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접해본 적 없는 하얀 달항아리와 색색깔의 한지를 처음 본 외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한다는 것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습니다. 2013년 12월, 바다 건너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 한국의 노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문화예술을 접한다는 설렘이 더 컸던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지난 2013년 12월 11~13일,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뉴욕 어르신들을 찾아 달 항아리를 모티브로 한지와 점토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 환기미술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함께 만든 작품들은 현재 2월 28일까지 뉴욕에서 전시중인데요. 뉴욕 현대미술관의 알츠하이머 프로젝트(MoMA Alzheimer’s Project) 참여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현장을 소개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토론과 작품제작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먼저 강의와 토론 시간으로 가볼까요? 이 달항아리와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보고 미국의 노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동양인 입장에서 서양인들에게 달이란 왠지 밤에 대한 공포 혹은 우울함을 유발하는 대상으로 생각할 거라 예상이 되었는데요, 실제로 우울함(melancholy)을 이야기하는 분도 계셨지만, 연인과의 추억, 어릴 적 부모님이 동화를 읽어주던 기억 등 긍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한편, 윗면과 아랫면을 분리‧제작해 하나로 합치게 되는 달항아리의 제작과정을 보고 현지 노인들은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 비움의 미학, 같은 장인의 솜씨라도 매번 미묘하게 다른 모양으로 제작되는 각 항아리의 개성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달항아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매일 달항아리를 수집하는데 열성을 보였다는 김환기 화백의 이야기에 웃음꽃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18세기 조선 백자 달항아리 / 김환기, 항아리, 1960년대 /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달항아리 랜턴
그렇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까요? 뉴욕 현대미술관 인근에 자리한 요양원 ‘히브루 홈(Hebrew Home)’에서 진행된 수업에서는 참가노인들이 손수 한지와 물풀을 사용한 달항아리 랜턴을 만들었습니다. 한글 및 전통문양이 새겨진 한지라는 소재는 참가자들이 한국문화를 보다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서양에서 흔하지 않은 물풀의 사용은 참가자들의 촉각 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작품 관람
세계적인 미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 현대미술관 교육실에서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미술관 대표 소장품인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앤디 워홀의 <캠벨스프>를 함께 감상함으로서 달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공동 팝아트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쿠키 커터를 사용해 과자를 빚어내듯이 달 항아리 틀을 사용해 흰색 점토로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달 항아리 모양을 자유롭게 변형 시켜 만든 하얀 점토 작업들이 알록달록한 캔버스 색과 어우러져 참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되었는데요. 참가자들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은 달 항아리 랜턴 작품과 함께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2월 28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최근 경험한 프로그램 중 가장 활기찬 프로그램이었고,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파킨슨 환자들은 촉각을 이용하는 일이 어려운데 강사들의 도움으로 본인 스스로 작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임하였으며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입니다.” – Stacy, Brooklym Parkinson Group 자원봉사자
“이런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더 경험하고 싶어요. 저는 제 손을 이용해서 작업한다는 것, 제 작품이 다른 작품과 하나가 되는 것이 좋았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 Sharon, 프로그램 참여자
사별한 남편의 기일이라 매우 우울했는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나서 우울함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신 분도, 매번 서양문화만 배웠는데 한국문화를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러웠고 고마웠다고 하신 한국계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의 어르신들이 달 항아리를 모티브로 손수 예술작품을 만들면서 한국 문화도 더욱 친숙하게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 날 프로그램 현장운영과 교육을 진행한 환기미술관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된 경험을 기반으로 서울 청운실버센터에서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교육프로그램 기획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하니, 한국의 노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발전에 작지만 힘 있는 불꽃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정리 : 국제교류팀 이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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