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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신호 앞에서 – 멈춰섬, 물러섬, 돌아섬

김혜일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가을 끝자락, 강화로 향하는 길은 겨울로 들어서는 길 같았다. 따뜻한 남도에서 겨울이 빨리 오는 곳으로 옮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김혜일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그는 올해 1월 정든 고향이자 활동지였던 광주를 떠나 강화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한국형 애프터스콜레(Efterschole)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청소년들과 새로운 삶을 시작해 첫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옆을 볼 자유가 필요한 청소년들의 전환학교’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농사, 음악, 미술, 체육, 글쓰기를 진행하며 학생들이 자연과 생태에 익숙해지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한 해를 보냈다. 예술(교육)가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서로에게 일어나는 ‘눈부신’ 전환

박유미 미술작가

시인 문정희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라는 시에서 ‘못 잊을 이와 한계령을 넘다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고, ‘갇혀있다가 헬리콥터가 나타나도 결코 손을 흔들지 않겠다’며 ‘오오, 눈부신 고립’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현실에서 고립은 눈부시기보다는 눈물겨운 쪽에 가깝다. 박유미 미술작가는 유학 시절 처음 느낀 고립감을 소수자로서의 자각으로, 배제된 자와의 협업 욕구로 고양시켰다. 그리고 고립감을 힘으로 살아온 인천 강화군 아차도의 여성 노인들을 만나 서로의 시선을 포개고 연대하는 경험 속에서 또다시 전환을 맞이했고, 삶과 작업 모두에서 또 한 번 도약했다. 인천, 홍성 등 여러 지역에서 10여 년간

지금 여기, 건강한 욕망의 조화를 위하여

조미자 진접문화의집 관장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쉽게 구분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은,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정책에서 전면화되면서 생기는 혼란이 상당하다. 자칫 생활문화가 동아리와 집단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공동체의 결속을 이끌어내면서도 개인을 지우지 않는 강력한 모델이 있다. 얼핏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조미자 관장과 진접문화의집이 오랫동안 견지하고 지켜온 태도다. 진접문화의집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나와유’ 축제에서 보여준, 부침개 한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과 움직일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커뮤니티의 조화를 잊지 않는 균형감각은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두루 탐구대상이 될만하다.

나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신중년을 위한 2018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포럼 2부

몇 해 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는 인간 수명이 최고 142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세 시대’ ‘인생 이모작’이라 말했던 것이 최근에는 ‘120세 시대’ ‘인생 삼모작’으로 늘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우리 삶의 방식 혹은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는 혹독한 경제성장의 시기를 지나 ‘나’라는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나이 듦에 있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