환경의 요구ㆍ기회등과 같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체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과업의 수행과정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독립을 성취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자아개념의 전환은 이러한 변화의 하나로 청소년들의 문화차이에 대한 자아개념 즉, 문화 간 감수성도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개념의 전환은 청소년기에 그들이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사회문화적 환경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문화 간 감수성은 교육 및 훈련에 의해서 발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경험하게 되는 다른 문화 혹은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과의 다양한 체험은 그들의 문화 간 감수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청소년의 다문화체험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화 간 감수성의 발달앞에서도 현상학적 시각을 빌려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와 문화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경험하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으로 그 결과는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즉, 그러한 문화차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지각되어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 하나라면, 반면에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풍부하게 형성할 수 있는 이로운 경험의 요인으로서, 문화차이를 지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문화 간 감수성이 발달한다고 하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으로서 문화차이를, 즐거운 경험의 대상으로서 문화차이」로 지각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 개개인의 자아개념 혹은 구성개념(Constructs)을 단계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M. J. Bennett는 자신의 「문화 간 감수성 발달모델」에서 문화차이에 대한 시각을 크게 「자민족중심적 단계와 민족상대적 단계로 구분하여 문화 간 감수성 발달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민족중심적 단계는 거부(Denial), 방어(Defense), 최소화(Minimization) 단계로 민족상대적 단계는 수용(Acceptance), 적응(Adaptation), 통합(Integration) 단계로 구분하여 각 단계의 특성과 발달을 위한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 간 감수성 발달단계와 체험활동
문화 간 감수성발달은 문화 간 차이의 존재를 지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러한 차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궁극적으로는 다문화사회에서 요구되는 다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를 단계별로 구분하여 문화 간 감수성의 발달단계별 특성과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간단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거부단계
이 단계는 문화차이에 대하여 지각을 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지리적ㆍ물리적 환경으로 인한 「고립」이나, 인종차별이나 게토와 같이 사회적ㆍ정치적 「분리」의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은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황당한 질문으로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든다던가,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린다던가하는 행동을 하고, 어른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다른 문화권의 음악, 무용, 음식, 의상 등의 체험을 통하여 문화차이에 대한 인식을 증진할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인지능력의 발달차이에 따라서는 다른 문화권의 역사나 정치에 관한 강의를 실시하는 것도 좋은 체험활동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예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Cross-Cultural Awareness Program: CCAP)”, 미지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MICC(MIZY International Culture Club)” 등이 있다.
방어단계
이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은 문화차이를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특수한 방어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폄훼」라든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상대방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우월성」 그리고 외국에서 체류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배경문화를 폄훼시키면서 상대방의 문화를 우월한 그리고 가치로운 것으로 강조하는 「전도」와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
이 단계에 있는 청소년들을 다음 단계로 발달시키기 위한 체험활동은 문화정체성의 안정성을 강화한다던가 문화적 공통성 특히, 모든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좋은 것은 무엇인가 등을 강조하여 다른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체험활동의 예로는 자신의 문화정체성을 인식하고 그 것에 대한 긍지에 기초하여 안정된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그리스 십자가 맞추기” 등과 같이 다양성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소통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시뮬네이션 게임이 있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함께 체험하는 활동으로서 “미지아리랑한마당” 같은 활동이 그 예가 되겠다.
최소화단계
자민족중심의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시도는 「신체적 보편주의」와 「초월적 보편주의」 등의 문화 유사성을 앞세워 문화차이의 존재를 약화시키고자하는 최소화단계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의 체험활동은 이미 인식하고 있는 문화차이를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체험활동은 토론 등을 통하여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러한 활동의 효과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문화 상대주의 훈련을 받은 다른 문화권 출신의 진행자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사례는 미지센터에서 실시하는 “세계문화 가로지르기”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유학생과 한국 청소년들이 참가하여 영국출신 지도자의 진행으로 8주 동안 진행되었다. 첫 주는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나머지 7주 동안은 동성결혼, 양성평등, 교육, 성교육, 아름다움, 문화 간 결혼, 종교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된다.
수용단계
이 단계는 문화상대주의 단계의 첫 번째 단계로서 청소년들은 문화차이를 인식하고 「행동차이」와 「가치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식한 문화차이를 문화 상대주의 입장에서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훈련활동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된 체험활동으로는 행동을 보다 민족상대주의적으로 강화하는데 목표를 둔 문화 간 시뮬레이션들이 있다.
적응단계
이 단계는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감정이입」 혹은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통하여 다른 문화에서 기대되는 적절한 방법으로 행동하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단계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문화 간 소통능력과 전문적인 문화 간 교육의 맥락에서는 충분한 발달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자아개념으로의 통합은 달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 단계를 좀더 발전시킨다는 것은 자기 고유의 정체성과 다른 정체성이 통합될 수 있도록 전체적이고 일관적인 자아개념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국제문제의 해결에 직접 참가하는 다양한 국제자원활동과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교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실시하는 Youth Forum 등 국제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의 참가활동 등이 있다.
통합단계
이 단계에 있는 청소년은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정체성들을 문화적으로 주변화된 독립된 성질을 유지한 채 조화롭게 공존하는 특성을 가진 새로운 통합체로 전환하고자 「맥락적 평가」와 「구성적 주변성」전략을 시도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역동적인 과정을 거쳐서 청소년들은 특정한 문화의 압력과 관련된 영향권의 밖에 머물면서, 다른 문화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행동할 수 있다. 학자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문화정체성의 통합에는 2-3년의 문화체험경험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문화 간 감수성 발달을 위한 다문화체험활동의 설계
청소년의 다문화체험활동의 목표는 문화 간 감수성발달을 통한 일반적인 문화 간 행동능력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의 다문화체험활동은 경험학습을 통한 문화 일반적(Culture-General) 교육훈련프로그램으로 설계되고, 타문화체험, 역할극, 시뮬레이션게임, 사례연구, 토론 등등이 활용된다.
문화차이에 대한 정체성의 변화를 위한 기간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나, 다른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이나 태도를 발달시키는 데는 비교적 단기간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상호작용하게 되는 다른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규모가 클수록 발달과 관련된 효과는 증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체험활동의 전 과정을 걸쳐서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강조하고자 한다. 그것은 다문화체험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발달과정에서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문화충격에 관한 것이다.
P. S. Adler는 다문화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다문화인(Multicultural Person)을 제시하고 있다. 이 다문화인은 문화 간 감수성발달의 마지막 단계인 통합단계에 있는 인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다문화인은 첫째, 자기(self)와 관계를 맺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상황적으로 해석하여 재구성하고 둘째, 지속적으로 정체성을 변화시키며 셋째, 높은 개방성으로 불명확한 자기 경계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하나의 문화 전체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게 된다.
따라서 완전하게 정체성이 통합되는 않은 불안정한 상태가 잔존하는 문화 간 감수성의 발달과정에서는 정체성혼란, 확실성의 상실, 믿음 및 집중력의 약화 그리고 존재에 따른 심리상태와 철학적 기초의 혼란으로 문화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초중학교 연령기의 청소년들은 정체성이 미확립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다 더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