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인천 남동 인터스파크를 다녀왔습니다. 산업단지는 대낮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공장 밀집지역이고 업무시간이니 당연하겠죠. 하물며 퇴근시간을 지난 거리는 적막하기까지 해서 이곳 어디선가 문화예술 커뮤니티의 싹이 트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습니다. 한적한 거리 풍경에 점점 초조해지고 있을 무렵,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오자 참여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강사님이 강단에 서자 본격적인 합창 대형을 이루었습니다. 이제 강사님은 ‘지휘자’, 참여자들은 ‘합창단원’이 됩니다.
이제 사업을 시작한지 5개월, 남동인더스파크 합창단 ‘라루체’의 경우 2011년에 이어 2년차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지휘자 교체와 참여자들의 개인 사정 등으로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져 도중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모임을 재정비 한 뒤 다시 사업을 홍보하고, 새 단원을 모으는 데만 2~3개월이 소요됐습니다. 그렇게 지난달, 형태를 갖추게 된 라루체는 본격적인 시작에 돌입했습니다.
단원들의 배경은 다양합니다. 한 기업체의 사장님은 작년부터 참여했고, 인더스파크 종사자와 합창이 하고 싶어 찾아온 주민도 있습니다. 피곤한 일과에 몸은 무겁고, 늦은 퇴근길이 부담스러 울 텐데도 참여자들의 눈은 호기심과 의지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합창곡은 11월에 있을 통합발표회 발표곡인 ‘남촌’과 ‘사랑으로’. 경험 많은 ‘지휘자’ 선생님의 지휘 아래 진지한 ‘단원’들의 노래가 시작되자 적막 가득하던 산업단지에는 울림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Q. ‘라루체 합창단’은 어떤 합창단인가요?
A. 산업단지 문화예술커뮤니티 지원 사업으로 2011년부터 남동인더스파크에서 ‘라루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올해 사업부터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고 단원들도 대부분 새로 모였는데 공단 종사자부터, 지역주민, 또 합창을 배우고 싶어서 온 지역 외 분들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산업단지 이외의 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유가 있다면요?
A. 산업단지이지만 지역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공단 종사자와 가족만 생각했는데 인천 남동인더스파크 특징이 워낙 인천 도심과 멀지 않아 공단과 지역이 어우러지는데 합창단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지역 주민에게도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또 문화예술커뮤니티 특성 상 열정을 가진 분들이 중요하니 지역 외 분들까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진행하며 느끼는 점들을 말씀해주세요, 좋은 부분과 어려운 점은요?
A. 아마추어분들의 순수한 열정이 좋습니다. 전문가가 되면서는 아무래도 즐기기 어려운데,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단원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퇴근 후, 일주일에 한번 모이다 보니 시간이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합창 시간 이외에 월요일 저녁마다 개인레슨 시간을 갖고는 있는데, 여기도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이 한계가 있다 보니 보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것들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계속 고민 중입니다.
Q. ‘라루체 합창단’의 경우 2년차 프로그램이라 하여 찾아왔는데, 작년에 이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A. 작년에 직접 진행한 게 아니어서 사정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 사업과 올해 사업이 바로 연결되지 못한 것도 있고, 공단 특성상 회사 사정에 따라 종사자들의 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계속 참여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작년 사업으로 어떻게 보면 고정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진 못한 것인데, 이는 단기적인 1~2년 교육프로그램으로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이 얼마간 지속이 되어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2012년도 사업도 12월이면 종료인데, 이후 ‘라루체 합창단’은 어떻게 될까요?
A. 어떤 아마추어 합창단이든 지휘자의 역할은 단원들 역량을 향상시키며 후원자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악기처럼 어느 정도 배운 후에는 전문가의 지도 없이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합창의 경우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후원은 예를 들어 인천시가 될 수도, 어떤 기업이 될 수도 있을텐데 ‘라루체 합창단’의 경우도 이렇게 지속될 수 있는 재원을 찾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현재 ‘단원’분들의 열정과 의지가 지속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 인 듯 하지만 또 12월, 끝을 생각해야 하는 참여자들도 강사도 고민이 많은 시점일 것이었습니다.
‘산업단지 문화예술커뮤니티 지원 사업’의 핵심적 역할은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강사들의 열정일 텐데, 이분들의 순수한 열정이 쉽게 꺼지지 않도록 돕는 것, 그리고 ‘노동자의 취미생활에 대한 현실’ 그 불모의 지대를 개척하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라루체 합창단은 11월 초에 있을 ‘산업단지 문화예술커뮤니티 지원 사업 발표회’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노래하고 있습니다. 다음 ‘산업단지 문화예술커뮤니티 지원 사업’ 편에서는 총 13개 프로그램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발표하는 통합발표회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글 | 산업단지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성화 리포터 _남소영
문화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접점들과 그 에너지가 궁금해서 기웃기웃,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젠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잘 전달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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