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강사, 실수를 통해 한걸음 나아가다.
2013 예술강사의 발, 현장 지식 공유 컨퍼런스

누구나 한번쯤은 아찔한 실수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진땀을 흘렸을 실수! 그렇다면 예술강사들이 잊지 못할 실수는 어떤 내용일까요? 지난 12월 30일 예술강사들을 위한 오픈 컨퍼런스 ‘예술강사의 발(發)’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6명의 예술강사들이 다른 예술강사들과 함께 그 동안 교육 현장에서 겪었던 잊지 못할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어떤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함께 만나러 가보실까요?

 

예술강사의 발

양귀자의 소설에 보면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실수를 통해 좌절하고 우울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난 ‘예술강사의 발’에서 예술강사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당당하게 털어놓았다. 무려 자신의 실수를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이라니. 예술강사들은 자신이 얼마나 완벽하지 못했고, 어떤 위기를 맞았으며, 지금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예술강사들이 ‘타산지석’ 삼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놓는다. 이때 그 실수는 동료강사들의 웃음이라는 약으로 인해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되고 만다. 그런 상처는 금새 아문다. 그래서 참 부럽다. 서로를 쓰다듬어줄 수 있는 예술강사들이.

 

2013년 ‘예술강사의 발’은 한 해 동안의 예술강사들의 ‘실수’를 주제로 하여 지난 12월 30일 진흥원 차오름홀에서 공유되었다. 이 컨퍼런스는 강의형으로 발표를 듣는 방식이 아니라 ‘실수’라는 테마에 맞춰서 6명의 예술강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슬라이드 쇼로 발표하되 한 장의 이미지 당 15초씩 넘어가게 하여 속도감 있고 집중력 있는 5분씩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이그나잇)으로 발표되었고 이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이야기, 교장선생님의 요청에 대처 못해 쩔쩔맸던 이야기, 학교 가는 길을 잃어버려 지각했던 이야기,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수업재료 준비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6명의 예술강사들은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와 글로 발표를 진행하였고 강연장은 예술강사들의 반짝거리는 눈과 공감의 환호, 연달아 터지는 웃음소리로 가득하였다. 이제, 여섯 명 예술강사들의 좌충우돌 실수담을 소개한다.

 


왼쪽부터 이효광 / 송승민 / 조경봉 예술강사

 

예술강사, 같이 밥 먹어요. -이효광 강사

 

예술강사를 하면서 크게 실수한 적 없는 평범한 강사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이효광 강사는 지난 여름 난지공원에서 예술강사들이 모여 같이 밥을 먹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예술강사의 꿈과 여러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밥을 먹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날 자신의 꿈을 노트에 적고 그것을 화로에 던져 그 불로 고기를 구워먹으며 예술강사들간의 의를 다지고 꿈과 소망을 열정으로 불태워보자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기대 할 만큼 많은 인원이 모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2014년에도 기죽지 않고 다시 자리를 마련해볼 것이라고 한다. 이름 하여 ‘다시, 불꽃을 피우자.’

 

얌체공 같은 아이들 –송승민 강사

 

송승민 강사가 학교 근처 교회에서 야외 수업을 하기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그곳으로 모이게 한 어느 날, 막상 교회에 가보니 다른 반 미술수업도 하필 그 곳에서 하고 있었다. 이를 예상치 못해 당황했던 송승민 강사. 그날 수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시끄럽게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시야에서 속속 사라져버리기만 하고, 당황했던 송승민 강사는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스카프를 엮어서 아이들에게 잡고 있게 했다. 스카프를 통해 엮인 아이들과 손에 손을 잡고 수업을 진행한 것이다. 식은땀이 질질 나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은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오히려 자신을 조련시키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송승민 성장노트’를 만들어, 그때그때의 실수와 이를 어떻게 극복하여야 할지를 쓰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같이 발맞추어가기 –조경봉 강사

 

만화,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조경봉 강사는 초등학생들을 앞에 두고 ‘이야기 구조의 이해’라는 개념설명을 하며 수업을 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야기는 점점 장황해지고 수업은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고 말았다. 조경봉 강사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관심이 없고 그저 아이들을 끌고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저질렀던 실수였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조기선 / 김은정 / 최현주 예술강사

 

예술강사는 슈퍼맨? -조기선 강사

 

작곡을 전공한 조기선 강사에게 어느 날 조회시간 20분의 시간이 비었다며 교장선생님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국악교육을 요청하셨다. 심지어 단소 연주곡 ‘상영산’을 연주해 달라는 것. 단소, 관악기 전공이 아닌 조기선 강사는 당황하여 듣도 보도 못한 곡을 즉흥적으로 작곡해서 연주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예술강사는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구나’를 깨달았다고. 현재는 모든 것을 겸비한 예술강사가 되기 위해 피리 공부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고 지고 떠나는 수업 가는 길 –김은정 강사

 

김은정 강사가 첫해 배정받은 학교는 집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시골학교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활발하다고 넌지시 전하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뒤로하고 교실에 들어간 김은정 강사.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억세고 천방지축인 아이들이라 감당하기 힘들었다.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못 가게 했다가 아이의 큰일을 처리해주기도 하고, 교실에서 뛰다가 인대가 늘어나버린 아이도 보았다. 김은정 강사는 이후 과연 이 수업이 잘 된 수업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 학기가 되었을 때, 아이들의 마음이 문이 열리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도 아이들을 위해 더 노력하였다고 한다. 때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준비물들을 이고 지고 떠나는 시골 학교 가는 길을 이야기하며 앞으로도 아이들과 같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저는 길치입니다. -최현주 강사

 

스스로를 타고난 길치라고 소개하는 최현주 강사. 6년간 다니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차에 주유를 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방향감각을 잃고 말았다.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마침내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이후 스스로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훌륭한 판단은 경험에서 비롯되지만, 경험은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전했다.

 


나의 실수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적고 서로의 사연을 본 후 토론의 시간을 가진 예술강사들


이 날, ‘예술강사의 발’에서는 6명의 예술강사들의 발표 후 버즈 세션이 이어졌다. 나눔을 주도하는 강사가 주제를 포스트잇에 써붙여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주제 아래 자신의 이름을 붙여 조를 구성했다. 3명-6명씩 모듬 별로 모여서 자신이 실수했던 경험을 털어놓고 다른 예술강사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2013 ‘예술가의 발’을 기획, 진행한 안령 예술강사

올해 이 컨퍼런스를 공동 기획한 안령 강사는 예술강사의 실수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실수가 오히려 힘을 내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실수는 오히려 중요하다고 한다. 또한 이런 실수를 공유할 수 있는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도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예술강사라는 자리는 저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료가 있기에 함께 꿈꿀 수 있고, 앞으로도 함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안령 강사
 

앞으로도 ‘예술강사의 발‘은 예술강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과 삶에서 출발하여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큰 고민과 실수도 웃으며 토닥여 주는 마음을 든든하게 지키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예술강사의 발(發) 미리보기 기사 보러가기

 

예술강사의 발(發)

예술강사의 발(發)은 학교와 복지기관에서 활동하는 예술강사들을 위한 오픈컨퍼런스 입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본 컨퍼런스는 다년간의 교육활동을 통해 형성된 예술강사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점과 개개인이 축적하고 있는 경험을 공유, 논의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올해는 예술강사 6인(박종현(국악), 신운섭(연극), 안령(공예), 우선영(무용), 예정원(만화/애니), 이효광(디자인))이 공동 기획하여 ‘예술강사의 실수’를 주제로 지난 12월 30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차오름 홀에서 열렸습니다.

2012년 예술강사의 발 보러가기

 


문화예술교육 아르떼아카데미 리포터_정혜정

글쓴이_ 문화예술교육 아르떼아카데미 리포터_정혜정

문화예술교육과 여러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생기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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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하하 2014년 01월 16일 at 10:43 AM

    실수를 또다른 기회로 여긴다..더욱이 함께 모여 나눈다는게 신선하고 의미있어서 좋네요^^ 저도 잠깐 예술강사를 하긴 했었는데….그때의 실수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ㅋㅋ지금은 다른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런 모임을 갖는것도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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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A 2014년 02월 13일 at 10:59 AM

    긍정적인 소통을 하는거 같아요 ^^
    사실 예술강사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힘들지만
    긍정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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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하하 2014년 01월 16일 at 10:43 AM

    실수를 또다른 기회로 여긴다..더욱이 함께 모여 나눈다는게 신선하고 의미있어서 좋네요^^ 저도 잠깐 예술강사를 하긴 했었는데….그때의 실수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ㅋㅋ지금은 다른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런 모임을 갖는것도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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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A 2014년 02월 13일 at 10:59 AM

    긍정적인 소통을 하는거 같아요 ^^
    사실 예술강사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힘들지만
    긍정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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