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우리 일상과 현장에 영감을 주는사례와 시도를 소개합니다.

꿀벌과 기후를 지키는 시민의 작은 행동

오늘부터 그린⑩ 곤충이 보내는 위험 신호

곤충이 좋았다. 지금은 미래 식량으로, 애완곤충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면들이 많이 생기는 듯 보이지만 예전 내 주변에서는 ‘징그러운 벌레’나 ‘해충’ 정도로 생각하고 크게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릴 적 기억으로 나는 곧잘 산에서 곤충을 관찰하거나 집으로 데려와 내 방에서 몰래 키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곤충을 좋아하는 나를 혼내거나 학교에 간 사이에 곤충을 다시 산에 풀어주곤 하셔서 나와 곤충 간 관계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었다. 그런데도 곤충이 좋았던 점은 무엇일까?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 집 한쪽에 있던 『파브르 곤충기』가 재미있었다. 다만 남들과 달랐던 점은, 책을 들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작고 다정한 것들

예술가의 감성템⑤ 연필과 수첩, 사람, 배지 

나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거나 나에게 영감을 주는 물건을 주제로 원고를 청탁받았을 때, 몸을 매개로 하는 예술교육실천가인 나는 어떠한 물건으로 나를 소개하고 나의 활동을 연결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며 나와 늘 함께하는 것, 나를 이루는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나의 거울이 되어준, 동료 같은 아이템 세 가지를 소개한다. 연필과 수첩-기록하는 습관 내가 그동안 활동하며 꾸준히 반복했던 것은 무엇인지 돌이켜보니 기록하는 일과 그 기록을 통한 성찰이 있었다. 수많은 대안을 준비해 놓아도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수백

밖으로 나가자, 예술을 만나자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체험의 현장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 초부터 대부분의 학교와 예술교육단체는 현장 체험학습을 떠나지 못했다. 축제와 행사는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되기 일쑤였다. 방학 중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을 접할 목적으로 떠나는 캠프형 프로그램은 당연하게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며 겨울잠을 자듯 조용했던 문화예술행사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랜 시간 머물렀던 집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갖는 것은 어떨까?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을 위한 캠프형 프로그램과 앞으로 열릴 행사를 소개한다. <세대공감놀이터 WOO-후죽순> 사진 제공_담양군문화재단 문화도시추진단 불가에 마주

거짓말처럼 오는 시인을 기다리며

예술가의 책방⑤ 시옷서점

서점을 열기 전 도서관에서 열린 벼룩시장에 셀러로 참여한 적 있다. 나는 좌판에 중고 시집들을 늘어놓았다. 몇 시간 동안 한 권도 팔리지 않았지만 몇 사람이 와서 책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마침내 마수걸이가 이루어졌을 때 장사의 맛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온종일 앉아 있었는데, 세 권 팔렸다. 만원 벌었다. 하루 노동으로 따지면 너무 적은 금액이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기분에 사로잡혔다. 무모한 서점, 무모한 시집 전문 서점 아내에게 책 장사의 재미를 처음 느꼈다고 말하니까, 아내는 그렇다면 서점을 차리자고 가볍게 답했다. 그리고 며칠

어르신과 신나고 흥나게

어쩌다 예술쌤⑫ 노인 예술교육의 도전과 실험

노인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로 활동한 지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어르신들과 어떤 내용으로 활동을 만들어 갈 것인가? 그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가?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야하나? 수업하면서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며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르신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뜨겁기에 몰입도가 좋고 밀도 있는 수업이 진행되지만 노인 문화예술교육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 또한 있다. 지난 경험 안에서 내가 마주했던 힘든 순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보고 그리기 너머에 있는 예술교육 큰 기대와 설렘으로 노인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였지만 첫 만남에서부터

자연과 생태계, 미래를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 공간

오늘부터 그린⑨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생태예술교육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설치된 국내 최초의 전문 문화예술교육 공간이다. 2016년 개관 이후 “예술적 놀 권리”의 이념과 가치 실현을 위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통해 지역 예술교육의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는 시설 입지와 공간의 역사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물’과 ‘녹색’ 시설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개관 시기부터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미래 사회에 관한 관심과 기후 및 환경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고, 예술놀이 기반으로 생태예술 관련 프로그램이 점차 확대되었다. 예를 들어 ‘내일은 예술놀이-상생을 위한 상상’ 프로젝트는 생태·자연·환경

창작에 자극을 주는 뜻밖의 물건들

예술가의 감성템④ 제품 사용설명서, 프라모델, 3D프린터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여러 지점 중 하나는 필요에 의해 새로운 물건을 생각해내고 만드는 것이다. 나의 작업 결과들도 일종의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물건들이 만들어진 궁극적인 목적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 멀리는 사람과 사회에 관해 다소 씁쓸하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가상의 기업(혼자산업 또는 혼자전자라고 부른다)을 만들어 페르소나로 활용하거나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또 작업을 시작한 이래 상당 기간 여러 작가, 기획자와 함께 세운상가에서 ‘스페이스바’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공동 혹은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끊임없이 변모하며 고요한 황홀을 잇다

예술가의 책방④ 책방이음

2008년 2월 서울 대학로에 사무실을 둔 시민단체 ‘나와우리’로 직장을 옮기자마자, 좋아하는 책을 살 수 있는 서점이 어디 없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큰 통행로에서 살짝 비켜난 곳에 ‘이음아트’가 나왔다. 지하 1층으로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브람스 교향곡 3번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십 걸음을 걸어도 끝나지 않는 책방의 서가마다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막 나온 새 책뿐만 아니라 중고 책도 있었고, 턴테이블에 LP가 돌아가고 있었다. 주인은 손님 온 것도 모르고 책에 심취해 있었다. 사무실에서 연락이 와서 급히 나왔지만, 지하에서 펼쳐지고 있던 고요하면서도 황홀한

한 뼘 자란 모습으로 “우리 만나요”

어쩌다 예술쌤⑪ 예술교육 기획

내가 영화를 보고 만들고 공부한 이유는 즐거워서다. 우리가 예술을 교육하는 이유도 문화로 그들의 삶이 즐겁기를, 예술로 다채로워지기를 바라서가 아닐까. 나는 수업 시작과 끝인사를 “반갑습니다”와 “또 만나요”로 한다. 이는 교육 참여자들이 조금이나마 영화 수업을 반겨주고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약속한 인사이다. 영화 예술강사로서 영화교육을 연구하고 실행하면서 ‘예술을 즐기는 문화시민’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예술강사도 포함하는 목표다. ‘교육과 강의장’을 넘어서 영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고 즐기는 ‘작업실과 공론장’이 되기를, 나와 함께하는 참여자가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노력해왔다. 수업

감각 교차를 채집하는 도구와 장소

예술가의 감성템③ 피에조, 루페, 실상사

조각을 공부하고 그 뒤 사운드아트와 사운드 설치미술, 필드레코딩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난 뒤부터 나의 활동의 폭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시각적인 영역과 청각적인 영역을 오가기도 하고 그 둘의 영역의 교차지점에 서 있기도 하면서 소리를 매개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과정과 결과물을 경험하고 소개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2017년 가을이 지나가는 시기에 ‘깡깡이마을’이라고 불리는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전자공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예술학을 공부한 다른 작가와 둘이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깡깡이마을은 부산 자갈치 수산물 시장이 맞은편에 보이는 영도의 해안가 선박수리 공업지역이다. 마을 전체가 선박을

성난 지구를 달래는 다정하고 느릿한 인사

오늘부터 그린⑧ 기후변화와 생활 속 실천

북한산 자락에 속하는 우리 동네 뒷산은, 오래된 나무들과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작지만 제법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은 산 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아침이면, 낯익은 조기축구회원들과 부지런한 동네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산을 즐기며 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나들이 인파가 꽤 있는 편이다. 잘 발달한 숲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공간을 창조하여 그 안에서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해준다. 폭염으로 고통받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덮친 겨울철에도, 숲 안으로 들어가면 더위나 추위도 적당히

그 서점엔 예술이 있다

예술가의 책방③ 청학서점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책방 문을 여는 남편에게 나는 20년째 묻는다. “그렇게 일찍 책 사러 오는 사람이 있나?” 그럼 남편은 어김없이 대답한다. “아버지는 6시에 책방 문 열었다아이가!” 그렇게 아버지가 걷던 길을 따라 남편은 26년째 책방을 지키고 있고, 아버지의 일생과 아들의 청춘을 오롯이 담은 청학서점은 올해로 환갑을 맞이했다. 1961년 8월 18일 밀양 내일동에서 시작하여 오랫동안 밀양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책방이건만 세상의 긴박한 변화를 거스를 순 없었다. 사람이 넘쳐나던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밀양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청학서점의 위상도 순식간에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다음 내리실

춤추는 예술쌤으로, 역할놀이 하듯 즐겁게

어쩌다 예술쌤⑩ 연구와 협력으로 만든 변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생소했던 문화예술교육 그 긴장된 첫 발디딤을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들떠있었다. 춤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웠고 유년 시절 학교 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선생님이 되고 학생이 되는 역할놀이가 현실이라니 마냥 신기했다. 일과 놀이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한 것에 흥분했고 사람들과 춤을 추어야 함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두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3년쯤 지난 어느 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나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내 춤은 고급스럽다 / 배려 없이 출 수 없는 춤 /

나의 창작을 이루는 것들

예술가의 감성템② 레고, 스타워즈, 리벳건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영등포 문래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노정주 입니다. 2011년 무렵 홍대에 있는 작업실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져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때에 우연히 문래동이라는 동네를 알게 되었고 집에서도 가까워 이곳으로 옮겨 오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임대료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조금 거칠게(?)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설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레고를 쓰기도 하고 아두이노(arduino, 인터랙티브 객체들과 디지털 장치를 만들기 위한 도구)를 이용한 전자부품을 활용하기도 하고, 현재는 주로 알루미늄을 활용한 가구나 프로젝트를 위한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아이템 세 가지는 레고,

비대면 뛰어넘기 vs 본질을 생각하기

[독자설문결과] 문화예술교육 키트, 어떻게 생각하세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와 공간이 축소되면서 여러 문화예술기관과 시설을 중심으로 예술 활동을 독려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키트가 개발·보급됐다. 문화예술교육 키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고립된 개인이 예술적 경험을 이어가고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도구로 예술 향유를 도왔다. 반면에 일시적인 대안으로서 등장한 키트가 과연 유의미한 교육의 매개체로서 지속적인 예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도 함께 제기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가득한 현시점에, 문화예술교육 키트에 관한 의견을 [아르떼365] 독자에게 물었다. 4월 5일부터 21일간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총

부디 작은 나무를 심어주오

오늘부터 그린⑦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다림의 미덕

전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우리 모두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더니 이제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그 위협을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연례행사가 된 극심한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과 장마, 숨통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등등. 또 지난 2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코로나19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야생동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시작된 큰 범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