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 가득한 4월의 첫 주! 꿈의 오케스트라에서는 2013년을 함께할 신규지원 거점 기관을 모집했는데요, 올해부터는 기존에 이루어지던 지역거점기관의 모집뿐 아니라 장애 아동과 다문화가정 아동 등을 포함한 특성화거점기관에 대한 공모도 이루어졌습니다.

 

엘시스테마의 본고장 베네수엘라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특성화 프로그램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이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볼까요?

 

 

마노스 블랑카스(Manos Blancas) 합창단

 

베네수엘라 최초의 장애아동을 위한 음악교육프로그램은 1995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마노스 블랑카스(Manos Blancas, 하얀손) 합창단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하얀손 합창단은 1999년 특수교육을 전공한 나이베스 가르시아(Naybeth Garcia) 교수가 구성하여 시작이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합창단에서 듣거나 말할 수 없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합창에 참여하고 있을까요?

 

하얀손 합창단의 이름 ‘하얀손’에 그 열쇠가 있는데요, 청각장애 아이들은 하얀색 장갑을 끼고 율동(수화)으로 합창에 참여합니다. 노래는 시각, 정신지체, 지체 장애 등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들이 그룹을 이루어 함께하고요. 그래서 이 앙상블의 경우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수화를 지도하는 지휘자와 나머지 파트 아이들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지휘자, 이렇게 총 두 명의 지휘자가 있습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몸을 터치하여 신호를 알려주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함께 부르고,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눈으로 율동 지휘를 보고 또 몸으로 진동을 느끼며 함께 하모니를 이루게 됩니다.

 

지난해 아르떼가 베네수엘라 현장에 가서 직접 연습현장을 보고 왔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연습이 이루어지는지 영상을 통해 한번 볼까요?

 

VideoManos Blanc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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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심포니 오케스트라(Penitentiary Symphony Orchestras) 시스템

 

수감자들에게 음악교육은 지원하는 교도소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스템은 2007년 변호사이자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호른 연주자인 레닌 모라(Lenin Mora)에 의해 시작이 되었는데, 현재 베네수엘라 교도소 4개소에서 이 시스템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엘시스테마 음악교육을 통해 수감자들의 사회로의 복귀를 돕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현재 각 센터 수감자들의 10%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미란다 주의 로스 떼께스 여성 교도소(Instituto Nacional de Orientación Femenina)는 교도소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스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데요. 이곳에 수감된 여성들은 대부분 길에서 나고 자라 부모도 모르고, 많은 경우 자신의 생일조차 모른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여성들에게 악기 연주는 자신을 표현하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외부 환경에 있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에 참여하기 때문에 연주실력이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악기 연주를 접한 후 음악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장학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악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 계획은 음악공부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전에 하던 절도는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0에서 새롭게 시작해서 음악을 통해 제 인생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겁니다. – 교도소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스템 참여자 (로스 떼께스 여성 교도소 수감여성)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처음에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음악을 시작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에서 오는 거부감들이 있어 악기연주를 시작하도록 생각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모두가 전문 음악인의 길을 가게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은 이들에게 새롭게 살아갈 인생에 대한 목표와 생존하고자 하는 열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음악교육을 경험한 대부분의 출감자들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무사히 사회에 복귀하고 있습니다.

 

 

엘리트 음악교육이라는 편견을 넘어 다양한 배경과 환경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는 엘시스테마의 특성화 사업. 2013년 신규거점 지원사업과 함께 더 많은 사람들의 꿈의 오케스트라 이야기가 시작될 텐데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참고 문헌
ㅡ 체피 보르사치니 지음_김희경 옮김_2011_『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_푸른숲

 

 

 

글 | 아동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 리포터_강수경

지휘자와 단원은 물론 청중까지, 모두가 즐기는 음악회를 꿈꾸는 저는 아이들의 꿈이 기적을 만드는 그날까지, 열정을 담아 꿈의 오케스트라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