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현장을 가다


 

지난 8월 다녀온 핀란드 문화예술교육현장 연수.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 말처럼 직접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핀란드 문화예술교육의 참모습은 학교 교육 현장에서부터 문화예술의 혼을 키워 주는 터전과도 같았다.

 

먼 길 떠난 연수에서 얻은 깨달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 16개 시도 문화예술교육담당자 핀란드 연수의 기회를 맞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향하는 마음에는 설렘보다 각오가 앞섰다. 여행차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문화예술교육현장을 둘러보는 것이니만큼 핀란드의 현실은 어떠한지, 그곳의 문화예술교육 실정은 어떠한지 둘러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학교와 박물관을 방문하고 현장의 문화예술교육현황을 둘러보는 일정. 난생처음 가 보는 북유럽, 장거리 비행은 조금 힘들었다. 헬싱키 공항에 내리자 우리나라 인천공항과 비교되는 작은 규모와 소박한 모습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서울의 번화한 모습에 비하면 평범한 중소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오래되고 느린 느낌, 호텔에 도착한 첫날밤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이루며 참으로 먼 길을 떠나 연수를 왔음을 실감했다.

다음 날 아침, 첫 코스로 에스포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병설유치원과 초등 1~2학년을 위한 저학년 교육기관이었다. 목조 2층 건물에서 느껴지는 것은 색다름이었다. 모든 것이 철저히 어린이 위주로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축구장에는 목제 울타리를 둘러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해 놓았고 몸이 부딪쳐도 다치지 않게 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구조는 실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탈의실, 옷장, 신발장, 학습용구함 모두 어린이의 신체구조에 맞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보조교사의 수가 충분하여 학습부진아들에게 일대일 교육이 가능했다. 이민자 자녀를 위해서는 따로 공간을 마련해 수업 중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모습이 우리 교육현장에서 보기드문 것이라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독립된 개별적 공간이 세분화되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음악실, 미술실, 재봉실, 공작실 등이 충분한 안전을 확보하여 만들어졌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료나 도구는 우리 교육현장에도 충분하다. 그러나 운영 시스템이 달랐다. 학생들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확보되어 직접 체험하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먼 나라에서 손님들이 왔는데도 교사들은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아이들과의 교감에 몰입해 있었다. ‘배움’과 ‘가르침’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교육현장, 교육수혜자인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속도에 철저히 부합하는 현장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기초교육을 중시하는 핀란드

 

다음 코스로 헬싱키 교육청을 찾았다.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별도 지원 예산이 있는지 물어보니 그런 것은 없고 학교 자체예산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다만, 특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교에 한해 별도 예산을 지원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예술교육 특화 학교라고 알려진 히덴키벤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곳은 핀란드 내에서도 시범사례인 듯, 타 지역 현지인 교사들이 방문해 견학과 브리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학교를 둘러보았다. 에스포 초등학교에서 느꼈던 것처럼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충분한 공간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술실과 음악실에는 학생들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도구들이 가득 갖추어져 있었다. 모든 재료와 교보재를 나라에서 제공하는 핀란드. 우리나라도 학습준비물 대부분을 학교에서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와는 규모가 달랐다. 어린이들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의외의 재료와 교재들이 가득했다. 악기 보관함을 보니 기본 악기는 물론 각국의 민속악기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이곳의 음악교육은 1인 1악기 연주를 필수기능으로 하여 교사 1명이 학생 1명을 가르치는 체제라 한다.

뒤이어 방문한 공작실, 도예실, 목공실, 용접실, 실과실 등을 보면서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도예실의 전기 가마는 미술교육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컵, 그릇 등을 직접 구워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과실에는 학생 수만큼 재봉틀이 있어 언제라도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우리 교육현장에도 물론 가마나 재봉틀과 같은 기구들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이나 사용 미숙을 이유로 ‘설치를 위한 설치’를 해 두었을 뿐 실제로 잘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 만난 교사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구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위해서는 예산 투자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공감했다. 문화예술교육 또한 직접 체험하고 배우면서 기본을 갖춰나갈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연수 중 방문한 예술종합학교는 음악, 미술, 가정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교육과정의 30%를 특화과목 교육에 집중한다고 한다. 전문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실습현장이 갖춰져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모든 재료와 교보재를 나라에서 제공하며,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여러 과목을 체험하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학생 중심, 안전제일의 실습시설을 갖춘 학교의 모습을 보며 우리 교육현장에서 추진 중인 교과교실제의 모습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헬싱키교육청에서 추천한 라또까스끼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음악 협업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곳은 ‘핸드크래프트’라는 민속악기를 학생 수만큼 비치하여 전통음악 교육을 펼치고 있었다. 보통교육을 통해 기초와 기본을 다지고 학생들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평생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한다는 점이 바로 핀란드 교육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다. 실습실에서 만난 5학년 남학생이 열심히 뜨개질 하고 있었던 것. 무엇을 만들고 있느냐 물어보니 장갑이라고 답한다. 1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봄에 뜨개질을 시작해 겨울이 오기 전 자신이 사용할 털장갑을 완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쓸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며 기대와 설렘으로 하나하나 완수해 가는 교육,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교육이며 체험을 통해 익혀지는 배움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창의인성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핀란드의 교육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별개의 항목이 아니었다. 다른 교육과의 연계성, 그리고 기본 교육으로서의 가치를 두고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창의인성교육’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예술전문학교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교육은 기본이자 필수 항목이었다. 또한, 전문 교과 영역 교육을 위한 예술교사들의 3년 주기 전공연수제도는 교사의 전문성과 사명감 제고를 위해 바람직한 제도로 생각되었다.

1년의 절반 이상이 겨울이고 척박한 기후조건과 적은 인구수에도 중공업 1위 국가, 세계 유수의 기업 등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핀란드의 저변에는 기초와 기본을 중시하는 창의인성교육이 있었다. 이번 핀란드 문화예술교육 연수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육자로서 다시 한 번 학교의 중요성,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초심을 떠올릴 수 있었던 기회였다. 연수 중 만난 한국교포 여성과의 대화 중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 물으니 “사교육도 없고,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핀란드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만족스러운 교육을 시킬 수 있으니까요.”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은 어떤 것인지, 핀란드 교육현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글.사진_ 전라남도교육청 문화예술교육담당 조승원 장학사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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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정 2013년 08월 06일 at 2:29 PM

    사교육이 없고 기초를 중시하며, 일반적인 교육과는 달리 체험을 많이한다니… 정말 행복해보여요! 우리나라와 정말 많이 비교가 되고 진짜 핀란드에 살고 싶어지네요!! 우리나라는 너무 강요하는게 많지만 핀란드는 자유로워 보여요! 학생,학부모 모두가 만족할수있는 그런 교육 만들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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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원 2019년 06월 24일 at 3:59 PM

    현재 핀란드교육에 관심을 가지고있고 개인적으로 핀란드 교육탐방을 하고싶은데 혹시 교육현장이나 교육관련된 내용을 직접 접할 수있는 방법을 알 수있을까요? 메일로 연락이 가능하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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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정 2013년 08월 06일 at 2:29 PM

    사교육이 없고 기초를 중시하며, 일반적인 교육과는 달리 체험을 많이한다니… 정말 행복해보여요! 우리나라와 정말 많이 비교가 되고 진짜 핀란드에 살고 싶어지네요!! 우리나라는 너무 강요하는게 많지만 핀란드는 자유로워 보여요! 학생,학부모 모두가 만족할수있는 그런 교육 만들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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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지원 2019년 06월 24일 at 3:59 PM

    현재 핀란드교육에 관심을 가지고있고 개인적으로 핀란드 교육탐방을 하고싶은데 혹시 교육현장이나 교육관련된 내용을 직접 접할 수있는 방법을 알 수있을까요? 메일로 연락이 가능하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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