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오케스트라
 

텅 비어 있는 객석, 무대만을 비추고 있는 환한 조명. 그 아래 세 명의 심사위원과 나이 어린 연주자들이 마주 앉았습니다. 적막한 가운데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고,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악기를 들어 연주를 시작합니다.

 

화창하고 무더운 6월의 토요일 오후. 광주 남구문예회관 공연장에서는 ‘꿈의 오케스트라 &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연주자를 발탁하기 위한 오디션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날 진행된 오디션에는 광주, 목포, 무안, 전주, 익산, 부안 등 전라도 각지의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90명이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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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 앞에서 숨을 고르고, 현을 짚으며 연주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10월에 열릴 한국 꿈의 오케스트라와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합동공연에 참여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뜨거운 열망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긴장한 모습조차 귀여운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오디션 순간을 함께 느껴보지 않으실래요?

 
 

“작년에 연주하는 걸 봤어요. 너무 멋져서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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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 참가한 지인(왼쪽)과 예령(오른쪽)

 

오디션이 끝난 후, 바이올린을 꼭 쥐고 있는 목포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지인이는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지인이는 이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2주 동안 집에서도 연습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고 전했는데요. 평소보다 많은 연습량으로 손이 많이 아팠는데도 꾹 참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까지 오디션에 참여한 이유를 물으니 지난 2월에 열렸던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을 본 이후에 “멋져서 도전하게 되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2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에는 오디션에서 선발된 100명이 연주자로 참여하고, 다른 친구들은 객석에서 노래로 함께했는데요. 지인이는 무대에 더 오르고 싶었나 봅니다.

 

지인이의 친한 친구인 예령이는 ‘다행히 연습한 만큼 연주한 것 같다’며 쑥스러워 했는데요. 늦게까지 연습하면서 친구들과 맛있는 간식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어 더 친해지고 즐거웠다고 했습니다. 오디션에 함께한 예령 어머니는 막상 오디션을 직접 보니 예령이가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까 욕심이 막 생겨요. 그동안에는 오케스트라에서 알아서 해주셔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오늘 오디션도 정보를 많이 안 주셔서 ‘그냥 하나보다’ 이런 식이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우리 딸이 무대에 꼭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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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무대에 오르기 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한편, 전주의 김종헌 음악감독도 아이들의 열정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전주에서 이번 오디션에 지원한 단원은 27명으로, 전라도 지역 중 가장 많은 단원이 오디션에 도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종헌 음악감독은 ‘작년에 무대에 올랐던 친구들과 그렇지 못했던 친구들이 선의의 경쟁이 되어서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심사곡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를 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적극적이더라고요. 이번 오디션 전에 자체적으로 오디션을 했는데, 거의 전원이 참석했어요. 모두들 정말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김종헌 음악감독은 곡이 어려워서 행여나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오디션을 강요하지도, 연습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려는 그 열정이 참 대견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1년, 우리 유성이가 달라졌어요!

 

오디션 전 대기실. 전주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부는 유성이는 거울을 바라보며 입을 풀고 얼굴을 흔들기도 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동안 유성이를 지켜봐온 김종헌 음악감독은 꿈의 오케스트라로 인한 ‘유성이의 변화’에 대해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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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전 거울을 바라보며 긴장을 푸는 유성/호른을 연주하며 한층 밝아졌다는 유성이와 김종헌 음악감독

 

“유성이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유성이 어머니와 얘기했는데, 담임선생님도 유성이가 변했다고 했다는 거예요. 얘가 전에는 다른 사람들 말도 잘 안 듣고, 맘대로 행동하고, 선생님한테도 당돌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요. 유성이 어머니가 일하시니 혼자 지내서 그랬던 거 같은데, 지금은 꿈의 오케스트라 선생님들과 아이들과 함께 지내니까, 잘 웃고 엄청나게 변화했죠”

 

꿈의 오케스트라에서의 1년을 보내면서 유성이는 성격만 달라진 게 아니라, 호른 연주에 흠뻑 빠져 더 잘하려는 의욕이 무척 강해졌다고 하는데요.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연주 실력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장을 이뤄낸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오디션 풍경, 참 보기 좋았습니다.

 
 

“떨리는 가운데서도, 완벽한 연주를 위해 집중한 그대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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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번 오디션의 심사를 맡은 정학균, 채은석, 김정선 심사위원

 

김정선, 정학균 심사위원과 채은석 음악감독은 성인 연주자에게도 어렵다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을 열심히 연습한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무대 위에서 떨릴 텐데도 끝까지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채은석 음악감독은 지난해 합동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이 침착한 모습으로 오디션에 임하는 것이 인상깊었다며, 꿈의 오케스트라 오디션과 합동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지난 오디션에 참여했던 아이들과 선발되어 합동공연을 했던 아이들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져요. 오디션에 합격해 합동공연까지 했던 아이들은 이전보다 덜 긴장하니 여유가 있고,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은 물론 마음가짐도 성숙해진 것이 느껴집니다. 그 점이 저한테는 가장 크게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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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채은석 감독(왼쪽)과 오디션 참가자 마원빈(오른쪽)

 

세 심사위원들은 “브라보예요. 진짜!”라고 말하면서 오디션에 참여한 모든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찬사를 보냈는데요. 이러한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은 연주 실력만 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방법을 깨닫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나무그늘 아래서 싱그럽게 영글어 가겠지요. 오는 10월 ‘꿈의 오케스트라 &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에서의 아이들의 성숙한 활약을 기대합니다.

 
 

아이들이 함께 오르고 싶어 하는 무대
‘2013 꿈의 오케스트라 &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앞으로의 이야기

 
꿈의 오케스트라 오디션
 

‘2013 꿈의 오케스트라 &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과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무대로, 전국 꿈의 오케스트라 17개 거점기관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00여 명의 단원과,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100여 명이 하나의 공연 팀으로 구성되어 호흡을 맞출 예정입니다.

 

오는 10월에 열릴 카라카스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합동공연은 ‘엘시스테마의 본원’인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와의 교류공연을 통해 아동들에게 더 큰 꿈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공연에서 베네수엘라의 지휘자와 한국의 지휘자가 1부와 2부를 번갈아 지휘함으로써, ‘국경을 넘어선 하모니’를 선보인다는 이번 공연의 취지를 더욱 빛나게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2013년 2월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2013년 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현재 군포, 부산, 제주, 광주에서 진행된 2차 오디션을 통해 합동공연의 무대에 설 89명의 단원이 선발되었습니다. 이 단원들은 ‘연습 또 연습’을 거듭한 후, 총 3회에 걸친 리허설 캠프에 참여하게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리허설 캠프 이후, 많은 단원들이 연주 수준과 집중력, 자신감 등 거의 모든 측면이 향상하는 등 그 효과가 검증된 만큼, 일취월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업 소개 꿈의 오케스트라는?
 
베네수엘라의 아동․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정신을 국내에 적용한 프로그램으로, 소통과 공감을 기본 철학으로 삼아, 지역사회 내 아동·청소년이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키우고, 공존에 대해 이해하고, 협력과 상호 존중을 학습하여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2012년 2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엘시스테마 코리아’라는 공식 명칭 하에 국내 상황에 맞는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목요일 리포터

글 | 함께하는 목요일 리포터_허지은

열쇠가 상자를 열 듯, 즐거운 현장의 이야기로 여러분의 마음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