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남구 우각로 109번지.

 

지하철 1호선 끝자락 도원역에 내려 오른쪽 언덕을 숨차게 올라 만나게 되는 이 마을은 유난히 복잡하고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900년 중후반의 낡고 오래된 집들이 촘촘히 모여 있어요. 경제적 활동 인구가 거의 없고,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주민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 재개발 지역이 된 이후 많은 주민들이 빠져나가 골목마다 빈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빈집이 많아지자 마을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침체되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불이 꺼진 어두운 골목길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을은 점점 잠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우각로의 연가이버

 

우범화되고 침체되어가는 마을의 모습을 그냥 볼 수 없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을 이 마을에서 살아온 연태성씨가 바로 그 분이었습니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살고 싶어지는 마을로 되돌리고 싶었지만, 혼자의 힘으로 재개발 때문에 떠나는 이웃을 잡을 수는 없었지요. 그런데 때마침 지역 주민자치센터의 직원이 찾아와 마을 인근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을 마을의 빈집에 머무르게 해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게 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을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직원과 함께 예술가들을 찾아갔고, 골목의 역사와 빈집에 매력을 느낀 예술가들이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지 않고 살아 온 연태성 씨의 입장에서는, 예술가들로 인해 마을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보다는 과연 정말 가능할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더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예술가들이 빈집에 들어가고 처음 몇 달 간 연태성 씨의 태도는 늘 냉랭했습니다. 검게 그을린 딱딱하고 굳은 표정, 어떤 농담도 통할 것 같지 않은 굳게 닫혀 있는 입을 하고는 무심히 예술가들의 작업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지금 들어보니 예술인들의 활동이 마을에 또 다른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또 정말 이 마을에 애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진정성을 확인하자 연태성씨는 이전의 냉랭한 시선을 거두고 동반자의 시선으로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연태성씨의 열정과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만나 우각로의 빈집들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아 먼지와 쓰레기로만 가득했던 빈 집들은 마을 도서관과 사랑방으로 바뀌어 마을 주민의 쉼터이자 나눔터가 되어갔습니다. 또한 구멍 나고 허물어진 벽에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작은 화단을 만들어 가꾸고, 빈 공간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을이 점점 아름답게 바뀌어 가니 을씨년스럽기만 했던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꾸민 예쁜 벽들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골목으로 향하게 만들었고, 빈 집에서는 어른과 청소년이 만나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수업들이 열리게 되었지요.

 

또 하나 축하할 소식! 올해 연태성 씨가 ‘우각로 문화마을’의 대표가 되셨습니다. 마을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니 주민이 대표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예술가들과 주민의 바람이 모여, 제일 열심히 마을을 가꾸고 지키는 연태성 씨가 대표가 된 것이지요. 이제 연태성 씨는 우각로 문화마을의 대표로서 예술인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 지역의 또 다른 예술인이 되셨답니다.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으로서 활동이 뜸한 예술인들에게 일침을 놓기도 하지만, 예술인들을 위한 작업실을 만들고 꾸미는 일에는 언제나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서시죠.

 

“우각로문화마을”은 이제 더 이상 재개발을 두고 발생한 이권을 두고 첨예한 갈등 속에 있는 마을이 아닙니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고, 연극을 만들어 서로를 즐겁게 하고 마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살아있는’ 마을입니다.

 

외부 예술가나 전문가가 아닌 주민이 예술가이자 활동가가 되어 마을에서 만들어내는 놀라운 감동과 기적의 이야기, 여러분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오늘 만나는 이웃과 함께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 우각로문화마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시다면?
 http://cafe.daum.net/art422

 

 

우각로 문화마을을 지원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은요,

 

2009년 하반기 부터 시작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문화소외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마을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생활문화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주민과 지역단체의 꿈과 열정을 지원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각 지역별 시행기관(단체)의 주관 하에 진행되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2012년까지 전국 66개 지역에서 11만 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을 만나왔습니다.

 

본 사업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후원합니다.

 

블로그 : http://livingculture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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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시민문화예술교육_김은미 리포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로를 길들이듯 사람들의 마음과 소통하고, 문화예술로 일상과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곳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