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산골 폐교를 시끌벅적 거점으로
박연숙 자계예술촌 대표
아무 연고도 없이, 면 소재지도 아닌 깊숙한 마을에 이주하여 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농사짓는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오래 버틴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할 수 없다. ‘익명성’이란 존재할 수 없이 온전한 삶을 보여주며 맞부대껴야 하기 때문이다. 자계예술촌이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마을 초입에 상징과도 같은 학교 부지를 임대해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상호 존중과 배려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관계에 욕심내지 않고 스멀스멀 스며들며 살그머니 번져 나갔다. 마치 동틀 무렵 번지는 햇살처럼, 해 질 무렵 은은하게 스미는 노을처럼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