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침윤의 시간을 허하라
학교와 교육, 그 안에서의 예술
라면과 수필 감히 말하건대, 유기농법은 풀과의 전쟁이고, 기숙형 대안학교는 라면과의 전투다. 아이들이 생활관 규칙을 새로 개정해 나가던 2019년 어느 틈새에 야식 규정이 느슨해진 때가 있었다. 매일 밤 11시 생활관 건물 전체는 라면 스프 냄새가 진동했다. 일부 아이들과 교사회 전체는 ‘이건 아니지 않냐’는 정서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금요일 오전. 103명의 학생과 스무 명 넘는 교사가 한자리에 모인 ‘가족회의.’ 나는 강당 무대에 걸터앉아 아래와 같은 대목 한 구절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그걸 알면서도 라면을 먹으면서 김밥을 또 주문하니. 슬프다, 시장기의 근원은 어디에