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아카데미 인문키움
 
 

철학과 예술교육, 어떻게 연결될 수 있어? 공통점이 있다고?

 

우리가 흔히 고지식하게 생각하는 ‘철학’과 예술교육이 만났다. 철학은 본래 물음(Asking)의 학문이라는데, 묻고 또 묻는 학문인 철학이 예술교육과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르떼 아카데미 인문키움 철학
2013 아르떼 아카데미 인문키움에 참여한 강사들은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즐거운 연수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의 현대인재개발원에서는 2013년 아르떼 아카데미의 ‘인문키움’ 프로그램 2차 교육이 20여 명의 연수 참가자들과 함께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강사로 참석한 이지애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인용해 철학과 예술교육의 접점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이지애 교수는 철학을 하고 있는 자신이나, 예술을 가르치겠다고 뛰어든 강사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문학과 예술)’을 향해가고 있다는 점이 같고, ‘장미’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으로 헌신하고, 책임을 다한다는 점에서 철학과 예술교육을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교육다운 교육을 해보자는 마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열망으로 그 ‘장미’들을 위해 헌신을 하고 있지요. 또 교직에 있는 한 책임을 무시할 수 없고,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줄 때도 선생님 나름의 기준과 근거가 있는 칭찬을 할 수 있는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총체적으로 책임을 느끼게 되지요. 이 점에서 저와 여러분 사이에 공통점이 있어요”
 
 

“이번 연수의 목표는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서 쓸 수 있는 교안을 가져가는 겁니다.”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
교안 제작에 앞서 강사들은 아이들의 철학수업처럼 주어진 이야기를 읽고, 질문을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지애 교수는 칠판에 각 질문자의 이름과 내용을 함께 적은 후 토론을 유도했다.

 

실천할 수 없는 지식을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만나는 강사들이기에 누구보다 지식으로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업이 가장 절실할 것이다. 그래서 이지애 교수는 이번 연수에 대해 현실적이고도 실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모둠 당 5~7명이 앉은 7개 모둠의 참가자들이 철학적 사고방식, 즉 ‘물음’이 담긴 스토리를 더한 교안 을 만들어, 이전에 혼자 만들었던 교안과의 차이점을 깨닫고 활용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둠 수업에서는 철학적 발문의 기초 7가지 – 무슨 뜻?(What), 이유는?(Reason), 숨은 생각은?(Assumption), 따라가 보면?(Inference), 정말?(Truth), 예는?(Example), 반례는?(Counter-Example) – 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고, 간단한 질문부터 주제를 끌어갈 묵직한 질문을 적용시키는 실험이 계속됐다. 단순한 질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문의 숨은 의도와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아이들이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이 질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자극할까?’ 고심하는 강사들의 모습이 참 열정적이었다.
 

아르떼 아카데미 예술강사

“저희 모둠에서는 수업을 한 지도 4년~10년인 분들이 많다보니,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알아요. 때론 의욕적인 학생도 있고, 수업에 너무 무관심한 학생도 있는데 이런 다양한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과 태도를 나누고, 그에 따라 수업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학생들을 동물에 빗대어 우화적인 형식으로 교안을 짜게 되었어요.”
– 안령 공예 강사

 

아르떼 아카데미 예술강사

“여러 선생님들이 수업하며 겪었던 딜레마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학교나 기관에서는 결과 위주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 대한 선생님들의 아쉬움이 있었고, 결과 중심의 수업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의 시뮬레이션과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 중이었어요.”
– 장경희 만화애니메이션 강사

 

장경희 강사가 함께한 모둠이 만든 교안의 수업은 ‘재중이의 날아간 비행기,’ 이름이 조금 특이했다. 한 강사가 맡은 학생의 이름에서 착안한 것으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재중이가 수업시간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훌륭하게 그렸다가, 수업이 끝날 즈음 자신의 그림을 몽땅 지우개로 지워버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재중이의 비행기가 이미 그곳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중이의 날아간 비행기’ 교안 전문은 기사 하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결과중심적인 기존 교육과 다른 방식의 접근을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조명하고자한 선생님들의 의도가 인상 깊었다.

 
 

“철학을 포괄하는 인문학과 예술은 인간을 더 인간다워지도록 하는 것”

 

아르떼 아카데미 모둠 교안 만들기
‘재중이의 날아간 비행기’ 모둠이 좋은 교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

 

“나만 하는 고민인 줄 알았는데, 다른 선생님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고민을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의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보다 창의적인 수업방식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좋아요” – 장경희 만화애니메이션 강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동안 강사들 사이에서는 공감의 탄성이 연달아 터졌다. 용재현 만화애니메이션 강사는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방법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연수를 통해 ‘철학’과 연결고리를 찾아 뜻 깊었다고 전했다. 
 
인문키움은 예술강사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에게 열려있는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날 연수에 참여한 박주희 강사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평소 예술에 관심이 있어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박주희 강사는 ‘인간이 조금 더 인간다워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과 예술의 공통점 같다며 이날 주제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창작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연수가 시작되기 전, 이지애 교수는 불쑥 ‘파란 감’ 사진을 꺼냈었다. “저는 감은 9월에나 열린다고 생각했어요. 6월에 파란 감이 열린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보 같이 색깔이 달라져야 비로소 감이 열린다고 생각했죠”라고 덧붙였다.

 

고운 주황빛 감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열매를 맺은 후에도, 노력을 다해야만 비로소 잘 익은 감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현장의 강사들도 이번 연수를 통해 이미 맺은 열매에 아름다운 빛깔을 차곡차곡 쌓으며 눈부시고 완벽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냥 있는 것을 가르친다는 생각 말고, 이야기도 만들고 교안도 재미있게 만들어보면서 아이들과 호흡도 맞추고, 수업 자체를 창작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창작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 이지애 교수

 

ㅡ’재중이의 날아간 비행기’ 교안 전문 PDF 보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리포터




글 | 문화예술교육 아르떼아카데미 리포터_정혜정

문화예술교육과 여러분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생기는 풍성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