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관한 생각은?
예전엔 인공지능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느낀다.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의 힘은 막강하고 경이롭다. 시대정신을 그 시대에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저 추측할 수 있을 뿐. 아마도 지금의 시대정신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게 아닐까. 우리는 역사에 기록될 혁명의 시기를 살고 있다. 혁명은 좋든 싫든 내 삶을 바꿔놓는다.
인공지능 기술이 작품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작품 활동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작가는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존재이다. 저작권은 자연법이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위해 발명된 권리이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창작하는 지금, 지식재산권이라는 발명된 개념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표현하는 작품을 표절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것이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학습한다면 말이다. 그 원리가 비슷해도, 기계는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같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사람의 표절을 어느 정도 검수할 수 있었다면 인공지능의 표절은 차원이 다르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나은 소설을 쓸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내 인생의 모델이 성립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인간의 예술창작 영역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인공지능 혼자서는 창조적 영역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데 능력이 있는 인간 협업자와 함께한다면 괜찮은 소설을 쓸 수 있다. 결국 ‘작가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 작가가 어떤 삶을 살며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각될 것이다. 나는 시시껄렁한 삶을 사는 작가인지라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창작 작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가?
인공지능은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을 기획하고 인공지능에 “어떤 사람인지 한번 얼굴을 만들어봐!”라고 프롬프트(명령어)를 넣으면 그 등장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묘사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나타난다. 나는 플롯(plot)을 준비할 때 인공지능을 자주 활용한다. 생산 속도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인공지능은 유용한 도구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작성자의 의견을 긍정하는 방향의 편향이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항상 비판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 예술과 예술교육의 역할은?
예술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우리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만드는 건 노고가 필요한 일이다. 릴스나 쇼츠가 지배한 이 시대엔 더더욱.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스스로 예술적 취향이나 예술 작품의 아름다움을 알아내기가 어렵다. 예술교육을 통해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예술을 왜 배워야 하는지 예술교육이 답해야 한다. 물론 답하기 어려울 테지만 답하는 것 자체가 예술교육의 가치이자 역할이다.
책보다 더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아 책을 읽지 않는다.
어떤 매체든 사라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 아닌가. 예술교육 차원에서 보면, 글쓰기를 배우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재미로 소비되는 콘텐츠보다 책이 더 가치 있다’라는 가치관은 주관적이다. 사람들이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관적인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책을 마음의 양식으로 접근하면 책은 더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된다. 나의 경우 과학 서적을 재미로 읽는다. 과학 지식이 당장 내 삶에는 쓸모가 없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고 내가 아는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예술교육이 도와야 한다.
책이 가벼워지면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사라질까.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 ‘텍스트힙’이 유행한다. 책의 상징은 지식인이 읽는다는 것이다. 젊은 층은 그런 책의 고결한 이미지를 장식품으로 사용했기에 신조어가 나왔다. 예전처럼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 책을 읽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나온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와 같은 말들이 책을 신성화한다. 그냥 재미로 보는 매체처럼 책을 읽으면 좋겠다. 책이 재미있어서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책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난해 직장인 문화예술클럽에 선정된 코디스코리아 직원 글쓰기 동아리에서 “관점이 바뀌는 순간, 모든 경험은 글의 재료가 된다”라고 말했다. 자세히 말해 달라.
내가 경험한 일을 타인의 사정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는 순간 다른 삶을 만날 수 있다. 그 사람의 기쁨과 슬픔, 고통의 상황을 경험한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우리는 어떠한 경험도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삶은 거의 비슷한데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황과 입장이냐에 따라 삶에서 차이가 생길 뿐이다. ‘내가 저 사람이 처한 상황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겠지만 인터뷰를 마쳐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국은 문화예술 지원이나 복지,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다. 다만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충분히 ‘배포’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의 삶은 비슷하지만 생활 속에 예술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진다. ‘직장인 문화예술클럽’과 같이 사람들이 문화예술 활동이나 예술교육을 누릴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사람들이 평등하게 예술의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술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선별적 지원보다는 보편적 지원을 바란다. 예술은 수많은 작품들의 진흙탕 속에서 피는 연꽃과 같다. 그 안에서 좋은 예술이 태어나는 것은 운명의 영역이다.

neoulsh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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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정
- 시인.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는 『오페라 미용실』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등이 있다.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자 2007년 시를 노래하는 ‘트루베르’를 결성했고 문화예술창작집단 ‘트루베르크리에이티브’를 운영하며 문학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다.
pungkyung@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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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_이재범 라무팜스튜디오 실장 andy45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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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심너울 작가
공감이 갑니다
AI 시대에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심너울 작가
기대만점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창작의 위기를 말하기보다, 오히려 작가가 어떤 삶을 살며 글을 쓰는지 보여주는 ‘작가론’이 더 중요해질 거라는 통찰에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도 제각기 사정이 있다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핑계 없는 무덤’을 만들지 않겠다는 작가님의 문학적 화두가 참 다정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는 틀에 가두기보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채우는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겨달라는 말씀도 정말 신선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예술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왜 여전히 예술을 배워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 교육의 가치라는 부분도 큰 울림을 주었고요.
작가님의 말씀처럼 다른 사람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며, 매일 글을 써 내려가시는 그 성실함이 만들어낼 다음 이야기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응원하겠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문장 너머에서 숨 쉬는 작가의 삶과 진솔한 시선을 확인하고 싶어서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인터뷰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AI시대를 맞이하는 문화예술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창작방식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창작도구의 확장 그리고 협업의 대상이자 파트너로써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이야기들 잘 전해주신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소 혼란스럽고 때로는 창작의욕이 저하를 호소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의 독서가 AI시대 다시 재평가를 받는 만큼 창작분야 또한 이런 AI시대에 창작자의 역량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며, “창작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작가님의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아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감정과 사연, 그리고 ‘듣고 공감하려는 마음’만큼은 대체할 수 없겠지요.
심너울 작가님의 작품 속에는 늘 따뜻한 인간 이해가 깃들어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놓입니다.
SF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의 품격과 존엄을 이야기하는 그 시선이 참 아름답네요.
🌱 변화의 속도가 버겁게 느껴지는 요즘, 작가님의 성찰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게 합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이 그려나갈 인간과 기술 사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