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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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과 재구성

어슴푸레한 새벽녘이었다. 바닥부터 올라오는 작은 진동을 느낀 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 잠시 컴컴한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일 년 전, 잠시 동경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현지인에게는 이 작은 지진이 일상적인 에피소드였지만, 바닥의 미세한 흔들림이 불러온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나는 아직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학교예술강사 예산 삭감과 여러 사업의 지방 이양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서 왜 그날 밤이 떠올랐을까? 아마도 순간 나를 일으켜 세웠던 작은 진동이 만들어낸 각성(awakening)의 느낌 때문일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 주도 문화예술교육의 확장은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문화예술교육의 틀이 다시 한번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작은 파열음에 귀 기울이며 각성한 마음으로 문화예술교육 정책, 실행 체계, 현장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11월, 12월의 [아르떼365]는 한 해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균열과 재구성’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이 서 있는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실행 주체의 관점에서 정책의 생애주기를 재검토함으로써 긴장과 충돌의 틈새에서 조정과 이해의 접점을 찾는 대화를 시작한다. 지역으로 파고 들어가는 기초단위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한편, 시선을 돌려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 K-문화예술교육 등 국제적 차원의 확장성을 모색한다. 균열에 대한 민감한 의식이 내일의 문화예술교육을 만드는 출발이 될 것이다. 김선아_3기 편집위원장·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