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4인방의
근사한 ‘수다’

 

기존 매스미디어의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나꼼수’는 어느 한 구석 성공의 요인을 찾기 어렵다. 이렇다 할 스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황금 시간대 방송인 것도 아니다.
주제도 딱딱한 정치 사회 문제다.
대체 이 콘텐츠는 어떤 매력을 가졌기에 청취자가 직접 팟캐스트를 찾아 다운로드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놀랍게도 ‘나꼼수’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출연진이다. 스타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네 명의 남자가 바로 그들이다. 망해가는(?) 인터넷 패러디 신문 발행인 김어준, 끈 떨어진 정치인 정봉주, 학교에서 퇴출 당한 전직 교수 (혹은)미래교수 김용민, 그리고 ‘공공의 적’ 고발 전문 시사 주간지 기자 주진우. 김어준 총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사람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이 참신해서 인기를 얻은 것만은 아니다. 이들에 대한 대중의 호감은 새롭다기보다 ‘놀랍다’는 데 있다. ‘나꼼수’ 4인방의 놀라운 점은 이들 모두 현 시국의 피해자 혹은 패배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쫄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빨’은 권력의 핵심을 정조준 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해코지쯤은 가볍게 웃어 넘긴다.

 

속으로는 비록 긴장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4인방은 명예훼손,검찰고발, 사찰 등과 같은 기절초풍할 상황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게다가 그들의 말은 패배자의 ‘궁시렁’이 아니다. 냉철한 분석과 뛰어난 언변을 가진 ‘말쟁이’의 서사에 가깝다.
아귀가 맞고 논리에 합당하다. 그래서 대중은 네 남자의 수다를 통해 알지 못했던, 혹은 설마 했던 우리 시대의 정치적 사건 들에 대한 서사적 이해를 가질 수 있다. ‘지금 이 사건’, ‘지금 이 사람’의 꼼꼼한 속내를 소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재미나게 이끌다

 

네 남자의 신선한 입담, 이것이 ‘나꼼수’ 열풍의 전부일까? 그렇지는 않다. ‘나꼼수’가 이토록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20대 청년 세대의 새로운 관심을 환기했기때문이다. 지난 20년 간 하나씩 쌓아 올렸던 민주주의 기본 가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같은 당연한 전제가 최근 몇 년간 서서히 무너졌다. 촛불 집회와 반값 등록금 싸움을 겪으며 차가운 현실을 온 몸으로 앓고 있는 ’88만 원 세대’ 청년의 결핍은 자연스럽게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그 어느 세대보다 감각적이며’후진 것’을 참지 못하는 30대의 지지가 더해져 ‘나꼼수’의 든든한 ‘배후 세력’이 성립된다. 20대와 30대가 겪고 있는 불합리함과 후진성,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는정치 사회 문제를 ‘나꼼수’는 속 시원하게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나꼼수’는 정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다. 이전에도 해학을 담아 시사 문제에 접근하는 콘텐츠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토록 구체적인 적시를 통해 정치 사회 문제를 거론하는 콘텐츠는 처음이다. 그것도 ‘현재 진행형’인 권력을 향해,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재미나게 도전한 콘텐츠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나꼼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신선한 캐릭터와, 갈망하는 대중이 함께 만든 정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새로운 영역이다.

 

삐딱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재미와 감동으로 대중을 위로했다면, 이 새로운 콘텐츠는 고발과 재미로 대중의 자각을 선동한다. 우리 시대의 정치 사회 문제 이면에 자리한 꼼수를 알아야 한다고 일러 준다. 그리고 왜 그렇게 세상 만사를 삐딱하게만 보냐고, 사회를 음모론으로만 보지 말라고 근엄하게 충고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삐딱한 세상을 똑바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또 한 마디 덧붙인다. “그러니까 다들 쫄지 마.” 권위와 권력, 우리를 억누르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대중을 격려하고 함께 호흡하며삐딱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하는 ‘나꼼수’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성 싶다.

 

팟캐스트 오디오 콘텐츠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뜨겁다. 정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이른바 ‘시사 토크쇼’인 ‘나꼼수’는 국내 팟캐스트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전세계 팟캐스트 1위를 점령했다. 천문학적 자본을 투자한 문화 콘텐츠가 줄줄이 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남자 네 명이 모여 따분한 정치 사회 이야기를 형식도, 품위도 없이 떠들어댈 뿐인데 전세계 1위를 차지하다니! 한 번 뜰 때마다 거의 1,000만 정도의 유저가 ‘나꼼수’를 다운로드 받는다는 사실, 참으로 믿기 힘들다.

 

글_ 문화콘텐츠기획자·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탁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