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무용예술교육'

최신기사

자유로운 몸으로, 공동체를 향하는 춤

엠마누엘 사누 무용가·쿨레칸 안무가

‘데게베’(Degesbe)는 부르키나파소의 민족어 ‘보보어’(Bobo)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이다. 엠마누엘 사누가 2017년 한국에서 겪은 일로 작업한 공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공연 티저 영상에서 그는 “흰색이 없으면, 검은색을 볼 수 없고, 검은색이 없으면, 노란색도 없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경계를 구분 짓는 차별, 자격을 차별하는 불평등의 횡포 앞에서 ‘정상과 우리’라는 기준, 그런 것은 원래 없다는 듯 그는 춤춘다. 사회적 모순을 겪으며 사는 이들과 몸을 움직여 만드는 동작들은 자유로워서 즐겁고 그래서 더 격렬하다. 예술적 상상력을 지독해서 처연한 현실 속 사람들의 몸과 얼굴에서 찾는

‘나만 생산적이지 않다’는 그 마음에 예술이 건넨 손

2025 도시숲 예술치유 영국 로열발레 전문가 프로그램

“실컷 춤추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64세 김애경 씨는 43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말 퇴직했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나만 생산적이지 않다”는 불안과 공허 속에서 오래전 적어둔 메모 한 줄을 떠올렸다. 그것이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였다. 이 한 문장에는 생애전환기를 맞이한 중장년의 감정과 욕구가 진하게 담겨 있다. ‘쉼’과 ‘표현’을 동시에 갈망하는 이 시기의 정서적 복잡함은 김애경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현실이기도 하다. 생애전환기는 개인의 삶에서 주요 역할, 정체성, 가치, 생활방식 등의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팍팍한 일상을 빛나게, 부딪쳐도 자유롭게

나의 문화예술교육 이야기④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직접 체험하고 경험해 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배우면서 발생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즐긴다. 1년 전부터는 달리기에 푹 빠져서 매달 250km 이상을 달리고 있는 러너이자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토너다. 노래 없이는 하루를 보내지 않을 정도로 음악과 춤을 좋아하고, 밤거리를 걸을 때 가끔 들리는 노랫소리에 흥이 나서 춤을 추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을 위해 행하는 작고 사소한 배려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고 베풀고자 노력하고 있다. 탈춤의

다른 국적도 문화도 공기처럼 감싸는 예술의 기운

2024 국제 청소년 예술교육 워크숍 〈아트모스피어〉

지난 11월 10일부터 4일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국제 청소년 예술교육 워크숍 <아트모스피어(Artmosphere)>가 열렸다. 세계 각국 청소년이 한국의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창의적인 예술 교류를 경험하도록 기획된 행사였다. 몽골, 싱가포르, 필리핀, 한국의 청소년 40명이 그 주인공이었고, 각 나라의 예술교육가(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 행정가, 통역, 기록, 안전 등 진행 스태프가 행사를 위해 모였다. 필자는 무용 분야 예술교육가로 이 특별한 만남에 함께 했다. 4개국 청소년이 만나 함께 하는 무용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결과발표 공연을 준비하며, 예술교육 현장에서 보고 느낀, 짧지만 강렬했던 <아트모스피어>의 잔상을 나누고자 한다. 하나로 연결되는

부족하고 불안한 모두를 향한 사랑의 춤

안은미 현대무용가

안은미 예술감독은 공연, 전시, 퍼포먼스, 예술교육 등 춤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과 작품을 선보여 오고 있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 없는 땐쓰> <대심땐스> 등 세대·성별·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댄스 작업은 문화예술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교육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한 꿈의 댄스팀 홍보대사 기획사업 (2022), 이어 2023년 꿈의 댄스팀 ‘관악’ 무용감독으로 끊임없이 춤으로 건네는 대화를 넓혀가고 있다. 어떠한 분야/직업보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가장 큰 출발점이자 동력이 되는 예술교육가들에게 2023년 마지막 달 12월을 앞두고

뭉글뭉글 슴슴하게, 같이 놀며 만드는 춤

밝넝쿨 안무가·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대표

밝넝쿨. 이름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밝’이란 성이 존재했던가. 실제 성은 ‘박’이다. ‘밝’은 그가 선택한 성. 흥미롭게도 ‘넝쿨’은 그의 할아버지가 내려준 이름이다. 지금도 파격이나 당시로써는 더욱 파격이었을 터. 그래서인가. 단체명도 예사롭지는 않다.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보통은 안무가의 성이나 이름을 붙이거나, 혹할만한 추상적 개념어를 사용하곤 하는데, ‘오! 마이 라이프’라니! 오! 마이 갓!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는 인터뷰 답변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다만 그의 창작활동이 단체명과 맥을 함께 한다는 사실만 미리 언급하고 싶다. 덧붙여, 그 창작활동이 그의, (안무가) 부부의,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하는)

해파리처럼 우아하게, 산처럼 든든하게

유지영·이종현 종달정

무용 수업은 종종 정신이 아득할 때쯤 끝이 났다. 숨이 턱에 차는 게 아니라 머리 숨구멍 어디에서 터질 것 같을 때. 뇌와 신경과 근육 사이의 미세한 대화 따위는 사라진 것 같을 때. 몇 번쯤 살갗이 벗겨져 감각이 더뎌진 발바닥이 저절로 이동할 때. ‘연습은 공연처럼, 공연은 연습처럼’ 같은 비장함을 신조로 삼던 선생님들이 즐겨 하던 말은 “다시!”였다. “다시”는 반복에 기반한 몸의 훈련이었으나, 소진하는 몸은 종종 감각과 사고마저 소진시켰고, 네가 충분치 않다는 거절로 읽혔으며, 때로는 부족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였다. 찰나에 사라지는 예술이, 왜 반복의

혼자가 아닌, 슬기로운 협업

어쩌다 예술쌤⑨ 학교 예술강사 프로젝트 공동개발

대학원 시절 생계를 위해 낮에는 문화센터 강사를, 밤에는 작품활동을 하며 알바 아닌 알바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에 도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나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이른 아침 출근하고 교과 시간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과 나를 선생님으로 불러주고 따라주는 아이들이 나에겐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 대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도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추천할 정도로 ‘예술강사’라는 직업을 사랑했고 자부심도 있었다. 하루 이틀이 쌓여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학교 예술강사 워크숍 날이었다. “선생님은 전공이 어떻게 되세요?” “그 학교는 어때요?” “저는 이런저런 문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