딛는 걸음마다 역사와 예술이 닿는 곳, 이탈리아

 

도시에는 스토리가 있다.

이탈리아의 도시라면 더 근사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터, 뭘 좀 알고 만나야 여행이 더 재미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를 천천히 둘러보며 쓴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역사, 철학, 종교, 예술과 의식주까지를 아우르는 다면적 문화 기행기로, 작가가 찍은 질 좋은 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를 알면 꼭 봐야 할 것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여행도 마찬가지라고 책은 말한다. 이탈리아는 왜 중요한가?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무엇을 봐야 할까? 우선 본질을 찾기 위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그곳을 몸으로 만나보자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경쾌하다, 그러나 결코 얕지 않다.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십자군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등의 저자)가 세 도시 이야기(『주홍빛 베네치아』, 『은빛 피렌체』, 『황금빛 로마』)에서 말하고자 했던 ‘상상력을 갖고 보면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그 시대의 현실 혹은 이야기가 있다.’라는 것과 유사한 논조를 띄고 있다. 다만 더 빠르고 더 경쾌하다. 그렇기에 더 빠져들기 좋다.
자칫 현학적이 되어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차분하고 편안하게 써 나간 이 책! 하지만 깊이와 정확성이 있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조차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술술 쏟아져 나온다. 이것이 바로 여행칼럼니스트 최도성 교수의 인문학적 깊이다.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습득한 정보가 충분한 소화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쉽게 공유되고 또 쉽게 읽힌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조차 인터넷 맛집을 찾는 일에 염증이 난 세련된 여행자에게 ‘좋은 여행의 예’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