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이후’의 음악 – <피아니스트>
최유준 음악평론가의 무지카시네마(1)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는 나치의 유태인 집단학살이 이루어진 “아우슈비츠”를 상징적 기준점으로 삼아 예술과 문명의 전후를 나누었다. 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도르노의 이 같은 명언을 떠올려보면 유태인 집단학살을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2002)에서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피아노곡들이 전편에 깔리는 것은 얄궂기까지 한 일이다. 이는 물론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 속 주인공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쇼팽과 같은 폴란드인이라는 점을 고려한 설정일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라는 시청각적 체험의 도구를 통해 아도르노의 비관적 예술관을 실험해 보기라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